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카이브 Jul 26. 2024

내가 사랑하는 모든 릴스들에게 <3

Good Morning!


 매일 아침, 일어나라며 소리치는 알람을 겨우 끄고 난 뒤,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채자마자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는 일이다. 당장 확인해야 하는 특별한 연락이 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마치 인스타그램을 정말 사랑하던 사람의 영혼이 “일어났니? 그럼 이제 인스타그램을 켜!”라고 조종하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인스타그램에 접속한다. 덕분에 내 손가락은 스트레칭도 하기 전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 눈동자와 손가락의 콜라보이다!) 그래서 대체 눈 뜨자마자 인스타그램 켜서 뭐 하냐고? 일단 자는 동안 보지 못했던 피드를 슥슥 넘긴다. 여행 간 지인들의 게시물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밤사이 일어난 사건들의 기사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아침부터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무리 내가 인스타 중독일지라도 한 시간 넘게 누워있진 않는다... 근데... 다들 이러고 살잖아?)



It's time to watch Reels.


 일어났으니 이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며 잠을 깨워야겠지? 초췌한 몰골에서 벗어나는 데는 해봤자 5분도 안 걸리지만, 나는 그 5분조차 참지 못하고 이 과정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을 본다. 자느라 놓친 것들, 아까 다 본 거 아니었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요즘 누가 인스타그램에서 피드만 보나? 텍스트로 이루어진 피드로 워밍업 했다면, 이제 ‘릴스’를 보며 웃을 시간이다! 사실 나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릴스를 그다지 즐겨 보지 않았다. 릴스뿐만 아니라, 타인의 게시물도 잘 보지 않았다. (심지어 친한 지인들의 게시물도 잘 안 봤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이전엔 인스타그램을 즐기지 않는, SNS 따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나만의 ‘쪼’가 있는 사람으로 비칠 것 같은데..... (아님 말고) 이건 그냥 내 추구미이고.... 그동안 나는 오로지 내 피드를 꾸미는 일에만 관심 있는 자기애가 지나친 인.낳.괴.였다.



Welcome to bunnysoom’s house.


 그렇다. 이전까지 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 속에서 오로지 ‘나의 계정’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만 갇혀 있던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하는 내내 내 피드만 들여다봤거든. (이런 나를 본 지인들은 왜 너 사진을 계속 보는 거냐고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동안 인스타그램을 마치 다이어리를 꾸미듯 내 일상을 기록하고 꾸미는 용도로만 이용했던 것 같다. ‘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라는 SNS의 정의에서 벗어나 있던 것이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더라면, 분명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대체 왜?”



Because…


 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하던 때부터 타인의 게시물보다는 내 피드 꾸미기에 더 관심이 있었거든. 근데 이건 인스타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각자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난 내 피드에만 관심 있어!”라고 할지라도 결국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결국 나의 피드를 꾸미는 것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더 나은 사람’, ‘더 멋진 사람’으로 비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난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 정도가 조금 심했던 것 같다. 너무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스스로를 검열했던 것이다. 사진을 올릴 때마다 지인들에게 어떠냐며 물어보기 십상이었고, (사실 이건 아직도 고치지 못했다) 좋아요 수와 댓글을 보며 자주 일희일비 하기도 했다. 이런 시간이 꽤 오래 지속되자 점점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취향은 무엇인지 몰랐다. 결국,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소통의 도구보다는 단순히 나를 꾸미고,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Burnout


 이렇게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인스타그램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올린 게시물이 충분히 멋지지 않다고 느껴질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고,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보면서 나의 현실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는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커졌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도피’였다. 갑자기 짐을 싸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고...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에서 도망쳐 나온 것이다. 고3 때도 비활성화하지 않았던 인스타그램을 과감히 비활성화하고, 매일 족히 50번은 눌렀던 핑크빛의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눈 딱 감고 홈 화면에서 없애 버렸다. 일단 눈에 띄지 않아야 될 것 같았거든.


 이때가 약 20살에서 21살이 되던 즈음인데, 이 시기는 내 삶의 전환점이 된 시기이다.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벗어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찾으러 다녔던 시기거든. 그동안 20살이 되어 서울에 상경하면서 들었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무작정 회피했는데, 이 시기 동안 머릿속에 떠도는 모든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나는 이렇게 약 두 달간 인스타그램과 이별했다.



Come Back


 하지만, 인스타그램과의 작별 시간 동안 느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했던 친구들과의 연락이 끊긴 것이다. 카톡도 있고 문자도 있긴 하지만, 일상을 공유하며 근황을 확인하고 간간히 연락하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때 무슨 일 있는 거냐며 연락 온 친구들... 이제야 말하지만 정말 감동이었다.. luv) 그래서 난 다시 인스타그램을 깔았고, 이때부턴 타인의 피드도 많이 보기 시작했다.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거의 처음으로 이 시기에 릴스를 보게 된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나름 오랫동안 하지 않는 동안 내가 원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달까... 그리고 확실히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니 요즘 트렌드를 모르겠어서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릴스를 볼 때마다 깔깔 웃는 친언니를 보면서, 나도 릴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Love IG


 그렇게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면서 왜 이제까지 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움을 느꼈다. 특히, 릴스를 통해 본 재밌는 콘텐츠들은 나를 항상 웃게 만들었다.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 전환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게다가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추천해 주어서, 볼 때마다 나의 관심사에 딱 맞는 영상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 덕분에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졌다. 이렇게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면서, 인스타그램에 대한 나의 시각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꾸미는 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며 내 삶의 영감을 얻는 하나의 공간으로 느껴졌다. 이제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단순한 SNS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I ♥︎


 하지만, 현재 숏폼 콘텐츠들의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나도 ‘도파민 중독’과 같은 문제점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고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그 매력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해서 영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숏폼 콘텐츠들은 단순히 끊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롱폼 콘텐츠를 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숏폼 콘텐츠는 현대인들에게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이다. 출퇴근 시간이나 짧은 휴식 시간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숏폼 콘텐츠는 복잡한 정보를 간결하게 요약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빠르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최신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숏폼 콘텐츠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건강한 소비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숏폼 콘텐츠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갓생’의 또 다른 말은 ‘과로’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사회가 말하는 건강한 삶의 척도는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즐긴다면, 숏폼 콘텐츠도 현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정 선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숏폼 콘텐츠를 건강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숏’한 즐거움은 때때로 우리에게 ‘롱’한 영향을 미칠 테니.



-

버니

작가의 이전글 계속계속 먹어도 부족하!!!‘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