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조건

사람들은 왜 대동강물을 돈 주고 샀을까?

by 손성호

카카오톡,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등장하면서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플랫폼의 개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비즈니스에도 꾸준히 활용되어 왔다.


어머니는 왜 평상을 놓았는가?


깡촌에 살다가 시내로 나오면서 어머니는 동네에서 슈퍼를 운영했었다. 그야말로 10평 남짓의 구멍가게라 간신히 입에 풀칠할 정도의 매출 밖에 기대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학교를 다녀 온 어느 날, 가게 앞에는 없던 평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평상에는 항상 그 자리에 평상이 있었던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네 아저씨들의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이전에는 막걸리 한 병 팔면 끝날 매출이, 평상에 자리를 펴는 아저씨들 덕에 안줏거리로 두부김치라도 하나 더 나가면서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수다판이 벌어지기도 하더니, 또 어떤 날은 할머니들의 고스톱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평상이 놓이면서 우리 슈퍼의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건 물론, 동네 사람들이 반드시 지나가는 필수 코스가 되어 버렸다. 이후에는 좁은 창고를 개조해서 작은 식당까지 운영하게 됐고, 우리가게에는 아침에 문을 열 때부터 밤 늦게 문을 닫을 때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명절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윷놀이를 할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유입가능한 수요가 존재하는가?


카카오톡이 그랬고, 알리바바가 그랬듯 '무조건 공짜로 판을 제공하는 것'을 플랫폼으로 잘못 이해하면 안 된다.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유입 가능한 충분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해야 한다. 어머니가 평상을 놓고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상을 놓기 전, 이미 슈퍼에 존재하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 없이 그냥 행길 가에 평상을 놓았다면 그냥 길 가에 놓여진 벤치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기차역이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 본연의 역할이 존재하고 역세권이라는 파생 산업이 이어졌듯, 본연의 역할이 존재하고 파생의 것들이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의 핵심이다. 다만, 카카오톡과 우버 등이 본연의 비즈니스 영역이 없음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잠재 수요자들을 온라인으로 대거 유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수익 영역이 없었음에도 단기간에 플랫폼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확실한 트래픽과 수요가 존재하는 온라인 기반이 아니라면, 전혀 새로운 영역이 아닌 기존의 영역에서 확장된 개념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누가 판을 만들었는가?


플랫폼의 조건 중 가장 기본 중 하나는 '공간'이다. 즉, 수요와 공급을 만나게 해주는 장(場)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해가능한 부분이지만, 여기에도 놓치면 낭패보기 쉬운 함정이 존재한다. 바로 그 장(場)을 '누가 제공했느냐'이다. 너무나도 좋은 거래의 장이지만 누가 제공한 지 알 수 없다면 그저 수요자와 공급자만 좋은 자선사업과 다를 바 없다. 자선 사업을 할 거라면 말릴 리 없지만, 플랫폼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장(場)을 누가 제공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알려야 한다. 그래야 파생 산업들이 유입될 때 협상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돈을 받고 팔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에게 장(場)을 제공한 주체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플랫폼이 아닌,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주체가 명확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플랫폼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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