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동상이몽

40대 여자 팀장의 일기 ep 30

by 이름없는선인장

개인 면담을 다시 시작했다.

솔직히 면담을 하면, 업무 조정이나 불평에 대한 부분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치기도 하고,

면담을 통해서 심리적으로 진을 빼고 나면, 솔직히 듣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듣거나, 차라리 알고 싶지 않은 부분을 알게 되면서 더 힘이 빠지곤 한다.


으쌰, 으쌰 하고 싶은데 잘 되지도 않고,

나도 팀원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을 조금 더 이해시키고자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요구 사항들만 듣는 자리가 되었다.

내가 어느 순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족함이 다 내 잘못이고,

그들의 업무상 힘든 부분도 다 내 잘못이고,

나는 어디다 토로할 곳도 마땅히 없는...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팀장은 그런 일을 좀 처리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업무를 좀 막아주세요"

아... 이런 게 일인가... 나도 생산성 있는 느낌을 받고 싶지만

직급이 올라가고 직위가 생기면...

어느 순간,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타 팀장들과의 싸움, 경쟁.

임원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어필하고, 눈에 가시적으로 잘 보이는 업무만 하려는...

내 팀이 제일 힘들지만, 제일 일을 잘하고 있고, 이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여기저기 알리고, 사내 정치하는 일...

한 번이라도 더 회식자리에서 윗분들 테이블에 앉아서

뒷이야기를 들으며, 조율하는 일...

솔직히, 위로 올라갈수록 “일”이 재미가 없다.

이런 건 내가 생각하는 “일”이 아닌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팀원들, 또는 임원분들이 팀장에게 기대하는 일들은 사뭇 다르다.


나도 사람인지라 너무 힘들고, 삐뚤어지고 싶을 땐 기댈 곳은 팀원인데... 팀원들까지 저렇게 나오면,

"너네들도 일을 좀 더 잘해보지 않으련..."하고 팀원들에게 되묻고 싶을 때도 있다.

사람 욕심이라고, ’설마 이것만 지시했다고, 이 방향만 해오려나? 본인이 업무 하다 보면 다른 길로 해오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팀장님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이것까지 확인해 왔다”며 알아서 일해주는 주도적인 팀원들도 있기에 자꾸 팀원들끼리 비교를 하게 된다.

나도 내 밑의 팀원들 중에선 딱 1-2명 경험했던 것 같다. 그게 평가의 영향을 안 미친다고도 말은 못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팀원들에게 보고 싶은 건 딱 한 가지. 자세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

자신들의 부족함을 무조건 리더 탓만 하는 것도... 서로 한 배 탄 느낌은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정말 사소한 한 끗 차이의 표현과 단어가 ‘소통’과 ‘불통’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런 게 꼰대고, 동상이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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