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미디빅리그> ‘is 뭔들’ 시리즈 그리고 ‘갑분싸’ 코너를 가장 좋아한다. 이 코너들의 공통점은 장도연이 나온다는 것인데, 장도연식 개그가 딱 내 취향이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개그를 싫어하는 나는 장도연 개그가 참 좋더라. 장도연의 개그는 남을 비난하는 개그가 아닌 순간적으로 센스 있게 나오는 말장난 같은 개그라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어 참 좋다.
장도연이 웃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장도연이 호감인 이유는 ‘순수함’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착한 척하는 게 아닌 그냥 사람 자체가 아주 순수한 느낌. 장도연이 웃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면 누구나 ‘정말 순수한 웃음’이라고 느낄 것이다. 그동안 장도연이 웃는 걸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꼭 보길 바란다.
웃긴 사람을 좋아하는 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웃긴 축에 속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내 말에 틈 없이 계속 웃어주면 나는 더 웃겨주고 싶어진다. 뭐랄까.. 사명감? ㅋㅋ.
내가 지향하는 개그도 장도연식 개그와 비슷한데, 일단 말장난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모이면 서로 웃기겠다고 드립 배틀이 시작되는가 하면, 자학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주로 자신의 수치를 팔아서라도 웃기는데, 그 이야기를 하다가 폭주하는 이들의 모습이 정말 웃기다. 남을 깎아내리는 개그는 기분 좋게 웃을 수는 없기에, 차라리 내가 망가지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웃긴 여자의 덕목’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최근 들은 말 중 하나는 ‘넌 참.. 묘한 애야! 나도 모르게 너한테는 다 얘기하게 돼’라는 말이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 그게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기본 전제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 내가 먼저 나의 수치를 개그로 승화하여 들려주는 것이 시작인 것 같다. 나의 이야기와 비슷한 본인의 이야기가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어! 나도 그런 일이 있었어!’하며 말을 시작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가끔은 얼굴로도 웃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의 이야기가 웃긴 건 아니다. 말을 하거나 썰을 풀어줄 때도 유난히 재미있게 들려주는 사람이 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유독 입에 쫙-쫙- 붙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말맛’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특징은 주변인들에게 내 말투를 빠르게 전파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내가 말맛을 가진 이유는 유전인 것 같다. ‘할머니-막내 고모-나-사촌 동생 1’까지 우리 집안에서는 유독 말을 맛있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같은 말이라도 ‘얼마나 날것의 표현을 적절하게 사용하느냐, 날것의 표현이더라도 얼마나 적절한 포장으로 겉을 감싸느냐’에 따라 듣는 이로 하여금 얼마나 재미를 느낄지를 결정짓는다.
아무리 말맛이 좋아도 말할 거리가 많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개팅에 나가서 본인의 일생일대 웃긴 일들을 들려준 사람이 있는가. 소개팅 애프터에서 만나자마자 “웃겨줘!”라고 말하는 소개팅 상대를 만난 적이 있는가. 그게 나다. 사실 별로 웃긴 것도 아닌데, 그 사람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없어서 신선하게 느꼈을지도? 보통은 한 번도 나 같은 캐릭터를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유독 나를 신기해하고 웃겨하더라. 이들도 이제 나와 함께 지내며 ‘이지화’ 된다면 술술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낼지도.
사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그렇지만,
멋진 여자
섹시한 여자
귀여운 여자
처음 본 여자
웃긴 여자
많은 여자가 있지만
난 내가 참..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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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