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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May 31. 2024

명탐정세포

 나는 여미새이다. 아니 그 여미새 말고 ‘여고추리반에 미친 XX’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도,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아이패드 존재의 이유도 다 <여고추리반> 때문이다.

 내가 여고추리반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잘 짜인 스토리, 숨겨진 떡밥, 멤버들 간의 케미까지 뭐 하나 고를 수 없다. 잘 짜인 스토리 속에서 맛깔난 연기를 바탕으로 멤버들끼리 서로 협동하여 단서를 발견하고 결국 사건을 푸는 과정은 나에게 짜릿함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이를 본 후 숨겨진 떡밥에 대한 사람들의 뇌피셜을 보는 것, 정말 참을 수 없다. 맞다 그냥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을 돌려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나에게는 ‘명탐정 세포’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리 도파민에 대한 갈망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됐다.

그 시절 우리에게는 작은 꼬마 탐정이 있었다. 바로, 코난이다. 명탐정 코난은 정말 희대의 명작이라 말할 수 있다. 코난 하면 떠오르는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라는 대사는 당시 초등학생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과학 시간 실험만 됐다 하면 여기저기서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가 들릴 정도였으니까.


 방학 동안 TV 앞은 나의 고정 자리였다. 당연히 코난을 보기 위해서였다!

봤던 에피소드를 다시 봐도 너무 재밌는 코난은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었고 동시에 추리의 갈망을 돋우었다.




 이렇게 시작된 갈망은 성인이 된 후 폭발하게 되었다.

추리를 갈망하는 마음 하나로 방탈출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추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밥값까지 벌어주는 수단이 된 것이었다. 즉 흔히 말하는 ‘성덕’ 생활이 시작됐다. 알바하며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즐거운 기억이 너무나 많다. 손님보다 더 신난 직원이었으니 당연하다.


 특히 ‘직원 개입’이 있는 테마가 가장 즐거웠다. 놀라서 넘어지는 손님, 우는 손님, 소리 지르는 손님, 물건 던지는 손님 등 다양한 손님들이 있었지만 나를 보며 놀라는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 즐거웠다. 반응이 웃겨서 재밌었다는 것보다도 그저 테마에 몰입한 손님들의 반응이 즐거웠다.




 이렇게 방탈출 카페 알바를 하며 얻은 점이 있다. 바로 방탈출 꿀팁!

1년간의 알바 생활로 쌓아 온 방탈출 꿀팁을 조금만 풀어보려 한다. (개인적 의견임을 미리 말합니다.)  


1. 직원의 설명을 잘 듣기!

 알바하다 보니 손님들 중 너무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직원의 설명을 잘 안 듣는 사람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 제가 방금 힌트 말씀드렸는데!”라고 하면 안 듣던 손님들도 갑자기 집중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직원 말에는 정말로 방탈출에 대한 힌트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다. 직원들이 손님에게 주의 사항을 말하기 위한 어그로가 아니라(그 이유도 있긴 하지만) 정말로 힌트가 있으니 꼭 집중해서 듣기를!


2. 힌트는 빠르고 정확하게!

 매장 by 매장이지만 거의 대부분 3~5개의 힌트를 사용하고 시간 안에 탈출하면 탈출 성공이라고 한다. 힌트가 3~5개밖에 없어 너무 적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대부분 50,000원 정도의 가격인데, 거금의 돈을 냈으면 결말을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문제 하나를 푸는 데에 5~10분 이상 걸린다면 바로 힌트를 쓰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또한 마음이 급해 힌트 코드를 빨리 치다가 힌트를 날리는 손님들을 정말 정말 많이 봤다. 나도 그랬었고… 그러니 급하게 하지 말고 침착하게 정확히 치는 것이 중요하니 신중하게 하자!


3. 움직여라!

 방탈출이 추리를 기반으로 자물쇠를 푸는 것이 많긴 하지만 생각보다 요즘 방탈출은 장치가 상상 이상으로 정말 많다. 따라서 예전 방탈출처럼 자물쇠에만 단서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생각보다 활동 반경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 자물쇠가 안 풀린다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방 전체를 무작정 모두 만져보는 것도 답이 될 수도 있으니 무조건 움직여라!

 또한 협동이 필요한 단서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그 점도 명심하기를!




 이렇게 방탈출 꿀팁을 풀어봤지만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쳐보려 한다.

 세상에 나만큼 추리에 진심인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어렸을 적부터 쭉 했었다. 그러나 방탈출 알바를 하면서 그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너무나 느끼게 되었다. 특히 다 큰 성인들이 연기를 맛깔나게 하면서 진심을 다해 크라임씬(추리 역할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 나보다 추리에 진심인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확신이 되었다.


 명탐정 코난으로 시작해 무한도전 패닉 룸 특집을 지나 더지니어스, 크라임씬, 대탈출, 여고추리반까지 이어진 추리 커리. 이런 추리 프로그램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는 이유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추리에 미쳐있기 때문 아닐까?


 대한민국 모든 사람은 명탐정 세포를 가지고 태어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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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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