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도 감정이 있다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31

by 이름없는선인장

사회생활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존 구도.

누구도 대신 걱정해 주고 신경 써 주지 않는다.


경험과 연륜이 쌓인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덜 상처 받는 것이 아니다.

사회생활에서 위치가 올라가고, 책임이 생긴다고 해서, 모두가 강한 것은 아니다.

리더는 흔히 감정도 절제해야 하고, 티를 내서도 안 되고, 냉철하고 강한 존재를 요구하는 듯하다.


리더도 사람이고, 우리는 사람과 사람으로 일을 하는 위치인데됴, 어느 순간 실무자들은 본인들이 진정한 “일”을 하고, 리더는 일만 “다” 시키고, 부려먹는다고 한다. 즉, 리더/팀장은 약간은 쓸모없는 존재, 자리만 차지하는 존재, 회사 정치나 하는 사람들이라고 꼰대 집단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근데, 팀원들이 팀장에게 바라는 것 또한 그런 부분이기도 하다. 어느 부분에서 장단을 맞출까?

솔직히 그걸 떠나서, 조직 생활에서는 각 위치에서 해줘야 하는 업무와 역할이 다르다고 본다.

역량이 다르고 책임을 지느냐 안 지느냐,.....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일... 경험이 필요한 일... 누구나 중간관리자의 문턱에 선다.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린 모두 다짐한다. 아 나는 누구처럼 되지는 말이야지..라고... 근데 또 그때 되면 안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인적 괸 리라는 걸.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윗 레벨에서도 치열한 경쟁 구도와 생존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고, 최선을 다한다.

팀원이 팀장의 노고를 알아준다면, 땡큐지만,

솔직히, 팀원들이 진심으로 팀장을 걱정하거나, 이해하려고 하는 부분은 적다.

잘하면 본인들이 일을 잘해서, 못하면 팀장이 잘 못해서?


누군가에게 노고를 알아주길 바라면 안 된다.

그들도 매번 팀장이 본인들을 알아주기 바라는 것 처럼.

그래도, 참 맘이 씁쓸하다.


에피소드 1.


지난 워크숍에서, 팀원들은 발표 하나 준비할 필요 없이, 편하게 워크숍을 준비하고 즐겼다.

물론 토론도 하고 팀 발표도 하긴 했지만, 팀장이 준비한 발표 자료와 세션에 대해서는

어느 한 명이라도 다가와, “팀장님, 수고하셨어어요!” 라던지, “잘하셨다”라고 빈 말이라도 건네는

팀원이 없었다. 팀원들 성향이 원래 그렇기도 한데, 여기는 이런 부분이 “팀장이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라는 인식도 있다. 나름 총대를 메며, 두 세션을 진행했지만,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고, 끝나고 나니 허탈하기도 했다.

좋은 곳으로 워크숍을 왔는데, 혼자 즐기지 못하고, 팀원들도 살갑게 챙겨주지 않고, 다들 팀장과는 다른 방배정을 받아 소외감을 느꼈다. 하지만, 예전에 내 경험을 보면, 나도 억지로 팀장들과 어울려서 지내는 워크숍이 불편했고, 오히려 팀원들끼리 즐기는 시간을 주는 게 워크숍일 듯하여, 나도 팀원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었다.

팀원들끼리 이런 계기로 더 단합하고 잘 지내면 좋지 않을까. 그들끼리 사진 찍으며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서도 내심 한 명이라도, 팀장님도 같이 찍자고 챙기는 사람이 없나.. 싶은... 참 별 생각이나 기대를 하는 것 같아 나 자신에게 다독였다. 그런 감정적인 흐름에 휘둘리지 말자고. 여기는 회사라고.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엄청 무슨 성격 장애가 있거나, 사회생활 부적응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이 조직원과 문화에 적응하기가 다소 힘들 뿐이다.

티를 내진 않았고, 딱히 이 곳은 맘을 터 놓을 사람이 없지만, 몇 안 되는 다른 팀원들과 나름 시간을 잘 보내다가는 왔다.

이 조직엔 서열이 없고, 위아래가 없고, 서로 자기 할 일만 하겠다는 보이지 않는 이기주의가 좀 심한 편이다. 그 안에서 선임과 후배 개념이라던가, 업무를 배우는 체계 또한 없다. 그래서 사람이 나가거나 타 부서를 이동하면 업무가 같이 증발한다. (좋은 건가?) 업무에 히스토리, 트래킹... 책임 소재를 묻는.. 그런 게 없다.


지난 에피소드에도 언급했지만 난 그나마 키워보려던 대리와도 막판에 틀어지면서, 혼자 내심 20% 불편하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가 휴직한 과장의 데자뷔가 되어, 나는 대리와의 면담도 기피하고 있다.

그녀의 스타일이 약자에게 강한 스타일이라, 팀장이 만만하다고 생각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나를 정말 만만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팀 카톡방에서 팀장을 놀리기도 하고, ’ 팀장님 멘털이 아기 멘털이라면서 우쭈쭈 해줘야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어느 선에서 정색을 해야 하지만, 침묵을 하고, 답변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최대한 업무적으로만 대하고, 존대해주고, 최대한 추가 지시를 하지 않는다.

언제 가는 그녀의 태도나 행동에 대하여 주의를 주고 정확히 그때 일에 대해 사과도 받고 싶지만, 적절한 타이밍도 놓쳤고,

지금은 사업계획 시즌이라 그냥 내가 여유가 없다.


심적 여유도 없는데, 이젠 마지막 이메일에서 본인이 거부하는 업무를 계속 시켰다가, ‘자기는 부족하니 자기를 잘라버리시던지’라고 비꼬던 말투만

오버랩되어 맴돌 뿐이다. 솔직히 나는 그녀와 말싸움에 자신이 없다. 솔직히 말 문이 막히고, 화가 나는데,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스타일이고,

본인이 감정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변명만 늘어놓는 걸 알기에.. 그냥, 그래도 그녀가 가진 단기 열정과 배움의 자세에 믿음을 주고 우쭈쭈 칭찬해 주면 잘하지 않을까 하며 나는 퇴근한다.




에피소드 2.


그래도 그나마 팀에서 믿고 의지하던 과장이 차장으로 승진했다.

여기는 승급 TO가 많지 않아서, 매번 심사 기간에는 난리도 아니다.

밀려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상위 TO를 양보해야 할 때도 있어서, 이번에 TO를 뺏길 뻔했다.

오전 심사에서 점수가 밀려, TO가 다른 사람에게 갈 뻔했다가, 점수가 잘못된 것을 확인하고

내가 윗선에 보고하여, 점수를 정정하고, 재심의하여 내 팀원이 TO를 받고 승급하게 되었다.


팀에서 차장급은 나 혼자였는데, 그녀가 차장으로 승급하니 조금 더 나는 기대치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그녀는 나한테 여러모로 ’ 감사하다’라고 몇 번씩 인사를 했다.

한 팀에 차장이 두 명이라도, 한 명은 직책이 있는 거라서, 단지 같은 차장급으로 비교가 되려나 하는 생각도 얼핏 그냥 든다.


당사자는 그렇다 치고, 그러나 어쩜 다른 팀원들은 이런 평가나 인사 승급에 팀장의 관여도가 없다고 생각하나 보다.

아님 이 대리가 너무 몰라도 모르는 어린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차장이 된 과장을 보고, 축하한다고 하고, 팀장님 덕은 없는 것 같냐고 했더니,

그게 왜 ‘팀장님 덕이예요? 팀장님이 하신 게 뭐가 있어요?”라고 묻더라...(나 팀 인사권자인데..)


‘차장 승급이 그녀가 잘해서 그냥 자동으로 되는 거 아니었어요? 어차피 TO가 한 명인데’ 하면서

그녀가 평상시에 과장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오롯이 그런 그녀 능력으로 됐다고 말하는데 모든 승급이 다 그렇게 되진 않는다. 물론 승급한 과장은 그럴 평가를 받을 만큼 업무 수행 능력이 좋았다. 최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하는 나다. 그렇지만 승급대상자들도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성과를 냈기에 올라오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다 승급되진 않는다.


솔직히 어이가 없고, 실망했다.

그 대리 또한, 우리 팀으로 옮기고 내가 평가를 했을 때, 평가 점수를 잘 줬다고 감사하다고 한 사람이었다.

그때 본인의 평가는 감사한데, 막상 승급은 본인들만의 의지와 결과는 아니지 않은가?

내가 생색을 낸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이라도, 내가 노력한 부분을 알아주었음 해서, 그래도 팀원들은 알아주길...

최종적으로는 인사 의원회 들어가서 조정하고 발언하고 협의를 하는 부분에서, 팀원이 승급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팀장이 한 일인데... 그런 내막도 당연히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저렇게 판단하고 서로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다.


정말 별 거 아니지만, 팀장을 내리 깎는 표현이나 무시하는 행동을 매번 화를 내기도 힘든 분위기다. (그녀의 기본적인 말투가 그렇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그 전 팀장과 업무 스타일이나 리더십을 비교하면서 ‘그럼 똑같이 그분처럼 되시는 거예요!’ 라면서 차단을 한다.


근데...... 나는 팀장인데, 왜 이렇게 팀원들...그리고 대리 말에 이렇게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볼까....? 그건 정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녀에게 듣는 최악의 상황은,

‘팀장님도 별반 다르지 않네?..’가 아닐까..? 그게 그렇게 자존심 상할까?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냥 모두에게 인정받고 좋은 팀장으로 남으려던 기대치를 내려놓으면 되는 것 아닐까...

내가 저런 소릴 그 대리한테 듣는다고 내 세상이 무너지고, 내가 기존에 일해왔던 날들이 무시받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나가 왜 모두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나, 그냥 내 자신에게만 떳떳하면 되지 싶다.

그리고 또 내가 못하는 부분도 인정하면 된다. ~척만 하지 말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사장 자리가 외롭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언제부터 팀장이 이렇게 외로운 자리였지?

팀장의 감정노동은 퇴근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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