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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Oct 30. 2022

지치고 힘든데

나는 지금 혼자 걷고 있다

숨이 목까지 찬다. 풀린 다리를 억지로 끌고, 목적지로 향한다. 가빠지는 호흡은 이젠 더 이상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몰아친다.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떨군다. 주변의 인기척이 없는 걸 보니, 나는 지금 혼자 걷고 있다. 힘들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잠시 쉬어 간다면 세상에서 도태되는 건 아닐까? 나의 고통은 나만 알 텐데, 말을 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남들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뜨겁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용기도 없다. 남들이 하는 만큼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만 했다면,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일까? 난 사실, 그것도 지금 벅찬데 말이다.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출근해서 사람들과 만나고, 업무에 들어가는 평범한 일상이 밥 먹는 것처럼 익숙해질 때 즈음, 조금씩 인간관계의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을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은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일적인 부분들도 소화하기 힘들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관계 개선을 위한 독서도 나아질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 동료들의 눈을 보며, 일상을 함께 하는 매 순간이 고비처럼 느껴졌다. 혹,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서 그런 건 아니길 바랐다. 그것도 간절히.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하며, 비즈니스와 별개로 친목적인 관계를 맺는다. 저마다의 성격이 다르기에, 그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양보의 마음으로 배려의 행동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곪아진 응어리는 스트레스로 표출된다. 그들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악순환은 반복된다.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지만 앙상한 몰골로 남게 된다. 내가 사회생활을 못해서 이런 생각을 갖는 걸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서적을 보고 마음을 잡아 보지만,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확연히 존재했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말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인식을 못했다는 뜻이다. 내가 지고 있는 듯한 느낌. 배려를 패배로 인식한 탓은 아닐까? 배려는 분명 배려인데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생각일 수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주변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사회고, 공정한 경쟁과 협의를 통해서 자신만의 목표치에 도달한다. 그 경쟁에 힘겨워하면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도태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데 이를 본인이 인정하는지가 관건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목표하는 이상향이 다르고, 그렇기에 노력하는 밀도가 틀리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된 곳이 바로 사회다.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남을 비판할 권리는 없다는 말이다. 현재의 자신은 본인이 정한 길로 제대로 걷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과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남을 인정하고 나를 똑바로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남을 인정한다면 내 고민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기에, 그들과의 대화 방식과 사회생활에 적응력이 생긴다. 나는 지금 8회 말 1 아웃의 주전 야구선수다. 2번의 아웃을 당해도 9회 말 찬스가 남아있다. 운이 좋으면 연장전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남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스타일과 부합된다고 틀린 것은 아니니까.          


내가 걸어가는 길에는 많은 사람이 동행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길을 걸어가지만, 각자의 고통은 각자만 안다. 8회 말 1 아웃의 주전 선수가 바로 그들이다. 가끔은 동료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칭찬은 사람을 웃게 만들고, 격려는 다음 발걸음의 초석이 된다.     

                      

난 지금 힘든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지치고 힘들다. 나의 삶은 나를 위한 삶이기에, 내가 힘들 땐 스스로를 응원해야 한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격려의 한 마디를 매일 남겨야 한다. 가끔 걷다가 지칠 땐 울어도 괜찮다. 마음속에서 흘러내리는 비장한 눈물은 상대적으로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 줄 테니까. 


기왕이면 웃는 얼굴이 밝은 사람이 되도록 해보아라. 삶이 힘들 땐, 그냥 씨익 한 번 웃어주는 것도 괜찮다. 지치고 힘들 땐 마음으로 눈물로 진심으로 웃어라. 당신의 웃음은 당신의 일상을 생각보다 괜찮게 만들지도 모른다. 오늘 밤은 달과 별이 꽤 친해 보인다. 나도 일상과 좀 더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림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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