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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슬비 May 20. 2020

영원한 내 편

어릴 때, 엄마는 늘 내 편이 아니었다. 누구랑 싸우거나, 누군가랑 비교당할 때 엄마는 늘 상대방 편이었다. 물론 남이 안 보는 곳에서는 내 편이 되어 주었지만, 사람들이 있을 때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건 언제나 서러웠다. 내가 어릴 때 나는 질투를 많이 당했다. 억울했던 건 나는 잘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쓸데없이 나를 견제한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로 인해 나는 많은 사연을 갖게 되었다. 질투를 많이 받던 나는, 어디서나 견제를 받곤 했고 엄마 친구 분들이 엄마께 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가 버릇없게 행동했다거나, 자만심에 빠져있다거나 하는 등의 말이었다. 엄마는 늘 나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너무 어려 제대로 해명할 기회를 잡지 못했던 나는 억울하게 혼나곤 했다. 그때의 그 억울함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지금도 드라마에서 억울한 장면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곤 한다. 작은 억울함이 모여 마음에 생채기로 남아있나 싶다.

 엄마 손을 잡으면 늘 차가웠다. 작고 차가운 손을 붙들며 나는 엄마에게 내 마음을 전부 주지 못했다. 마치 내 마음도 엄마 손처럼 차가워질 거란 듯이. 차가운 건 엄마 손만이 아니었다. 엄마의 행동과 말투는 늘 차가웠다. 그 어린 마음에 엄마는 차디 찬 사람으로 남아있는 걸 보니 어지간했나 보다. 나중에, 내가 다 크고 나서야 엄마의 온기가 돌아왔다. 엄마는 내게 일부러 차갑게 대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일부러 엄하고 차갑게 대해 나를 떼어놓으려 했다. 그러면 아빠가 자신의 딸이 불쌍해서라도 마음을 잡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빠는 그렇지 않았다.

 정작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내 편이 되어주는 건 엄마뿐이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묻지도 않고 나를 믿어주는 건 엄마뿐이었다. 내가 죽으려고 이상한 행동을 하든, 엄마의 관심을 끌고 싶어 엄마에게 까불든, 내 주제에 맞지도 않을 거 같은 일들을 벌이든……. 엄마는 늘 나의 굳건한 지지자였다. 나는 어디에 가도 그리 잘나지 않은 사람인데, 엄마 눈에 나는 어디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엄마는 네가 뭐가 부족하냐며, 너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제 와서야 나는 그런 엄마가 좋다. 그걸 알기까지는 사실 엄마를 많이 원망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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