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가들한테 서울에서 불기운이 가장 센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관악산이라고 한다.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던 순간부터 관악산은 꽤 오랜 골칫거리였다. 남쪽에 우뚝 솟은 이 산이 불꽃 형상을 닮아, 그 화기(火氣)가 경복궁을 향해 곧장 뻗쳐온다고 여겼던 것이다. 조상들은 이를 막기 위해 숭례문(崇禮門)을 경복궁 사이에 세웠고 — 예(禮)가 불의 기운을 다스린다고 보았다 — 연못을 파고, 물을 다스린다는 해태 상을 경복궁 앞에 놓았다. 근대에 들어서는 서울대학교를 혜화동에서 관악산 자락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학문을 갈고닦는 사람들의 기운으로 산의 불기운을 누른다는 논리였다.
가만히 보면, 조상들이 화기를 억누르기 위해 동원한 방법들이 단순히 미신적인 처방만은 아니다. 문을 세우고, 물을 끌어오고, 사람을 모으는 일. 결국 자연의 기운을 사람이 쌓아 올린 것들로 균형 잡으려 했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기운과 자연의 기운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오래된 직관이, 도시를 만드는 방식 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얼마 전에야 처음 들었다. 그저 바위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멋있다고만 생각했던 산이었는데. 갑자기 무서워졌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묘하게 어떤 '포스' 같은 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만. 풍수나 사주를 굳게 믿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 열정이 식거나 용기가 좀 필요하다 싶을 때, 관악산을 한 번 올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 년 동안 수도의 불기운을 담당해 온 산이라면, 그 에너지 좀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불기운은 열정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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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