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여자직장인으로 살아남기
마지막 출근 후 딱 한 달이 흘렀다.
서류상으로는 2주가 흘렀다.
(이렇게 시간을 재고 있는 것도 초초함의 척도이겠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간신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아직 '백수'보다는
'이직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물론 더 거창하게 '삶의 쉼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한 달쯤은 그냥 쉬어'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그 한 달 안에 나의 마음속에 벌써 초조함이 내려앉았다.
-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 채용공고가 뜨지 않을 것이고,
- 이직도 노력과 시간과의 싸움이므로, 면접 전형이 1차, 2차여도 2주, 1차, 2차, 3차까지 하는 곳은 한 달은 잡아야 하니... 시간이 넉넉하다고도 여겨지지는 않는다
- 그렇다고, 이직 준비 안 하고 퇴사 한 걸 후회하냐고 물으면, 나는 '그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난 절대적으로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쉼표가 필요한 상태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조금씩 괜찮음을, 나 자신으로 되돌아가려고 노력 중이니까.
그 쉼표의 기간 동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직을 해야 한다.
쉼의 기간이 짧을수록 경쟁력 있는 오퍼가 들어오고, 빈도수도 높다.
아직은 백수 한 달째,
이직은 나에게 기회라고 믿어야 하는 시기.
[이직을 위한 나의 도전]
- 최종 합격 1곳. 서류 전형 합격 1곳, 서류 전형 탈락 2곳.
모두 다 헤드헌터를 통한 지원하고 있다.
한 곳은 먼저 연락이 오고, 나머지는 내가 공고를 보고 먼저 지원한 곳이다.
(기존 글에 헤드헌터가 먼저 연락을 준 곳에 대한 합격 이야기를 했고 왜 내가 그곳을 가지 않았는지도 적었으니 여기서는 불합격 중심 이야기들을 하고자 한다.)
매번 그러하지만, 서류 전형에서부터 탈락은 그리 달갑지 않다.
경력 연차가 많기 때문에 서로 신중함이 있고, 원하는 리더십 포지션이 명확하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헤드헌터들이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특정한' 배경, 경력, 성향, 성별 등 선호 요소가 있다는 것도 있다. 그것은 절대 JD의 내용이 다 반영되어 있지 않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 회사의 인사담당자나 해당 부서의 사람이 아닌 1차적으로 헤드헌터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다는 건, 익숙하진 않다. 예전에는 헤드헌터들이 서류를 접수받아 전달하는 형태가 더 많았다. 그래서 서류 전형 결과를 일주일 정도 후에 받았다. 근데 요즘에는 헤드헌터들이 1차적으로 서류 필터링을 한다. (그 안에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특히 리맴버의 경우, 24시간 안에 거의 다 '프로필을 면밀히 검토하였으나, 안타깝게도 합격 소식을 전하지 못한다'라고 되어있다. 그러면서 하단에는 서치펌에서 전달드리는 것으로 채용사의 정식 서류 합격이 아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 서치펌에서 지원을 안 받아주면, 내가 채용사에 다시 컨텍을 하라는 걸까? 솔직히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나도 면접관으로 임해봤지만, 기업마다 ‘적임자’를 채용하기 어려운 인력난을 많이 겪는다.
오픈된 채용 공고 자체에 드러나지 않거나, 면접을 직접 하지 않으면 서로 실무적으로나 사람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1차적으로 면접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채용 플랫폼에서의 선택지는 막무가내식 지원자들도 많아서, 회사에서 전담 헤드헌터를 쓰거나 유료로 의뢰할 때 좀 더 JD에 맞는 인재들을 추천해 주었던 것도 사실이니, 솔직히 헤드헌터들이 채용사의 인사팀과의 신뢰보다는, 채용 후보자들 인재풀을 좀 더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헤드헌터들의 공고는 채용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공통으로 여러 헤드헌터사에 오픈되는 포지션이 있고, 간혹 특정 회사에 '전담' 헤드헌터 회사하고만 거래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헌터에게 공통으로 오픈되어 있는 포지션은 여러 플랫폼에서 검색하면 회사명까지도 유추해 볼 수 있다. (헤드헌터와 채용공고를 동시에 하는 곳들도 있다.) 내가 받았던 헤드헌터들은, 같은 포지션을 누가 먼저 적임자를 찾아 먼저 합격하게 해 주는 달리기 레이스 같다. 그들은 비슷한 문구로 이메일을 준다. 서류상 적임자인 것 같다며. 하지만, 또 막상 내 이력서를 '면밀히' 보긴 한 건가 싶은 관련이 거의 없는 포지션 제안을 하거나, 꼭 적임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적임자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멘트가 붙은 그냥 불특정 타수에게 보내는 정도의 제안메일도 많이 받았다.
헤드헌터들이 1대 1 대면미팅도 하고, 후보자들의 퍼스널 커리어 코칭을 해 주는 걸 기대하는 건 너무 오버일까? 헤드헌터들이 면접전형에서 탈락을 했을 때에도 향후 지속적으로 ‘맞는 포지션’ ‘더 나은 포지션’을 내세워 컨택하겠디고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한 번 도 다시 컨텍하는 분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연락드리겠다'가 사회생활 하면서 “밥 한 번 먹자”의 인사치레 같은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헤드헌터가 한 번 전형을 진행한 지원자의 커리어관리’ ‘커리어컨설팅’을 해 주는 곳을 만나고 싶다. 매반 새로운 헤드헌터사에 이력서를 넣고 형식적인 답변을 듣고, 지원 회사의 히스토리를 듣는 거 외에는 얻는 게 많지는 않다. (정확히 회사 사정을 모르실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합격을 하면 처우 조율을 하면서 커미션을 받지 않는가? 오히려 가끔은 아직은 지원자가 더 노력을 많이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하단에 업무 역량에서 나는 거의 8-90% 다 해 본 일이기 때문에 지원을 한다.
하지만, 헤드헌터는 내가 아쉽게도 맞지 않는다며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다.
예시. 지원 공고
- 경력 12-20년 차
-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구 포인트에 따른 기획 및 마케팅 전략
- 브랜드 전략/리서치/미디어/커뮤니케이션 플래닝 기획
- 주택시장 동향 분석 및 전망에 따른 차세대 마케팅 전략수립
- 프로젝트 업무에 따른 마케팅 전략 및 creative idea제안
*아파트먼트 브랜드 프리미엄 전략기획
*신규사업 (F&B) 마켓분석 및 브랜딩 활동기획, 실행전략
자격요건
-브랜드 마케팅 기획 & 전략, 환경/시장조사, 사업 타당성 등 경력 보유자 (경력업종 무관)
*단순 채널마케팅, 광고 경력 보유자 지원불가
우대사항
- premium 시장에 대한 이해도 및 관심 보유자 우대
- 다양한 산업에 대한 마케팅 전략 경험 보유자 우대
- 마케팅 관련 자격증(GAIQ) 보유자 우대
: 자격요건에는 경력 보유자에 경력업종 무관이지만, 상단에 상세 내용에는 주택시장과 아파트먼트 브랜드 시장이 강조되고 있고, 우대 사항에 프리미엄 시장 이해도라고 하면 대기업 건설사 계열의 아파트 브랜드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곳의 불합격 통보는 "이력서 검토 결과 채용회사에서 원하는 경력 조건과 다소 상이하여 추천 진행이 어려움을 알려드립니다"
(그냥 동종업계 사람을 뽑거나 지원하라는 경우가 워낙 많기는 하고, 나도 그 이유는 안다. - 그리고 아주 새로운 업종으로 지원하려고 했던 나도 의아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마케터는 업종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 헤드헌터가 1차로 말하는 '다소 상이'를 솔직히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또는 채용 공고를 업종 무관이 나닌, 동종업계만 우대한다거나 지원 가능하다고 쓰는 게 더 낫다고 본다.)
그럼에도 조바심 내지 않고,
나도 좀 더 신중히 이렇게 다시 다가온
이직을 신중히 진행해 보고자 한다.
여러 군데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하다 보면,
헤드헌터들이 나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내 스펙과 경력대비 내가 낮은 처우를 받았다는 부분이다. 이번에 서류 전형을 진행하는 곳과도, 20~25% 정도 차이가 났다.
워낙 내가 속해있던 업종이 연봉처우가 낮은 곳이었다지만 지난 5년 넘는 시간 동안 내 연봉은 거의 동결이기도 했으니, 이번 기회에 나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하게
점프업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격려해 주고 싶다.
물론 면접을 잘 진행해야 하는 건 숙제이고,
그 안에 수많은 서류 전형 탈락과
1차, 2차, 3차 등등의 수많은 면접을 잘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들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런 말들보다, 좀 더 나도 노력해야 함을.
이 기회를, 좀 더 단단해지고,
당당해지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이어지길.
오늘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