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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니 Sep 06. 2022

제주에서 당근 마켓이 잘 되는 이유

신니의 제주살이 5

제주도는 당근 마켓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달살이 할 때 당근 마켓을 켜니 오늘 아침에 잡은 참돔 팝니다. 농사지은 귤 팝니다부터 해서 자전거, 옷, 육아용품, 그릇, 가구 등 정말 많은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서울에 살 때도 당근 마켓은 유저가 많은 어플이라고 느끼고 있었지만, 뭔가 제주도가 더 활발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카페나 식당 같은 곳에서 ‘당근~!’ 하는 알림 소리를 정말 심심찮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알림 소리에 돌아보면 꽤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제주에도 쿠팡 물류센터가 있어서 꽤 빨리 배송이 된다.(서울 살 때보단 하루정도 더 늦게 오지만..) 하지만 나도 제주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당근 마켓을 자주 기웃거리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추가 배송료, 그리고 배송되지 않는 물품들 때문이다.


이전 글에도 적었듯이 제주도는 뭔가 주문하면 추가 배송료가 붙는다. 몇 천 원의 얼마 안 되는 돈 같지만, 배송도 늦게 받게 되는데 추가 비용까지 더 내야 한다는 것이 어느 순간 약간 억울하고 아까워지게 된다. 꼭 새 제품이 아니어도 되는 물건들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한두 번 쓰다가 내놓는 건데 뭐~’하는 생각으로 당근 마켓을 켜게 된다.


이사 후 침대 옆 협탁을 사려고 여러 사이트를 둘러봤는데, 협탁이 조그맣긴 해도 가구로 분류돼서 제주에 배송할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곳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서울에 있는 친구가 협탁을 선물해주었는데, 서울 친구 집으로 배송을 받아서 친구가 제주도로 보내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지경이니 제주도 사람들이 ‘이미 섬에 들어온 물건’을 찾아 당근 마켓을 찾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당근 마켓 이용이 많다 보니 ‘동네 생활’ 게시판도 활발한 것 같다. 이사 온 후 생활 노하우나 맛집 추천, 산책로 추천 등에 대한 질문을 올려 동네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태풍에 내 차가 날아갈까 봐 올린 ‘스파크 차량 태풍에 날아갈까요?’라는 질문에는 ‘전봇대에 묶어두세요’, ’저 몸무게 좀 나가는데 앉아드릴까요?’, ’스파이더 빨판 옵션 추가 안 하셨나봐요’ 등 댓글이 41개가 달리며 거의 실시간 채팅 수준으로 재미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당근 마켓을 잘 이용하게 될 것 같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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