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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Jun 28. 2019

[혼자 영국 여행 D-16] 혼행과 동행 사이

40대 여자 혼자 여행하기 ep.3

오늘은 네이버 대표 유럽여행카페 ‘유랑’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2012년 유랑에서 동행을 구해 북유럽 여행을 갔다. 전체 동행, 룸 셰어링 목적으로 동행을 찾았고, 다행히 바로 찾아서 같이 호텔팩으로 진행했다. 세 살 터울, 나이 차이도 안 나서 떠나기 전에 미리 만나서 인사도 하고 여행 루트를 짰던 기억이 난다.


친구랑 가도 싸우는 게 여행 아닌가...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 낫다 싶었다.

그리고 직접 만나도 보고 하면 덜 어색하고, 큰 걱정은 없었다. 첫 만남에 당연히 어색해도, 통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에 여행 루트를 맞춰보며 여행 준비를 했다. 그래 봤자 숙소, 꼭 가고 싶은 도시, 이동 수단 예약 같은 기본적인 틀 부분만 짜고 나머지는 호텔팩에서 제안하는 루트를 거의 따라 했다. 그 틀에서 즉흥적으로 여행하면서 쾌활한 그녀 성격 덕에 오랫 만에 사진도 많이 서로 찍어주고 고민 이야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무뎐한 여행이었다. 물론 내가 영어를 그녀보다 더 잘해서, 그녀보다 더 나서고, 길 찾아다니고, 음식 주문하고 전체적으로 스케줄링에 리드를 해야 하는 부분에서 부담이 되기도 하고, 여행 끝에는 좀 예민해서 싸울 뻔도 했던 것 같다. 그냥 내 스타일이 여행 내내 긴장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보는 여행에 욕심이 많고... 그래도 잘 지내며 나에겐 첫 모르는 사람과의 첫 동행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이상 친해지거나 다음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다. 아주 나쁜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동행으로는 아니라는 것을 서로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잘 들어가지 않던 유랑에 이번 영국 여행을 준비하며 다시 들어가 보게 되었다. 4월엔 스페인과 영국 중 고민했던 시기라 스페인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 연락을 왔다. 그러다 내가 영국으로 확정하면서 또 흐지부지. 그러다 오빠네에서 있는 게 무산되고 혼자 준비하면서 다시 기웃거렸다.


동행 포스팅을 하기엔 많이 망설이긴 했다. 알다시피 유랑은 오래되고  회원도 제일 많은, 유럽 여행 가는 사람은 한 번은 들어가보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네이버 대표 카페다. 하지만 유럽이나 유럽 배낭 특성상. 2-30대가 주를 이루고 40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영국이나 런던 물가 때문인지 같은 날짜에 같은 목적지를 가진 사람, 그것도 동성을 비슷한 연령대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야 상관없다 쳐도 10살 넘게 차이 나는 사람과 동행하고자 할까?


그럼에도 발권 후에는 공식적으로 별 기대 없이, 전체 동행 일정을 구해본다.  이건 빨리 해야 숙소를 구할 때 숙박비며 룸타입 등을 조율해야 하니까 그 부분을 돈을 좀 세이브하고 싶어서 문의했지만 맘처럼 숙소 셰어링이나 전체 동행의 여성분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숙소를 혼자 쓰기로 결정하고, 진정한 혼행(혼자 여행)을 하기로 했던 부분도 있다. 그리고 현지 투어를 여러 날 하면 혼자 지내도 괜찮아 보였다. 홧김에 에든버러 기차와 숙박도 예약해 버렸다.


그리고 나선 틈틈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5일간의 런던 여행만 부분 동행을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게시물을 올렸다. 근데 무슨 생각들인가. 어린 2-30대 남자들의 댓글도 달린다. 동성에 비슷한 나이대면 기간이 안 맞고, 취향이 다르고, 동선이 다르다. 그나마 박물관/미술관 중심에 관심 있는 27세 여성 분과 이틀 동행하기로 했다. 역시나 내가 세부 일정을 짜고 컨펌하고 하루가 지나 투어 일정이 변경되어 하루밖에 부분 동행을 못한다고 죄송하단다. 나도 여행 일정이 탄력적이라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다소 아쉽다. 죄송해서 아예 동행을 다 취소해도 된다고 했는데 막상 또 혼자 다니기 아쉬울 것 같아 하루 일정만 남겨뒀다.


30대 후반의 박사과정 남자 분도 학회 차 그 기간에 오신다며 부분 동행을 문의하셨다. 27세 여성 분과 같이 저녁에 보기로 했는데 따로 봐야 할지는 조금 고민도 된다. 그냥 같이 야경 보고 사진 찍어주는 거긴 한데.... 사람을 대놓고 의심하진 않지만, 요샌 너무 무서운 세상에, 다시 보니, 게시판에도 별의별 동행 구하는 글이 진실성 없이 올라오는 것도 있고... 모르겠다. 이젠 뭐 나이 차이가 있던, 이성이던, 동성이던, 같이 여행지에서 만나고 대화하고, 사진 서로 찍어주는 게 그들만 불편하지 않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조심해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아직 시간은 있으니 나중에 만날지는 좀 고민해야겠다 싶다. 그냥 정말 아무 고민 없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여행하는 게 맘이 편할 듯도 하고.


시작도 전에 걱정은 금물!




근데 40대 여성 분들은 여행 혼자 안 하시나?

이 쪽에선 인터넷에서 실종된 느낌.

2-30대는 정말 활발하게 유랑에서 동행도 혼자 여행도 많이 하던데.. 내 여행 타입이 너무 20대대 하는 여행인가? ㅋ


혼행에 당당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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