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민감한 곳이 약점이다.

뭐니뭐니 해도 머니(money)

by 손성호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역린이라고 한다. 용의 약점과 노여움 자체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즉, 역린은 용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용에게 이기려면 좋든 싫든 역린을 공략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역린은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가격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가격이 비싸면 당장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PC방 이용요금이 1시간에 300원?


임요환, 홍진호 등 최고의 게이머를 탄생시킨 스타크래프트 덕에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게임방은 그야말로 호황이자 전쟁터와 같은 경쟁의 무대였다. 10분에 1,000원씩 하던 요금이, 심할 때는 300원까지 떨어질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왜 이렇게까지 출혈경쟁을 해야 했을까? 바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이다. 최고 사양의 PC와 인터넷을 구축해 놓았다 하더라도 고객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학생들은 처음에는 가격 때문에 게임방을 옮겼다가 최고 사양의 PC들을 보고 그 PC방에 정착했다. 가격 할인 정책은 과다 출혈 경쟁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고객 유입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쿠팡이나 티몬과 같은 소셜커머스가 등장했을 때, 사용자 입장에서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쿠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사먹으면서도 말도 안되는 가격 할인을 해서 남는 게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렇게 유입된 손님들은 행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지만, 중요한 것은 행사 이전의 손님 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역마진으로 단기간에는 손해를 봤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매장과 상품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 확실한 투자인 것이다.


김밥천국은 김밥 전문점이 아니다.


“내일부터 삼겹살 할인 들어갑니다.”


지난 일주일간 할인 판매했던 삼겹살을 가격만 조금 바꿔서 또 할인 판매한다는 공지 메일을 받았다.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홈플러스 근무시 너무도 흔히 받던 식의 메일이다. 홈플러스는 매주 목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주간 할인 행사를 하고, 토, 일요일과 월, 화, 수요일 각 2일, 3일을 일자별 세일을 진행한다. 그야말로 매일 매주 365일 내내 할인행사를 한다. 심지어 같은 품목을 가격만 조금씩 바꿔서 연달아 세일하기도 한다. 누가 봐도 턱도 없는 역마진 구조인데 신기하게도 전체 매출은 꾸준히 10% 이상씩 증가한다.


고객들이 가격에 민감한 상품의 가격을 할인해서 고객을 매장으로 유입하게 하는 상품을 '미끼 상품'이라고 한다. 이는 어느 업계를 막론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방법이다.


김밥 한 줄을 1,000원에 판매하는 김밥천국의 등장은 당시의 우리에게 커다란 의문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 줄에 3,000원 정도씩 판매되던 김밥이 1,000원이라니, 그렇다고 속재료가 덜 들어가지도 않았다. 한 줄에 1,000원 짜리 김밥의 등장은 마치 문자메시지가 무제한 무료라는 카카오톡의 등장과 비견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가장 진상 손님은 김밥만 사가는 손님들이에요."


김밥천국은 엄연히 구분하면 김밥 전문점이 아니다. 전문점이라 하면, 특화된 한 두가지 품목을 취급하는 소품종 대량 판매 방식의 점포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김밥천국은 김밥 전문점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분식점이다. 가성비 높은 1,000원 김밥으로 고객을 유입해 다른 상품의 판매를 늘리는 대표적인 미끼 상품형 마케팅인 것이다.


내가 파는 제품이나 메뉴에 자신이 있어서, 가격 할인은 절대 타협할수 없다는 점주들이 있다. 물론 그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당장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고객들에게 내 제품을 알릴 것인지, 아니면 늦더라도 장인 정신이 깃든 제품을 알아줄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다만, 일차원적인 손익 계산만으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한 자존심일 수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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