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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날 있잖아요...

by 이름없는선인장

왜 그런 날 있죠?

어릴 적 맘 터놓고 지내던 친구가 막연히 보고 싶은 날.

그 때는 정말 친해서

우리가 이렇게 연락도 안하고

떨어져서 살게 될 거라고

우정이 그 정도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살면서 친구들도 멀어지게 된 40대 중반..

오늘은 그런 날이예요.

20대의 그 날이 그리워지는...


20대에 제게는 정말 친한 친구가 둘이 있었어요.

'인생 베프'라고 하는 친구가 있고, (친구가 제게 기대는)

또 한 명은 오히려 제가 기대는 친구가 있었어요.


제게 기대는 친구는 '베프'지만, 힘들때도 누구보다 절 잘 도와주지만,

한 편으론 매번 자신감없고 삶에 부정적인 그녀를 만나고 들어오면 제가 너무 힘든 거예요.

그녀의 같은 고민, 나의 같은 위로, 또 같은 고민,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가 심적으로 지쳤어요.

10년 넘게 우정을 지켰지만, 영원할 것 같은 그 친구와의 우정은, 정말 예고편도 없이 한 순간의 싸움으로, 서로에게 지치고, 어쩌면 너무 친하다고 막 대해서, 정말 알고 지낸 시간고 추억과는 상관없이 그냥 사라졌어요.

그 충격에서 벗어나긴 정말 힘들더라고요. 제가 여러 번 사과도 했지만, 어쩌면 서로 너무 닮아있었고

서로의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관계는 회복하지 못했어요.

그 땐 저도 힘들었고, 모두 힘든 젊은 20-30대 초의 청춘이었으니까요..


제가 힘들 때마다 기대고 같이 룸메이트로 살았던 다른 친구도, 어쩌면 제가 많이 기대고 더 의지했을 수 있는데, (그래서 부담스러웠을까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가 갑자기 미국에서 나오고, 친구는 계속 미국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귀국하고 바로 1-2년에는 제가 여름휴가 때 미국까지 날아가서 서부여행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 그녀도 결혼하고, 애도 낳고

그리고 우여곡절 많은 타지 삶을 산다는 걸 알게 됐죠.그것도 SNS를 통해 연결되어,

서울에 가끔 와서도 얼굴을 보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서로 멀어졌어요.

저는 아쉽긴 했는데, 아마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녀의 삶도 힘들고 '치열하게 살았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 보면 아마 그녀도 주변을 돌아볼 기회는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짠하네요.


저도 20대 후반부터 30대 내내 너무 힘들어서..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더라고요.

그리고 사람이 아프니까 예민해지고, 온갖 고민과 불평불만만 하던 저를 누가 좋아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까칠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남들의 고충을 몰라주고,

공감대'를 주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저는 오늘..

그 친구들이 그리워요.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몇 시간씩 수다를 떨 수 있었던 젊은 날의 우리.

미래가 불투명해도,.. 그리고 우리가 40대 중반에 이런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영원할 거 같던 우정도 이렇게 변해있을 거라고 20대 때는 전혀 상상을 못 하잖아요.

막연히 연애사나 결혼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

친하다고 결혼하면 아래 윕집을 사네,

커플로 여행을 다니네 그랬는데...


친구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학생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하게 되고, 어떤 능력을 발휘하며 살지는

정말 모르게 되는 것 같아요.


한 친구는 국내에서 국대까지 한 운동선수였다가 이제는 학업으로 석사가 2개에

미국 공인회계사까지 취득했다는 포스팅을 봤어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치열하게 살았구나..

살아나가고 있구나.. 느껴요..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그 친구가 많이 보고픈 날이에요..

20대의 우리 젊은 날도요...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의 관계도, 우정도, 서로 친하다는 기준치가 달라지는, 원하는 바가 달라지고 서로에게 느끼는 친밀도가 줄어드는 절대 같을 수 없는 이렇게 소원해지고 변하는게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매번 씁쓸하고 낯설고 그러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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