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의 Music of the Spheres에서 깨달은 경계 너머의 이야기
단일 민족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 ‘다름’은 쉽게 눈에 띄고 때로는 경계의 대상이 된다. 모두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존재를 ‘이방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진짜 이방인이라는 감정은, 단지 피부색이나 언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건 어딘가에 발을 딛고 있음에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에 찾아온다.
작년 나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머물렀다. 오랫동안 꿈꿔왔고, 기대도 컸다. 하지만 도착한 첫날밤, 나는 낯선 방에서 펑펑 울었다. 이미 친구를 만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였고, 아무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깊게 느꼈다.
나는 이방인이구나.
미국은 다양한 이방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라다. 그렇기에 이방인끼리는 서로를 알아본다. 영어 발음에 서툴고, 문화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그 다름을 탓하지 않고 먼저 웃어준다.
그래서였을까. 백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긴장했던 내가, 같은 이방인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마음이 편안했다. 우리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이해했고, 그래서 함께할 수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감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한번 깊게 되살아났다.
바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장에서였다.
우주의 음악, 모두를 위한 무대
콜드플레이의 Music of the Spheres 콘서트는 외계 행성들을 세계관으로 삼는다. 지구에서 온 사람, 지구가 아닌 곳에서 온 존재, 생김새도 말하는 언어도 모두 다른 존재들이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그 장면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말 없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선 모두가 환영받는다. 이방인은 없다.”
그리고 그 선언은 단지 감정적인 포용에 그치지 않았다. 콜드플레이는 그들이 직접 발 딛고 있는 이 땅, 즉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까지 외면하지 않았다.
월드투어는 엄청난 자원을 소비한다.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며 발생하는 탄소, 수만 장의 앨범이 팬싸 응모용으로 버려지고, 굿즈는 수백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든다. 음악 산업은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거대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콜드플레이는 멈췄다. 2019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투어를 중단한 것이다. 수익도, 팬들과의 소통도 잠시 멈추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돌아왔다. 관객의 움직임으로 무대 전력을 생산하는 ‘키네틱 플로어’,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만드는 ‘파워 바이크’, 100% 생분해 가능한 ‘자이로 밴드’. 그 모든 장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상징이었다.
콜드플레이는 음악을 넘어, 지구를 위한 공연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름’은 차별이 아닌 조화가 되었고, ‘이방인’은 소외가 아닌 중심이 되었다.
다름을 껴안을 때, 진짜 연결이 시작된다
한국에서 자라온 나는 늘 주류였다. 하지만 미국에선 비주류였고, 이방인이었다. 그 경험은 처음엔 나를 작게 만들었지만, 결국 나를 더 넓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누구나, 어딘가에선 이방인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을 향한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콜드플레이는 무대를 통해 말한다. 지구 너머, 우주 어딘가에서 모두가 함께 춤추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고. 그곳에는 경계가 없고, 이방인도 없다. 음악, 환경, 사람…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그리고 나도 그날, 수천 명의 관객과 함께 팔에 자이로 밴드를 차고 춤을 추며 느꼈다.
“나는 이방인이지만, 외롭지 않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더 복잡해지고, 때로는 더 날카로워진다. 그럴수록 우리는 이방인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군가가 혼자라 느낄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으니까.
경계 너머, 연결은 언제나 시작될 수 있다.
음악처럼, 우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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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