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몇 가지 습관이 있다. 강박적인 성향이 짙어 일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들인데, 물건을 쓰자마자 제자리에 두고, 자기 전에 다음날 입을 옷을 다려놓으며, 립스틱을 줄 맞춰 세워놓는 것이 그 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나는 음식도 똑같은 음식을 질릴 때까지 먹곤 한다.
내가 자주 먹는 음식은 김밥, 포케, 샌드위치, 요거트 이뿐이다. 아니 요즘 들어서는 거의 이게 전부이다. 식당에 가서도 웬만해선 새로운 메뉴를 도전하지 않고 혼자 있을 땐 대충 떼우곤 했다. 이런 걸 보고 극강의 효율충이라고 하나… 생각해보면 나는 음식을 준비하거나 고르는 것이 귀찮아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택했던 경향이 컸던 것 같다. 또 개강을 하고나서 너무 바빠지니 수업 중간 중간에 음식을 후다닥 먹어야 했는데, 이 와중에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그만큼 짜증날 수가 없었다.
이처럼 효율적인 것만을 추구하다 보니 점점 왠지 모르게 지쳤던 것 같다. 일상적인 일들도 그렇고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음식을 즐기기 보다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용도로 음식을 대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매일 반복되는 같은 메뉴는 나에게 편안함을 주긴 했지만, 동시에 음식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일상에 지쳐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것이 주는 작은 기쁨을 외면한 채, 먹는 행위가 점차 의무감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니, 나는 나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음식이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나를 위한 행복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원래도 건강한 음식을 주로 먹긴 했지만, 일주일에 4번 이상은 빵을 먹곤 했으니 결국 말짱도루묵이었다. 그러다 직접 음식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나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사실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음식들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 기분과 에너지 수준에 얼마나 큰 변화를 주는지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일상에서 끼니를 챙기는 것은 그저 단순한 식사가 아닌, 나 자신을 존중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 끼니를 소중히 여기고, 영양 가득한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이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스스로를 위해 차리는 식사도 나에 대한 존중이자 배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의 몸을 위한 음식을 먹는 것은 나에게 작은 행복과 에너지가 된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앞으로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며 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싶다. 작은 변화들이 쌓여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며, 나를 위한 정성과 사랑이 담긴 식사가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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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