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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Feb 28. 2024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클래식을 좋아하세요?’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보자면 나는 클래식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곡을 말해보자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가 있다. 아! 드뷔시의 ≪월광≫과 조플린의 ≪엔턴테이너≫도 있다. 이렇게 말하니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 같겠지만, 문화예술 생활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알고 있을법한 음악들이다.


 나는 대부분의 클래식을 영화에서 접했다. 나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도 없던 클래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것은 디즈니의 <판타지아 2000>이다. 애니메이션에 클래식을 입힌 영화인데, 쉽게 ‘클래식 뮤직비디오’ 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 우연히 보게 된 이 영상 속 <랩소디 인 블루>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클래식이 이렇게 생동감있고 통통 튀는 노래였다니.


 어렵고 지루하다는 클래식의 이미지를 바꿔준 것은 게임이었다. 클래식에 맞춰 피아노 타일을 깨는 게임 ‘피아노 타일’에서는 <엔턴테이너>에 맞춰 신명난 피아노 연주를 했으며, 좋아하는 고전 게임 ‘남극 탐험’에서는 에밀 발퇴펠의 <스케이터츠 왈츠>가 흘러나왔다. 글을 쓰는 지금에야 느끼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내 인생 구석구석에 클래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클래식은 20세기 전반까지의 고전음악을 일컫는 표현으로,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많은 장르와 악기, 스타일의 음악들이 있다. 앞선 나의 경험처럼 영화 혹은 광고를 통해 클래식을 접해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잔잔한 느낌, 몰아치는 느낌… 클래식은 다채롭기에 그 매력이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음도 좋지만, 클래식의 진짜 매력은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여기 클래식 그리고 그 작곡가들과과 관련된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클래식 빠순이

 빠순이, 사생팬과 같은 일종의 팬 문화가 20세기 클래식의 세기에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아노의 왕’이라고 불리던 리스트의 팬덤 명은 ‘리스트매니아’ 였으며, 헝가리의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는 뛰어난 미모와 피아노 실력으로 주변 여자들을 사로잡았다고 전해진다. 살롱에서 연주를 하면 살롱에 있던 여자들은 신분을 막론하고 광분했다고…


작곡가 찌라시

 몇몇 유명한 작곡가들에게는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있다. 쇼팽은 오글거리는 칭찬을 싫어해 음악가 선배들이 과장된 칭찬을 하면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또 무도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쇤베르크는 ‘13공포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숫자 13을 싫어했는데, 소름돋게도 13일의 금요일에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아무도 듣지 마

 작곡가 존 케이지의 곡 중에는 2001년부터 2640년까지 무려 639년에 달하는 노래가 있다고 한다. 제목은 <가능한한 느리게>.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클래식의 지루하고 어려운 이미지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클래식은 이미지 쇄신에 열중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클래식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다. 정통 클래식은 아니지만, 게임, 영화 등의 OST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필름 콘서트나 K-팝 샘플링 등이 있다. 이처럼 점점 가까워지는 클래식과의 사이 속 국내 클래식 열풍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앞선 사례들로 인해 퓨전 클래식에 대한 애호가 짙어졌고, 젊은 관객층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직접 공연을 보거나, 다큐멘터리 등 정형화된 루트로만 접해야 할 것 같던 클래식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의 형태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더 나아가 국내 클래식 스타들이 빛을 발하며 클래식에 대한 국내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인 교향악단의 내한 공연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라는 말이 있다.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적인 형태가 최고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만화 속 화려한 남자 주인공들보다 흑발의 전형적인 남주가 최고로 취급받는 것 처럼 말이다. 기본적인 것이 최고라는 말로 쓰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음악으로서의 ‘클래식’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듯 하다. 구와 신의 조화에 쏟아지는 관심과, 오래되었다고만 생각했던 클래식의 환골탈태를 겪고있는 21세기의 지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진짜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 아닐까. 오늘 같이 흐린 날, 어딘가 축축한 구석이 있는 <랩소디 인 블루>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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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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