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고객 vs 사용고객

왜 대학가에서 3초 삼겹살은 고전했는가?

by 손성호
대학가에서 폭망한 3초 삼겹살


도자기로 유명한 여주와 이천 지역에서 유래했다는 3초 삼겹살. 도자기를 굽고 난 후 남은 가마의 열에 삼겹살을 구워먹은 데에 착안해서 만든 브랜드다. 그릴에 삼겹살을 얹어 놓고 가마에 3초만 넣었다 빼면 익는다 해서 3초 삼겹살이다.


배고픈 저녁 시간에 삼겹살을 먹으러 가서 고기가 익을 때까지 발만 동동 구르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때 미리 가마에서 초벌된 삼겹살은 불판에 올리자 마자 금방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익혀져 나온다. 3초 삼겹살은 이런 고객의 불편함을 정확히 파악해서 대박 난 아이템이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대학가에서 3초 삼겹살은 초반의 반짝 이슈를 일으킨 것 말고는 더이상 대박 아이템이 아니었다. 대학생 네 명 정도가 삼겹살집에서 밥과 술을 먹고 나면 대략적으로 5만원 전후의 금액이 나온다. 하지만 이상하게 3초 삼겹살에서는 8만원 가까운 금액이 나왔다. 삼겹살의 가격이 다른 곳보다 그리 비싸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유는 바로 그 ‘초벌’ 때문이었다. 다른 삼겹살집에서는 고기가 익을 동안 가볍게 대화하며 기본 안주에 소주 한 병 정도를 먹는 여유가 있었다면, 3초 삼겹살에서는 앉자마자 본격적으로 고기를 먹기 시작하니 평소보다 두 배에서 세 배의 고기를 먹게 된다.


굶주린 대학생들이 오죽 잘 먹겠는가? 게다가 대학생들의 소비 패턴을 보면 대개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여러 후배들에게 밥을 사야하는 선배들의 입장에서 3초삼겹살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3초 삼겹살은 초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비싸다는 인식을 안긴 채 사라졌다.


소주 뚜껑에 500원을 붙여서 판매하던 술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 병에 3천원 하는 소주를 2천 5백원에 판매하는 것이 아닌 소주 뚜껑에 500원을 붙여서 3천원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2천 5백원에 판매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소주를 한 병 시키면 500원을 벌 수 있다는 재미 요소가 고객들로 하여금 소주를 한 번 더 시키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역시도 대학가에서는 잠깐의 이슈가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술값이 부담되어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구매고객 vs 사용고객


고객은 구매 고객과 사용 고객으로 나눌 수 있다. 제품 개발에 있어 사용고객의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매할 구매고객에 더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어린이용 자전거의 경우 실제로 타는 건 어린이지만 그것을 살 지 말 지 결정하는 것은 구매고객인 아이의 엄마다. 때문에 엄마들이 자주 모이는 카페에서 홍보를 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에 촛점을 맞추는 마케팅이 필요한 것이다.


3초 삼겹살의 경우에도 주 사용고객인 후배에게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이 최고의 만족도를 제공했겠지만, 구매고객인 선배의 입장을 배제했던 것이 대학가에서 성공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반면, 무제한의 고기를 저렴할게 먹을 수 있는 고기 뷔페는 구매고객과 사용고객을 둘 다 만족시켰기 때문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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