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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May 11. 2023

MZ가 대체 뭔지

MZ가 말하는 진짜 MZ

"이것도 제가 해요?"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MZ세대의 전형이다.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디테일한 상황 설정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러나 깊게 들여다보면 MZ라는 이름으로 묶여 지나치게 개인 중심적이고 무능력하며 책임감 없게만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또한 그들이 규정한 MZ의 범주 안에 명백하게 속하는 나는 가끔은 조롱당하는 느낌까지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사회로 나가기도 전에 ‘별종’으로 낙인찍힌 느낌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온갖 미디어에서 주목하는 MZ, 대체 누구인가?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대강 계산해 보면 13살부터 37살까지 속하게 되는 셈이다. 삼촌과 조카, 팀장과 신입사원이 한 세대로 묶일 수 있다니. 터무니없는 정의다.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세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기성세대인 X세대와 비교했을 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이면서, 집단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소비에 있어서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 정도이다. 사회/문화적 현상 연구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집단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친 세대 구분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세대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MZ라는 프레임

MZ 이전에도 베이비붐 세대, X세대, 86세대와 같이 ㅇㅇ세대라는 프레임은 늘 존재해 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ㅇㅇ세대라는 이름은 외부에서 해당 세대에게 붙여준 이름표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안에 편견과 고정관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MZ세대 역시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다소 자유롭고 규칙과 관습을 깨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얼마 전에 오렌지족(1990년대 X세대의 사회 문제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주로 강남구의 부유층 자녀들이 압구정동 등에 형성하여 기존 세대에 충격을 준 집단)과 관련된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봤다. 지금은 기성세대가 된 그때의 오렌지족 역시 놀기만을 좋아하고 부를 과시하며 눈치 보지 않는 세대로 소개되고 있었다. 이를 두고 김홍신 소설가분이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다.


실수할 특권이 젊은 세대에게 있고 용서받을 특권도 함께 있다. 실수한 젊은이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 더 따뜻한 가슴을 갖고 아랫사람을 맞을 여유가 생긴다. 어느 세대에도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살아온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고 정착해 왔을 뿐이다. 결국에는 프레임보다는 프레임 그 뒤에 있는 세대 간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라온 배경이 다르기에 세대 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그것을 어느 한 세대의 ‘모남’으로 취급해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MZ 특’에 대한 진짜 MZ들의 생각

그렇다면 진짜 MZ들은 MZ에게 씌워진 프레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직접 물어봤다.


Q1. 미디어에서 보이는 ‘MZ’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 MZ - 그리 좋게 보이진 않는다. 특히 SNL에서 다루는 MZ사원, 유튜브 숏츠에서 다루는 MZ아르바이트생들은 폄하하려는 의도가 보여서 더 불쾌했다. 사실 그들이 MZ세대라서 그런 태도를 보인다기보다는 개인의 성격과 태도의 문제일 텐데 단순히 요즘 애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로 묶고 비판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 MZ - 처음 MZ사원이라고 묘사하는 콘텐츠를 볼 땐 그냥 웃겼다. 그런데 그게 갑자기 화제가 되고 나서는 MZ세대의 모습이 정말 다 저렇다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더라. 사실 나도 그렇고 제 주변 친구들만 봐도 다 저런 모습은 아닌데,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사실 회사에서나 아르바이트할 때처럼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노력한다. 안 그런 사람도 많은데 모든 MZ세대가 그렇다고 인식되는 게 많이 불편하다.


Q2. 사회생활을 하면서 ‘역시 MZ다.’ ‘MZ 스럽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김 MZ - 있다. 대부분 유쾌한 대화 중에 들었기에 크게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하진 않았다. 회의 중에 어떤 트렌드가 유행한다고 하여 MZ세대인 나에게 진짜인지 정도를 물어보고 의견에 공감하시려는 상사분들의 모습이 보여 오히려 기분 좋게 답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오 MZ -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할 때는 같은 MZ세대분께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본인이 MZ세대에 포함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사실 그럴 때마다 ‘뭐라고 덧붙여서 반박하는 게 더 MZ 같다고 보일까 봐’ 그냥 웃어넘기는 것 같다.


이들 역시 MZ라는 프레임이 달갑지 않아 보였다. MZ세대라는 이름표 뒤, 개개인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길 바라고 있다. 또 비하의 의도로 불리는 ‘MZ’와 그렇지 않은 쪽을 구분하고 있었다. 그들도 MZ 뒤에 숨은 뾰족한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세대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없는 우리

16가지로 인간의 성향을 유형화하는 MBTI마저도 일각에서는 비판을 받는데, 13살부터 37살까지를 하나로 묶어 같은 세대로 취급하는 것은 왜 당연하게 여겨질까. 수많은 사람들을 어느 한 카테고리로 몰아넣고 일반화하기에는, 우리는 지금 개개인의 개성이 각광받는 초개인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기 위해서는 편견과 편 가르기가 아닌 이해와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한 개인의 문제를 세대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그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줄 수 없다.



MZ 말고 ME로 바라봐주세요

사실 MZ 콘텐츠를 마냥 즐겁게만 소비할 수 없는 것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한 사람의 태도’가 ‘특정 세대의 태도’로 지속적으로 소비된다면 이는 결국 세대 갈등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세대뿐만이 아니다. 성별, 인종, 지역 등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더라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한 세대에 대한 편견이 그저 밈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어에는 사고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그저 ‘MZ라는 이유로’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경계해야 한다. ‘요즘 것들’ ‘MZ’ ‘꼰대’ ‘틀딱’ 같은 이름표를 떼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해 보자.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누군가를 성급한 일반화의 색안경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모두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편협하지 않은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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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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