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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남는 자와 떠나는 자 ep02

40대 후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by 이름없는선인장

[그래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내가 만나고 겪었던 사람들이 모두를 대변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번의 경험이, 이 글이, 적어도 내가 회사에서 만나는 힘든 인연의 상처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여러 조직을 거쳐 신입과 경력직, 팀원과 팀장, 후배와 선임, 멘토와 멘티, 이직자와 퇴직자, 면접자와 면접관, 조직에 남는 자와 떠나는 자 등 수많은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


만남과 이별의 굴레에서 그리고 주 5일, 최소 8시간을 함께하며 그들과 함께 겪어나가는 일들은 우리에게 흔히 농담처럼 “우리 회사 이야기 웹툰으로 하면 대박 나겠다”리는 표현을 할 정도로 보편적이면서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할 것이다.


단지 우리 회사뿐일까?


우리는 각자 회사에서 특별히 스트레스를 주는 받는 특정인이 있다. 내 옆자리 동료던, 상사던, 굽신거려야 하는 유관부서 사람들이던, 팀 내의 프리라이더 건, 팀장/임원이건, 그 누가 되었던 내가 아닌 다른 상대방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사내 정치에 휘청거리고, 승진을 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서로 평가한다. 그리고 그 외에 일어나는 수 많은 불평등과 무책임 등을 술잔과 안줏거리로 날려 보낸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또다시 분노, 화, 답답함, 불공정, 불평등,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표정과 감정으로 표출하며 버텨나간다. (난 포커페이스가 안되니까)


그렇게 매일,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바꿀 구 없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으면서 누적되는 스트레스는 어느 누구 하나 “퇴사”를 하기 전까지는 피할 수 없는 생존게임에 갇히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며 각자의‘탈출’을 다짐하며 퇴근하고 잠든다.




지난 몇 달간 나는 한 사람으로 인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남던 그 사람이 남던 더 이상 같이 한 조직에서 일하기 힘들었다. 같은 팀에서도 같은 파트였기에.

“자신의 경험으로 상대방을 판단하지 마라”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며 나는 이 글을 발행하기 전에 한 없이 망설였고, 한 없이 조심스러웠다. 보기에는 성인군자 같고 참 좋은 말. 맞는 말.


하지만, 현실에선 특히 직장에선 판단은 수 없이 이루어진다. 아니 해야 한다. 인사평가, 동료평가, 면접 등.


[피해자는 누구인가?]

작년 말, 팀 내에 공석이 생기고, 충원이 되지 않아, 마지못해 급하게 탈락 후보 군에서 뽑았던 사람이었다. 긴가민가 딱히 적임자는 아니었지만, 주니어급이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던, 또는 봐왔던 마케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면접 내내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말도 느리고, 표정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5초 후에 답하는 그녀의 답변의 내용은 나쁘지 않았고 그때는 그것이 신중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마케팅 데이터 분석 기반 세팅을 검토 중이었기에, 기획력이나 창의력 외에 그녀가 말하는 분석력을 믿었다. 그저 차분하게 본인 직무와 연관된 일은 기본적으로 할 거라고 생각했다. 6-7년 차, 작은 회사에서 파트장도 해보았디는 말을 나는 믿었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그리고 나와 팀장님은 서로 면접관으로서 첫 판단 미스리며 안타까워했다지만, 레퍼런스 체크를 안 한 게 제일 큰 원인이면 원인.


‘자소서’가 정답은 아니고, 10분~30분의 면접과 서류상의 프로필과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로 그 사람의 ‘성향’과 ‘스타일’을 파악하기 힘들다지만, 같은 한국인들끼리 한국말로 대화하고 있지만 외국어를 쓰는 느낌. 그녀의'이해했다'는 그때를 회피하기 위함이고 돌아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또한 모든 것을 남 탓, 상황 탓하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에 적힌 “찾아서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7개월이 지나도 그녀는 신입처럼 행동했고, 다 남들이 해주지 않았다고 탓만 하고 있었다.


같은 회의에 들어가 혼자만 다르게 이해하고 다르게 일처리를 하다가 다른 팀원들이나 윗선에 공유가 안돼서, 나중에 가서야 다른 팀원들이 일을 두세 번씩 다시 하게 되면서 “해준다”와 “인내심”의 한계가 다다랐다. 대행사와 같이 하는 일인데, 한 사람의 담당자가 아닌 3-4명이 그녀의 일을 백업하고 있었다. 오히려 대행사로부터 다른 담당자에게 맞냐고 확인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본인이 담당임에도 불이행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더 잘하니 더 해달라는 요구는 본인이 못할 때, 불가피할 때만 그것도 부탁에 의해 하는 거지, 매반 ‘당연히’가 아닌데, 어느 순간 그녀는 취합 & 전달자가 되어 있었다. 팀원들은 이럴 거면 담당자가 팀 내에 왜 있고, 그녀가 하는 일이 뭔지 돼 묻기 시작했다. 차라리 본인들이 직접 대행사와 일하는 게 말만 옮기고 (이상하게) 잘못 정보 전달해서 일을 꼬이게 해서 정정하는 시간보다는 빨라 보였다. 하지만 팀장님은 업무 조정을 하지 못하셨다. 팀 내에 다른 일을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뭘 시킬 수 있냐며 PM자리는 안 된다고 하셨다. 팀 내에 디른 티원이 마케팅 경력자인데도 팀장님은 업무를 적임자에게 시키지 않으신다. 답답하다.



[후배는 가르쳐야 하는 범위는 어디까지?]

입사 7-8개월 차,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책임지거나 결정하고 싶지 않은 그녀는 파트장인 나에게 팀장님에게 언제,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하물며 뭔지도 모를 첨부 파일을 붙여서 보내야 할지까지도 나에게 물어보며 일명 ‘컴펌”을 해달라고 했다. 같은 팀의 팀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도 바로 회의를 간단히 소집하고 의견을 취합해 정리하면 될 것을 2주의 시간을 두고 이메일을 보내려고 한다. 그 이메일도 “컴펌”을 해 달라고 했다.


아침 출근해서 퇴근까지 난 그녀가 보내는 수많은 매시지 와 이메일 홍수에서 다 정해달라고 하는 그녀의 모습과 누가 이야기하면 “이거 파트장님이 컨펌한 거다”라고 말하기 위해 물어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 아니 신입 사원같이 말하는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느꼈다. 6-7년의 경력과 파트장도 했다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또한, 일의 경험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이해력 부족과 판단 미스로 공유나 보고를 하지 않고 업무를 진행하고 (보고서 작성을 잘하지 못한다) 그 후에 문제를 지적하게 되면 책임 회피, 남 탓, 상황 탓, 그 외 핑계로 모든 것을 돌리는 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의견을 묻는 것은 문제의 추궁이 아닌데도 그녀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걸 아니 인정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나는 끊임없이 또 다른 가스 라이팅을 당했다. 일명 파트장 가스 라이팅.

- 파트장님, 저 파트장 해 본 사람이에요. 저도 일 할 만큼 해 봤고, 다 알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저는 파트장님이 시키시는 일만 할 거예요.

- (일에 잘못됨을 사무실에서 지적하면) 파트장님, 왜 직원인 저를 미워하세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저를 보호해 주셔야지요.

- 파트장님 의견 주시면 전달할게요. (이멜 제목을 말해주거나 하는 건 없다 : 대행사에서 온 파일을 던지고 의견 주세요라고 한다. 본인은 열어는 봤는지

의문이다.


업무의 전/후 사정을 보고해야 내가 결정을 해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참조로 걸려있는 수많은 이멜 중에 그녀가 말하는 이 메일은 무엇일까? 파트장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죄송하다는 말 없이 대화를 끊고 급하지도 않은 건을 결정해 달라고 한다. 업무 중 '창 흔들기’는 시도 때도 없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화법]


1. “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몰라요”

우리는 입사 후 7개월이 지난 지가 언제인데, 무슨 업무에 따라 "본인은 PM이 아니라 제품을 모른다" "본인은 기획자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본인은 7개월밖에 되지 않아 사이트를 잘 모른다"라는 식의 멘트를 끊임없이 달고 살았다. 유관부서에서 업무 협업 차 문의해도 저 멘트를 꼭 당당하게 달았다. 그러면서 팀의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토스했다. 우리는 그 해당 브랜드의 온라인 마케팅을 하러 온 그녀가 담당자인데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서 다 떠 넘기는 게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업무 7개월 차면 알 때도 되지 않을까마는 그녀는 아무런 제품서비스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고, 다 PM들에게 물어보고 회신받는 데로 복사해서 붙여 넣기만 했다.


2. 밑도 끝도 없이 “확인해 주세요”

다른 팀원들이나 팀장님에게 사내 메신저 창에 보고서나 첨부 문서를 설명도 없이 보내고 확인해 달라고 한다. 단체방에는 여러 명이 있는데 누구 앞으로,

문서의 어느 부분을, 어떤 거 중심으로 의견을 전달해 달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도 없다. 그럼 그 해당 메신저 창 외에 다른 창에서는 '도대체 나에게 무슨 건을 봐달라는 거지?' '도대체 저 사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저 파일을 보고 뭘 이야기해줘야 하는 거지?'라는 대화가 오고 가기 시작한다. 공개적으로는 PM들이 더 잘 알아서 자기 의견은 없다 또는 PM의견과 같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3. 파일 첨부 안 보거나 vs 없거나, 그래도 확인해주세요.

본인 앞으로 온 첨부 파일은 시용자 권한이 제한되어 있는 파일이 많다. 그러나 팀원들에게 공유 시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재첨부하거나 수신자들이 권한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어떠한 설명도 없이 팀장님 앞으로도 이메일을 그냥 회신하면서 확인해 보라고 한다. 파일 내용을 당연히 보지 못해서 매번 다시 보내달라고 주의하라고 해도 그녀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행사와 오가는 수많은 이메일 제목에는 여러 안 건들 이 한 이멜에 나 뒹글고, 본인의 정리된 기획안이나 수정 정리된 파일은 없었다. 즉, 이메일 본문 안에 여러 가지 안 건에 정리 요청 사항이 이미지도 없이 나열되어 있거나, 본인이 보고 정리해야 하는 부분도 대행사에게 수정해서 주지 않고 “오탈자에 신경 쓰세요”라고 보낸다. “다시 한번 더 확인하세요”라고. 정리해서 주는 히스토리가 없다.


4. 회의 일정은 내 맘대로?

회의를 해야 하는데,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스케줄 조정을 미리 하지 않는다.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사전에 일정 확인하고 잡으라고 하면 그냥 하루 전 날에 통보하고, 그전에 공유되어 의견을 받아야 할 사전 자료는 해당 일 아침에 공유되기 일수였다. 같이 참석하는 사람들은 내가 왜 회의를 들어가야 하는지 영문을 몰라 파트장인 나에게 다시 묻기 일수였다. 몇 번을 이야기해도 팀원들에게 일정 묻는 게 어려운 일인가?


5. 본인의 의견이 없는 담당자?

외부업체와 회의 준비를 하러 30분 먼저 간다는 그녀는 막상 회의가 시작하면 회의 주체를 하지 않는다. 대행사가 허둥지둥 와서 세팅하기 바쁘고, 회의록을 적는다고 회의 내내 메신저 또는 타이핑만 하고 있다. 말을 안 한다. 그리고 회의 마지막에도 본인은 질문이 없다며 나를 부르며 의견 있으시면 말씀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의견을 말하면, 의견이 없다 더 그녀는 그제야 한 두 마디 더 덧붙인다면서 대행사에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왜 항상 내가 이야기를 해야 본인은 그 뒤에 이어 말하는 건지? 거기다가 온갖 전문 용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6. 본인이 편할 때만 담당자 + 결정 + 공유 안 함.

그녀는 본인 맘대로 월 미집행 금액을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처리하다가 나중에 알게 돼서 지적하자 대행사 탓을 하기 시작했다. ‘역량이 안돼서’ ‘본인이 미루라고 했다’ 고 했다. 그런 큰 의사결정은 본인이 담당이라고 한 걸까? 대행사도 내가 윗 상사이긴 해도 “담당자가 다 결정한거다”라며 나름 회피하고 방어적인 입장을 취했다. 난 그녀가 공유를 안하면 대행사에 뭘 물어볼 수도 없었다.


7. 대행사에게 갑질 - 불편한 그들의 관계

대행사에게 너무 강한 어조로 지시만 하거나, 다그치고 기획안만 내놓으라고 했다. 감정 기복이 심해 대행사 직원이 퇴사하기도 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물며 같은 동성 대행사 직원에게 ‘볼을 꼬집으며 귀엽다’라는 행동을 하기도 하여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대행사 팀장들과 면담 시 그들은 하나같이 진실을 말하면 그 담당자에게 말이 고스란히 전해질까 벌벌 떨고 있었다. 대행사가 무능력하고 불이행했다며 계약 파기를 진행했지만 우리는 그것이 결코 대행사만의 잘못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우리 ‘착한 팀장 콤플렉스’에 빠진 팀장님은 ‘마지막까지 잘 보내주자며’ 권고사직을 추진하지 않으셨고, 경위서나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8. 아프면 조퇴?

그녀는 입사 초반 때부터 병원에 가는 일이 많았다. 약을 타야 한다고 했고, 병원에 가는 것은 크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휴가도 업무에 지장이 없으면 써도 되지만, 그녀는 오전에는 멀쩡했는데, 오후만 되면 '코로나 인 것 같다' 던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중간에 병원을 가는 게 아니라, '조퇴'를 하겠다고 했다. 즉, 어떠한 반차나 연차 소진을 하지 않고 출근해서, 3시-4시 또는 내가 퇴근하는 5시에 조퇴하면서 (본인은 6시 퇴근) 집에 가겠다고 하는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업무 중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지금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으니, 파트장님이 결정해 주셔라' 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그 정도로 아프면 집에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정신이 없고, 지금 하나도 머리에 안 들어와서 어제 이야기 한 걸 다시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 경력직에 프로면 자기 몸 관리는 알아서 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선 아프다고 집에 가서 대행사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일을 하고, '일을 한 티'를 낸다. 아파도 일을 했고, 쉬면서도 일을 하는 본인이 이 팀에서 업무를 제일 많이 한다며 다른 팀원들에게 헌담을 하고 다녔다.


마지막에는 업무 인수인계를 잘하라고 퇴사 일을 정했지만 그녀는 거의 매일 오전 근무만 하기도 하고, 휴가 처리를 입력하는 전산에 입력하지 않고 무단결근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팀장님은 본인도 컨트롤이 안된다면서 허허실실 보내셨다. 그녀는 당당하게 자기는 인사팀 담당자와 후처리로 휴가를 입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 곳에도 일정표도 자기 마음대로 입력하거나 하지 않았고,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안 나오면 아무도 찾지 않던 그녀의 지난 한 달간의 행방. 그럼에도 화를 내지 않는 팀장님 덕에 그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퇴사했다.


내가 5개의 수정 사항을 주면, 본인이 하고 싶은 2개만 수정하고, 어떤 것을 수정했다고 말 안 하고, 다 적용했다며 이메일과 자료를 보낸다. 그럼 나는 매의 눈으로 그녀가 어떤 걸 수정하고 어떤 걸 안 했는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봐야 했다. 그리고 왜 수정을 다 안했냐고 하면, 그제야 구구절절 왜 안 하고, 못하는지에 설명을 했다.


적어도 파트장이나 팀장이 물으면, 해당 업무에 대해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보고해야 하는데, 본인의 부족함이나 처리가 안 되는 부분은 절대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업무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을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또한, 실무를 모르는 팀장님은 그녀가 ‘별일 없다’ ‘다 처리됐다’라는 식으로 하면 다 넘어갔다. 누구를 탓하리.



[마지막 날]

그녀는 모두에게 놀랍도록, 나에게 속사포로 “차장님, 여기 USB에 자료 다 있고요, 웹하드에 백업 다 해놓았고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뒤도 안 돌아보고 USB를 내 책상에 밀어 넣은 후 뛰어 나갔다. 나는 눈앞에서 같이 파일을 열어보고나 확인하지도 못했고, 팀장님이 봐주라던 마지막 인사도 해 줄 필요가 없었다. 다른 남은 팀원들에게도 눈도 안 마주치고 허겁지겁 뛰어 나가며 안녕히 계셔요”라는 그녀의 행동에 너무 당황을 했다.


퇴사가 결정되고 지난 한 달, 그녀와 어느 팀원들 누구 하고도 좋은 인사와 밥이나, 차를 먹은 팀원이 없다. 그녀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지난 한 달을 지냈고, 다른 팀에서 볼 때 우리가 그녀를 따 시킨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녀의 미숙하고, 남 탓만 하는 일처리와, 급하게 해야 되는 업무들을 다 버리고, 그녀의 뒤치닥 거리 업무를 해야 함에 화가 나 있었다. 팀장님도 그녀를 믿지 못해 더 이상 일을 시키지 못했고, 아무리 직보고를 받겠다 해도, 엉성하게 넘기시기 일수였다. 화는 계속 남아있는 팀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오히려 빨리 퇴사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있으면서 본인 맘대로 일은 안 하고 월급만 더 받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아무런 일도 안 하고 있었지만, 팀장님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게 잘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그녀를 감쌌다.




입사 후 그녀는 업무 상이라기보다 개인적으로 초반에 나에게 스토커 기질을 보였다.

그녀가 퇴사한 지금도 난 이틀 동안 그녀에 대한 악몽을 꿨다.


그녀는 내가 반차를 내고 나가면, 전화를 해서 급한 업무를 보고하는 줄 알았지만, ‘차장님, 어디예요? 뭐 먹어요? 누구 만나요? 먹는 음식 사진 찍어 주세요’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팀원들이 있는 앞에서 그녀의 업무상 잘못한 점을 이야기하면 그녀는 저녁 10시까지 카톡으로 왜 그녀가 잘못하지 않았는지, 내 입에서 우쭈쭈 하거나 알겠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본인 탓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같은 직원을 왜 다른 직원 앞에서 혼을 내냐는 둥 이상한 발언을 했다. 내가 파트장이면 내 파트원은 뭘 해도 무조건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점심을 누구랑 먹는지, 왜 자신에게 나이스 하게 안 하냐는 둥, 질투도 심했다.


나는 그녀가 애정결핍이 있고, 정신과 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멘털이 너무 약해 보였다. 그 전 회사에서 남자 직원들하고만 일했다고 하고, 지금 여기 회사는 여자가 주여서 기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생전 처음 접하는 이런 팀원은, 특히 같은 파트원에게 심리적으로 너무 시달리고 관심을 요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부분을 팀장에게 말하기도 애매한 부분이기도 했다. 파트장으로서 내 파트원을 잘 컨트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고, (물론 인사권은 없지만), 업무를 같이 잘 해내가기 위해 어느 정도 후배를 육성하고, 잘 어르고 달래서 정착시키는 부분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스개 소리로 많은 팀원들이 그녀가 퇴사하고 나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그녀가 이 모든 상황을 그녀만의 스토리로 각색해서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다니는 부분이 있을 거라 맘에 많이 걸리지만, 이제는 그녀와 어떠한 일로도 엮이고 싶지 않다.

물론 내가 10년도 차이가 나는 후배의 공석으로 그 일들을 후임이 올 때까지 해야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존버 한 내가 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도 있지만, 나도 이곳을 떠나고 싶기에 누가 승자라고 하기엔 맘이 복잡하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전혀 시키는 대로 한 게 아니고

이해했다고 했지만, 이해한 게 아님을.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남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던 그녀.

그녀의 화법은 다 타인에게 돌아가 있었다.

어느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고, 친분을 깊게 쌓지 못했던 그녀. 그녀는 1년만 있다 퇴사한다고 했지만, 9개월 맘에 막을 내렸다.


내 생애 처음 겪은 이 사람과의 인연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사람의 말을 못 믿게 되고, 신뢰가 깨져버린 그리고 본인의 불능과 불통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한 사람을 보고 있는 건 참 많이 안 좋았었다.


언제까지 악몽을 꿀 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그녀의 표정, 행동. 눈빛이 무섭고 그녀의 허언증에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그녀의 핑곗거리가 되었는지, 피해자 코스프레에 가해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더 이상 진실은 알고 싶지 않다.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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