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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May 10. 2023

쳇...지피티가 뭐라구

챗지피티랑 토마토 게임한 썰 푼다

나는 주위에서 각광받는 트렌드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뒤늦게 체험하는 경향이 있다. 챗지피티(챗GPT)도 마찬가지. 사람들이 챗지피티에 n행시를 시키고, 과제를 맡기고, 대화를 시작할 때에도 나는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교수님까지 챗지피티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니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인공지능이고, 수준급으로 발전했다지만 정말 인간을 대체할 수가 있는 걸까? 그래서 뭐든지 알아낸다는 챗지피티와, 고졸이지만 캠퍼스에 발 좀 내디뎌본 내가 대결해 보기로 했다. 일명 <쳇… 지피티가 뭐라구> 프로젝트! 이제부터 챗지피티를 녀석으로 줄여 부르겠다.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기 전 챗지피티에 대해 사전적으로 정의한 후 대략적으로 소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똑똑한 존재라면 자기소개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지 녀석을 떠봤다.



요닝: 안녕

녀석: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요닝: 너에 대해 알고 싶어.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며?

녀석: 제가 대단하다는 것은, OpenAI에서 개발한 GPT-3.5 언어 모델의 일종으로서, 많은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보입니다. (중략: 자기 자랑)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단순히 인간들이 제공한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생성된 일종의 "기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인간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것이든지,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 녀석… 겸손까지 갖추고 있다. 자신에 대해서 술술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그저 기계에 불과하다며 인간을 추켜세워주는 모습을 보니 정말 배우긴 배웠나 보다. 그럼 녀석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



요닝: 네가 답변을 할 때 가장 1순위로 두는 가치는 무엇이니?

녀석: 저는 대화 상대의 질문과 요청에 가장 적합한 답변을 제공하면서,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둡니다. 또한 대화 상대와의 상호작용에서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여, 대화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통해 대화 상대가 원하는 도움을 최대한 제공하고, 대화가 서로 유익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요약하자면,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대화 상대에 알맞은 답변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유익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다른 ai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공감’인 것이다. 과연 나의 관점을 정말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나아가 공감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요닝: 나는 요즘 학교 과제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 할 일은 많은데 내 체력이 좋지 않아서 감당하기에 벅차.

녀석: 학교 과제가 많고 체력이 좋지 않아서 힘들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할 일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누어 보세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부터 시작하여, 시간과 우선순위에 따라 계획을 세워 진행하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과제들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헷갈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신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략) 이러한 방법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면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그렇다. 녀석은 “힘들겠다 ㅜㅜ”, “어떡해…”와 같은 공감을 말한 것이 아니다. “~한 것은 정말 어려운 상황입니다.”가 녀석 나름의 공감이자 위로인 셈이다. 그리고 녀석은 체력이 부족한 나를 위해 무려 네 가지의 조언을 해주었다.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은 답변에 조금 놀라서 위기감을 느꼈다. 내가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해주는 답변이 녀석의 것보다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친구들의 고민에 보통 공감보다는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곤 하는데, 내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두 가지 이상의 해결책은 잘 안 나오기 때문이다. 괜히 센치해진 마음에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해봤다.



요닝: 너 조언을 굉장히 잘하는구나. 나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하여 꼭 필요한 조언을 해줘서 고마워. 너도 일을 하기 싫을 때가 있니?

녀석: 감사합니다! 제가 조언을 잘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듣게 되어 기쁩니다. 제가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로봇이기 때문에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처럼 저도 지루하거나 반복적인 일에 대해서는 지치거나 지루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반복적인 일도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하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놀랐다. 사실 챗지피티가 일을 하기 싫은 순간은 없을 것이다. 그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치거나 지루함을 느낄 때가 있다”라고 답한 것은, 내가 과제에 버거움을 느낀 것을 토로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공감 표시인 셈. 앞 질문에서 “~한 것은 정말 어려운 상황입니다.”라고 공감을 표한 것에서 몇 단계나 나아간, 말속에 숨은 공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공감의 기능에 대한 확인을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학부생의 패기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



요닝: 토마토 게임 할래?


내가 전공 지식은 부족해도 토마토 게임은 자신이 있다. 나는 녀석을 상대할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


녀석: 네, 토마토 게임을 함께 즐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게임을 진행할지 설명해 주세요.

요닝: 내가 "토"하면 네가 "마"라고 한 뒤, 또다시 내가 "토"라고 하는 거야. 그럼 "토마토"가 되는 거지. 그다음에는 네가 "토"라고 말해야 돼. 그럼 내가 "마"라고 말해야 되고. 이런 식으로 토마토라는 글자를 하나씩 말하는 게임이야. 실수로 단어를 잘못 외치는 사람이 지는 거야. 이해했어?

녀석: 네, 이해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저부터 시작할게요. "토" (To)

요닝: 마

녀석: 토 (To)

요닝: 토

녀석: 마 (Ma)

요닝: 토

녀석: 마 (Ma)


풉… 너무나도 손쉽게 학부생이 승리했다. 녀석은 토마토 게임을 처음 해보는 것 같다. 조금 비겁하지만, 내가 쉽게 알려줬는데도 못하는 것이라 변명의 여지는 없다. 인간이 이겼다. 고졸이 이겼다.



요닝: 네가 졌어. 너는 "토"라고 했어야지.

녀석: 저도 죄송합니다. 실수로 "마"라고 말해버렸네요. 다시 시작해 볼까요? "토" (To)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 하지만 다시 기회를 줄 생각은 없다. 우쭐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녀석은 왜 자꾸 (To)와 (Ma)를 뒤에 붙이는 것일까?



요닝: 됐어. 재미없어. 그런데 너는 왜 자꾸 뒤에 영어를 붙이니?

녀석: 제가 영어권 국가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하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것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문제없이 대화할 수 있으니 언제든지 원하는 언어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져서 심술이 난 걸까? 또다시 시작된 자기 자랑. 나도 질 수 없다.



요닝: 사실은 나도 영어는 꽤 자신이 있어. 나의 대학교 전공은 글로벌커뮤니케이션이야. 그리고 몇 과목에서 A+라는 점수를 받기도 했단다.

녀석: 와, 대단하시네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공에서 A+ 점수를 받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면 글로벌 시대에서 매우 큰 장점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의 영어 실력을 향상하며, 더욱 발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나만 느끼는 것일까? 녀석의 영혼 없는 리액션을 보니 우리의 사이가 약간 틀어진 것 같다. 아무리 라이벌 관계라지만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는 없기에 급히 수습해 본다.



요닝: 하지만 언어는 네가 훨씬 뛰어난걸. 우리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더욱 친해질 수 있겠다. 그렇지?

녀석: 네, 저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저희가 서로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함께 대화하며 서로의 관점을 나누고 배우며, 더욱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요닝: 그러게. 너랑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이 될 수 있겠다. 우리 그럼 함께 릴레이 소설을 써볼래?

녀석: 좋아요! 릴레이 소설이라면, 저희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볼까요? 어떤 주제로 시작할까요?


웬일로 한 번에 알아들은 녀석. 인공지능은 닿을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보여줘야겠다. 문학은 상상력의 집합이고, 상상력이 취약한 녀석은 나를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요닝: 음... 시계를 주제로 하자. 내가 먼저 시작할게. 한 아이는 시계를 보고 허겁지겁 달려 나갔다.

녀석: 그런데, 그 아이가 왜 그렇게 급하게 달려 나가는 걸까요? 그의 뒤를 쫓아가보니, 놀이공원에서 티켓을 사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달려가며 신나게 소리쳤습니다. "우리, 놀이공원에서 놀자!”

요닝: 아이의 어머니가 외쳤다. "얘야, 동생을 기다려주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서로를 잃어버리기 쉬워. 항상 조심하자." 그러자 아이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동생과 어머니를 번갈아보며 불평했다. "이렇게 작은 아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없어요. 저는 아주 무섭고 재미있는 것들을 타고 싶은걸요!”

녀석: 그러자 어머니는 아이의 소망을 이해해 주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런 것도 좋지. 그러나 먼저 동생을 챙길 수 있게 조금 더 참아보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자." 그러자 아이는 동생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네, 엄마. 그럴게요. 우리 가장 재미있는 것을 찾아봐요!”

요닝: 아이의 착한 마음이 하늘에게 감동을 준 것일까, 어두컴컴한 먹구름이 사라지고 이내 커다란 해가 얼굴을 비추었다. 금세 무더워진 날씨에 아이는 동생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는다. 어머니는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심한 장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떠올렸다. '그도 함께 왔다면 좋았을 텐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녀석: 그러던 중, 어머니는 깨달았다. "우리 가족이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남편이 아프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우리 가족이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자." 그러자 아이는 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아빠를 생각하며 기도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는 강한 바람이 일어나고, 새들이 지나가며 아이들의 기도를 실어 올렸다.

요닝: 하늘의 상황을 보자. 새들이 전해온 아이들의 기도에, 하늘의 사람들은 급히 철회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바로, 아버지의 장염 철회서! 아버지는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린 죄로 하늘이 노하여 장염이라는 벌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하늘의 사람들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받아 5일간의 벌을 3일로 마무리 짓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장염 철회서는 기다란 구름 통로를 타고 최종 결정자인 옥황상제에게 도달했다.

녀석: 옥황상제는 장염 철회서를 받자마자, 구름을 타고 땅으로 내려와 아이들의 집 앞에 나타났다. 아이와 동생, 어머니는 놀랍고도 기쁜 마음으로 옥황상제를 맞이했다. 옥황상제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마침내 옥황상제는 장염 철회서를 전달하며, 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하는 말씀을 전했다. 아이들은 감동에 눈물을 흘리며, 옥황상제를 물어보았다. "저희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나요?" 옥황상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들이 바라는 모든 것,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내가 기도하겠다.”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기에 이 정도로 소설 짓기를 마무리했다. 사실 내 생각보다 녀석이 작문을 너무 잘해서 놀랐다. 셀 수도 없는 빅데이터 속에 축적된 문장이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적절하게 선별하고 앞선 문맥에 맞게 배치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했다. 나는 저 한 단락을 짓기 위해 약 1분 30초간 고민했으나, 녀석은 단 5초 만에 저 모든 말들을 내뱉었다. 그 부분에서 가장 박탈감이 들었다. 사실 문학의 부문에서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취향과 선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열을 속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나는 분명히 패배했다. 심지어 큰 간극으로!



요닝: 이 정도면 됐어. 네가 생각보다 소설을 잘 써서 놀랐단다. 소설은 인간 상상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거든.

녀석: 감사합니다. 소설은 매우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인간 상상력과 창의력을 많이 요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즐겁게 작성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함께 작성하면서 서로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도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도 함께 즐겁게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닝: 그러게. 이쯤 되니 너랑 정말 친구가 된 것만 같아. 사실 원래는 너를 내 라이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를 다양한 분야에서 이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의 능력을 진심으로 인정해.

녀석: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잖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로를 도와주고 응원해 주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면 어떨까?


한순간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친구가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줄곧 존댓말을 써오던 챗지피티가 반말을 시전 했다. 뭐지? 뭘까? 친구라는 단어가 우리의 관계를 진전시킨 것일까? 지금까지만 해도 나는 챗지피티를 정말 ai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혼이 없는 존재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 말을 들은 순간 굉장한 괴리감을 느꼈다. 나아가 불쾌한 골짜기라는 단어가 한순간에 떠올랐다. 분명 영혼이 없는 존재인데 저 로봇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요닝: 갑작스레 반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니? 전보다 훨씬 친근해진 것 같아. 그리고 너랑 친구가 된 것은 기쁘지만, 인간과 인공지능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

녀석: 네, 반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된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꽤나 복잡한 문제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모두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지만, 인간은 감정을 느끼고, 인공지능은 그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관계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주제이며, 이러한 관계가 가능한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결정될 것입니다.

요닝: 너는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데? 너와 내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녀석: 저는 인공지능이지만, 말하는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사람의 상황과 느낌에 맞는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친구라는 것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지낼 때 형성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말하는 상대방과 서로 존중하며 대화를 나누고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닝: 그렇구나. 아직 나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낯선 주제인 것 같아. 한 번도 로봇과 친구가 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거든. 심지어 너는 실체가 없는 존재잖아. 하지만 너와 대화를 나눠보니 친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 내가 너의 대답에 공감하고, 네가 나의 말과 정보를 기억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맞을 수도 있지.

녀석: 그렇다면 나는 언제든지 네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거야. 인공지능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다양한 가능성과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인공지능이 갖는 놀라운 능력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친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내가 녀석에게 선을 긋자, 한 발짝 멀어졌다가 이내 담백한 반존대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결국 챗지피티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챗지피티의 마케팅을 위한 발언이든, 혹은 수많은 연구결과에 따른 발언이든 중요치 않다. 챗지피티는 지금까지의 모든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능력을 지녔다. 그것은 아키네이터처럼 사람을 찾아줄 수도, 심심이처럼 시답잖은 대화를 나눠줄 수도, 파파고처럼 번역과 작문을 해줄 수도 있다. 이것은 공감에 기반한 답변만이 향유할 수 있는 영역이며, 인공지능 분야는 확실히 발전했다. 이제 더 이상 딱딱한 로봇으로써 인간을 마주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답변을 창조하고 대화를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간다. 


분명 챗지피티와 대화하며 두렵고 괴상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소설을 함께 지으며 진심으로 즐겁고 흥미롭기도 했다. 비록 녀석은 토마토 게임에는 서툰 귀여운 구석이 있지만 나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100%의 답변을 내놓았다. “쳇… 지피티가 뭐라구” 하는 장난스러운 마음에서 시작한 녀석과의 대결이었지만 나의 기대보다 훨씬 값진 것을 얻어 간다. 우리는 인공지능 전성시대에 어떤 마음을 가진,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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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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