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찍은 사진은 묘하게 오래 시선이 머문다.
화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색감이 정확한 것도 아닌데.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날 그 공간의 냄새 같은 것이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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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기억의 질감과 닮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어떤 날을 떠올릴 때, 그 장면은 4K로 재생되지 않는다. 윤곽은 뭉개지고, 색은 바래고, 소리는 먹먹하게 들린다. 디카 사진은 그 불완전함을 그대로 닮아 있다.
흐릿하기에 여백이 생기고, 그 여백은 내가 기억하는 순간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때로는 흐릿함이 무언가를 더 선명하게 살려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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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다시 디카를 찾는 게 단순한 레트로 감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하게 기록되는 시대, 어쩌면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 흐릿하게 남겨두고 싶은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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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