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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Nov 30. 2023

우리는 다 국대야

아쉽지 않은 아시안 게임


올해 아시안게임은 역시 재밌었다. 신예도 다수 배출되었고, 한국에서 쉽게 탄생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수영 황금 세대’도 등장했고, 베테랑들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유독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바로 ‘신설종목’이 생겼기 때문! 질병으로 분류되었던 게임이 ‘e-sports’로 인정받았으며, 13살 최연소 체스 선수가 등장했고, 스타디움 한복판에서 브레이킹을 볼 수 있었다. 댄서와 게이머, 체스 선수가 메달을 건 모습이 묘하게 느껴졌다.



변하는 시대에 변치 않는 DNA


10년 전, 아니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예상할 수 있었을까? 오락실게임으로만 치부되던 스트리트파이터(한국에서는 철권이라고 불리는 무언가)가 스포츠 종목이 되다니. 심지어 ‘e-sports’ 영역에서 한국 선수들이 모두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스포츠’의 영역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들이 ‘스포츠’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참 재밌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서 스포츠로 인정받게 된걸까? 아니면 스포츠로 인정받아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일까.


생각해보면 과거 올림픽 종목 중에는 현대 가치관 상으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콜로세움에서 검투를 하거나, 올림픽 클레이 사격에서 목표물을 비둘기를 썼던 시대만 보더라도. 이렇게 국제경기에서 스포츠의 의미는 매 순간 달라진다.



올해 아시안게임을 보며 느꼈던 것은, 시대가 달라져도 딱 하나 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였다. 그동안 정말 수 많은 종목이 탄생했다가 사라지고, 스포츠의 주류는 변해왔을 텐데. 여태까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같은 국제경기는 왜 계속 먹고 살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 메달이라는 성과보다도,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며 보여주는 초인적인 힘,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순간들, 그리고 그 기저에 깔려있는 선수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노력의 시간들이 눈에 선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목과 선수가 바뀔지언정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선수가 펼치는 치열한 게임에 열광하는 DNA를 물려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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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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