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순간의 기억이 소중하니까.

by Something

오래 연애를 하지 않았어도 그때 그 시절 연인과의 기억으로 따뜻하다. 뜨거운 햇볕에 더워하는 나를 위해 목걸이를 손으로 가려주던 그 손. 소위 말하는 썸 타는 기간의 편지와 말. 다정했던 행동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감정도 새록새록하다. 기억은 빛바랜 추억이 되어 좋았던 건 좋았던 기억으로, 나빴던 기억도 좋았던 기억 혹은 나쁜 기억 또는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기억하고 싶지만 조금씩 흐릿해지는 기억도 있고, 여전히 선명한 기억도 참 많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이 집안 행사에 늦게 참석하느라 우리를 대신 챙겨주던 큰 엄마가 엄마가 도착하기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은 시간이 지나도 속상하다. 아니 시점이 달라진다. 그 어린아이에게 그렇게 말한 어른이란 사람이 이해되지도 않고 참으로 나빴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잊히지 않은 기억은 가슴에 새겨져 아직도 울컥한다. 어릴 적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던 돈가스와 그 옆에 함께 먹으라고 채 썰어서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리며 엄마가 만들어준 양배추 샐러드. 연신 맛있냐고 물어보며 한 요리하지 않냐고 말하던 아빠의 모습이 참 좋았다. 이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는 내가 만들어 준 적이 있었냐며 의아해했다. 기억이란.

우리 할머니와 동대문에 놀러 갔다가 손주에게 뭐라도 사주고 싶어서 이거 사라고 얼마냐고 계속 물어보셨었는데. 그땐 나도 길을 몰라서 버스 타고 오느라 할머니가 참 고생 많으셨다. 그 이후로 다신 안 가겠다고 하셨었는데. 조금 더 즐겁고 재미있게 서울로 놀러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오고 했다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진 않았을 것 같다. 이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나의 1초 눈물 버튼이다. 이런 기억은 지워지지도 않고 갈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이런 기억은. 왜일까 대체.

사실 오늘은 슬픈 기억보다는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려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 수록 ‘나 때는 안 그랬데’싶고 예전 이야기가 늘어간다고 한다. 오래된 친구가 좋은 건 그만큼 함께한 기억이 많아서 옛날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찰나의 그 한순간이다. 그 한순간이 평생을 살게 한다.


며칠 전 친구가 동영상을 공유해줬다. 그 영상 속에선 2년을 함께하고 세상을 떠난 그녀를 잊지 못해 50년을 홀로 산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그녀를 더 많이 사랑해주라고. 내 사랑은 그녀뿐이었다고 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힘들 때 도움이 되었던 건 좋아하던 아이돌의 공연장에서 인사를 해주고 눈 마주치던 그 짧은 순간이었다. 그때마다 참 운이 좋게 앞자리였다. 멀게만 느껴지는 아이돌이다. 다른 세상 속 사람이 내 앞에 있고 노래를 불러주는데 그 시선의 처음과 끝에 서로가 있음이 참 좋았다. 그 찰나의 순간이 행복했다.


기억은 서로가 다를 것이다. 난 눈이 마주쳤었다 생각하지만, 어차피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는걸 분명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찰나의 순간으로 이별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기도 한다. 우리가 추억이라 부르는 그 장면도 찰나의 순간이다. 영상을 편집하듯 그동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모아서 보고 싶을 때 꺼내본다면 좋을 텐데. 나도 연애를 많이 해본건 아니지만, 그때 그 순간의 기억으로 살아간다. 그 기억이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 기억을 재연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러는 게 아닐까.


순간의 반짝임이 영원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잡아보려 노력할까. 아니면 추억으로 남겨둘까. 이 또한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