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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Oct 30. 2022

누군가의 인연

나도 어쩌면 누군가의 소중한 인연이다 

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나도 한 땐 누군가의 인연    

      

시곗바늘이 시간을 잠식해 간다. 새벽의 정적은 언제나 그렇듯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빈 공간에 음악이 채워지고, 따뜻한 차 한 잔이 책상 위에 놓이면, 추억의 서랍장이 서서히 문을 연다. 많은 사람과의 인연은 그렇게 소중한 추억이 되어, 서랍장의 시간을 천천히 잠식해 간다. 새벽의 정적이 깊어질수록 차 맛도 깊어지고, 생각도 깊어지며,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도 깊어진다.  

      

 봄바람이 불면 남자는 예전의 진한 향수에 젖고, 여자는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지는 인연이기에 그 소중함은 저마다 다르다. 소소한 일상이라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일상으로, 오랜 추억으로 기억에 남는다. 사람과 맺어진 관계는 그 농도와 깊이가 다르기에 매력적인 향기를 뽐내고, 그윽한 향기는 봄바람을 타고 애타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행복이란 단어는 불행이란 단어가 존재할 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 일상은 평범한 인간의 삶이라, 매 순간을 즐거움으로 채울 순 없다. 다만, 불행을 줄여 상대적으로 행복감을 늘릴 순 있다. 역시 생각의 방식에 따라, 인생은 다르게 볼 수도 있나 보다. 일상이 행복한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행복하기 위해 일상을 사는 우리지만, 이제 행복은 가끔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 가끔이라도 만끽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다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공허한 정적은 때론 평범한 사람을 시인으로 만든다. 감성에 물들게 하고, 후회에 반성하게 하고, 감동에 눈물을 보이게 한다. 그동안 나와 인연의 끈을 이어간 사람들은 나에게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까?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겠지만, 잠시라도 생각을 잠기게 하는 인연이었으면 좋겠다. 보고 싶진 않아도, 우연히 얼굴이 보이면 반가운 얼굴이면 한다.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행복이었으면 한다. 그런 일어나기 힘든 순간이 나에게도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나에게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에게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서로가 함께 한 시간은 과연 행복이었을까? 그래도 불행보다는 행복이 많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야만 소중한 인연을 알 수 있는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완전해지기 위해 항상 생각하고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실수의 반복은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게 만들며, 점점 인간은 완전체로 바뀌어 간다. 수많은 인연이 있기에 사람은 점차 인간다워지는 건 아닐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도 어쩌면 누군가의 소중한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소소한 생각. 누군가의 서랍장에 소중히 간직된 나와의 기억들. 때론 행복을 때론 슬픔을 안겨줬을 거다. 불완전하기에 실수도 많고, 모든 행동이 어설펐던 나. 많은 장점보단 한 가지 단점을 더 좋아해 준 사람들이 기억난다. 그걸 매력이라 칭하고, 호감이라 말해줄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 생각보다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러기를 바란다. 내일은 또 어떤 사람과 인연이 맺어질지 기대를 해본다.           


<그림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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