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너무 먼, ‘느린 삶’이라는 유행]
인스타그램을 보면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집밥, 정갈하게 줄 그어진 두꺼운 책,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십자수 작업이 뜨는 요즘.
이른바 '슬로우맥싱(Slowmaxing)'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개의 릴스와 쇼츠를 보고,
요리와 설거지가 귀찮아 배달 앱을 켜고, 책 한 장 넘기기가 고역인 나에게
'느림'은 달콤한 휴식이 아니라 넘기 힘든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느림’을 선택한 이유, 공허함]
절대 공감할 수 없을 것 같던 이 트렌드가 왜 이토록 뜨겁게 부상했을까?
그 이유는 우리가 추구하던 '빠름'이 남긴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가락 하나로 끝없이 펼쳐지는 도파민, 보상 심리로 먹는 자극적인 음식,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뿐.
쉬운 선택지가 나를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몸소 느끼고 있었다.
‘자극은 좋은데, 나에게 남는 게 뭘까?’
이 허탈감이 현대인들을 다시 '나를 위한 시간'으로 돌려세웠던 게 아닐까?
슬로우맥싱은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
텅 빈 내면을 온전한 나로 채우려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슬로우맥싱이 유행인 김에, 저도 한 번 휩쓸려보려 합니다.]
일상과 대척점에 있는 이 '슬로우맥싱'이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볼까, 허세라고 생각할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예쁜 사진을 위해 그릇에 플레이팅을 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한 문장을 곱씹는 그 시간이
결국은 나를 채우는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나만의 속도로 흐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 안에서 뜻밖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트렌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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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