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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Aug 21. 2023

저는 친구추천을 하지 않습니다.

40대 후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카카오톡에 친구추천이 비활성화되어 있는데 갑자기 메시지가 왔다.


"이런 것도 인연인데 서로 알고 지내자"...

(어떻게 나를 알고 추가하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자기소개도 없이 느닷없이 사는 곳의 사진과 영상을 보내시는...) 요즘같이 잘 아는 사람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모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메시지도 읽지 않고 창을 닫아버렸다.


"인사도 안 해주신다" 며 다음 날 다시 톡이 오길래, 죄송하지만 누구시냐고 말을 건넸고 본인도 내가 처음이란다. (어떤 의미에서 처음 날 알게 됐다는 건지도 난 모르겠다. 나는 친구추천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구구절절 내 연락처를 어디서 났냐고 묻고 싶지도 않았고.(또는 아이디) 그렇게 랜덤으로 사람을 컨텍해서 이것도 인연이라니…죄송하다고 하고 그를 차단시켰다)


나는 카카오톡에서 친구추천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의 톡은 되도록이면 읽지 않고 삭제한다. 나를 건너 건너 안다고 하면 꼭 카카오톡이 아니더라도 연락할 수 있지 않은가. 요즘은 너무 뒤숭숭한 세상.



2.

동종업계 경력이 있던 것을 발판으로 나름 승산이 있을 것 같았던 외국계기업 마케팅팀장을 지원했다. 회사도 작지만, (오히려 나는 이제 마음만 맞다면.. 작은 조직이 편하다) 브랜드력이 좋고, 업종도 낯설지 않아서 지원을 했다.

헤드헌터가 서류 전형과 면접이 빠르게 진행될 거라는 말과 달리, 금요일까지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연봉선도 꽤 높고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한 편으론 된다고 하면 예전 동종업계 직장의 대표님이나 사람들을 친히 만날 수 있는 환경인지라 고민도 되고 있던 찰나, 역시 이곳도 아니었다. (역시나 김칫국이었던 거지만)


나보다 한 달 앞서 백수의 길에 들어섰던 언니는 한 달이 되는 시점부터 나에게 '불안하다'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내가 더 직급이 낮고, 실무레벨도 있었고, 선배 언니는 c레벨이라 내가 먼저 이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주말에 같은 모기업 계열사에서 임원이 잘리면서 한국지사장 자리로 벌써 인터뷰를 했다고 들었다.


네트워킹과 인맥이 중요하고, 주변 지인/인재 추천도 중요한 요즘, (특히 c 레벨)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어찌 보면 잘 된 일이었다) 있었다.


카톡 친구 추천은 허용하지 않지만 스카우트 채용 추천은 받았으면 좋겠다. ^^



3.

2023 외국계투자기업 취업 박람회가 코엑스에서 8/21-22 열리고 있다.

사전 접수를 진행하긴 했지만, 별도로 지원하지는 못했다. 이런 채용 박람회는 간 적이 없었고, (뉴스에서만 본 거 같다) 한 시간 반 걸려서 코엑스까지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솔직히 앞선 지원 결과를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것저것을 가릴 처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내일 오후 5시까지 내가 박람회를 갈지는 나도 모르겠다.


탈락 뉴스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데 태연하게 있어야 하는지, 이 길만이 길이 아니다라며, 좀 더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데 (9월 중순에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었다. 모든 것이 그때쯤이면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것도... 김칫국...) 하루에 한 권의 책도 다 끝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 한 달에 10권 읽으면 잘했다고 손뼉 칠 판국이다. (이제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4.

그 와중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지가 드디어 떴다. 부끄럽긴 하지만, 매번 출판 프로젝트 공지가 뜨면, 은연중에 기대를 해보게도 된다. 내 글이 누가 살 만한 글도 아니고, 누군가 브런치 플랫폼을 비판하듯, 일기장 같은 글들인 나의 브런치. 그래도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내 글과 나 자신을 돌아다보게 된다. 이번에는 기획을 좀 해봐야 할까?


아침과 저녁에 명상과 스트레칭 등을 하고 있는데,

명상에서 "우리는 환경이 바뀌어야 우리 자신이, 생각이 바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끈을 주고 있는 것이 우리고, 우리가 명상을 통해서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잠시 끊으면, 굳이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머리에 생각을 잠시 멈출 수 있다"라는 구절을 보았다. 나의 퇴사도 어쩌면, 그 벗어날 수 없는 환경에서 나 자신을 구출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과연 명상으로 난 버틸 수 있었을까? 아니다. 난 그 어떤 부분에서도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나 자신을 위하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지금도 출근을 하고 그 환경에 그 사람들과 매일 있었던 시간들이 너무 괴롭다.


단, 인생이, 환경이 날 힘들게 할 때, 나 자신과 좀 더 대화하고, 평상시에도 마음과 몸의 기운을 부정적이지 않게 방어 장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즘을 새삼 느낀다는 게 의미 있다고 해야 할까. 덕분에 나는 내 몸의 경직됨을 다시 느끼고 있다 (2년 넘게 필라테스와 PT로 풀어졌던 내 몸은 2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니 벌써 내 골반은 다 뒤틀려있고, 몸은 굳어있고, 코어 근육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매일 운동과 스트레칭을 해줘야 생존한다는 40대.

지금은 내 건강을 경쟁력으로 돌봐야 하는데, SNS를 보면 후배가 해외여행을 간 것도 부럽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는 후배도 활력 있고 좋아 보이고, 수영을 하는 친구도 부럽고... 그 외에도 가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왜 보면서 부러워만 하고 있지라는 계정들이 있다. 내 하루의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쓰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아직" 변하지 않은 하루.

탈락 통보만 두 번이나 받은...

그래서 감사하게 다시 모든 게 원점이 된 하루.

그래서 나는 감사하다. 오늘 하루.

다시 출발점에 제대로 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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