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던 여름이 남긴 빛

by 애카이브

워너원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오래 마음에 머문다. 반갑다고 하기엔 조금 복잡하고, 그립다고 하기엔 너무 또렷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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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은 참 잔인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101명을 한 줄로 세우고, 등급을 매기고, 매주 누군가를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중학교 3학년의 내 여름은 그 프로그램 덕분에 선명했다. 금요일이면 아침부터 반 친구들과 순위 이야기를 하고, 밤이면 휴대폰을 붙잡고 투표를 했다.

안무를 반복해서 맞춰보던 연습실, 탈락이 확정된 날의 표정, 다시 무대에 올라선 누군가의 얼굴. 포맷은 잔인했고 안정적인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그 위에서 그들은 정말 진심이었다. 그 진심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을 웃게 했고 울게 했다.

나는 지금도 네버, 오리틀걸 등 그때의 노래들을 들으면 교실이 함께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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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하고 7년이 흘렀다. 그새 흐릿해진 순위표 위로 이름들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누구 하나 무너진 사람 없이 증명이라도 하듯 다들 자기 자리에서, 자기 호흡으로 무대를 만들고 작품을 찍고 있다. 그 꾸준함을 볼 때마다 그때의 노력이 반짝하고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지금 각자의 자리를 밝히는 쪽으로 계속 흘러갔구나를 느낀다.

그래서 이번 재결합 소식이 유난히 반갑다. 예능 하나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각자 단단해진 사람들의 인사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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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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