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먼저인가?

고객은 브랜드보다 본질에 먼저 집중한다.

by 손성호
'아리랑'보다 '쏘가리 전문'


나는 실향민이다. 북한이 고향인 사람은 통일이 되면 고향땅을 밟을수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1985년 충주댐이 개발되면서수몰된 지역이 내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충주댐이 개발되면서 나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많은 고향 사람들이 도시로 떠났지만, 남은사람들은 댐 주변의 높은 지역으로 터전을 옮기기도 했다.


산과 논밭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 깊은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삶으로 바뀌었다. 논이나 밭에서 농사를 짓던 삶에서 강에서 고기를 잡거나, 잡은 고기로 회나 매운탕 장사를 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고작 10가구 갓 넘는 동네에 횟집만 다섯개가 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경쟁도 심해졌다.


우리집도 ‘아리랑’이라는이름으로 횟집을 운영했다. 다른 횟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뒷쪽에 자리잡고 있던 우리 가게는 앞쪽의 가게들에 비해 손님이 덜했다.

강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는 향어, 붕어, 잉어, 쏘가리, 송어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대중화된 향어는 회나 매운탕용으로 가장 인기가 있었다. 반대로 쏘가리는 민물고기 중 귀한 생선이기에 고가였고, 회보다는 매운탕용으로 인기가 있었다. 그래서 쏘가리 매운탕 손님을 한 두번 받는 날은 횡재하는 기분이었다. 동네에 있던 모든 가게의 메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껏해야 반찬 종류나 다를 정도였다.

어느 날, 아버지가 현수막을 하나 맞춰오셨다.


‘쏘가리 전문’


상호라도 같이 써있으면 좋으련만, ‘쏘가리 전문’이라는 다섯 글자만 무심하고 무식하게 크게 인쇄되어 있었다. 동네입구에서 잘 보이도록 옥상에 현수막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집은 ‘쏘가리전문점’이 되었다.

우리 동네로 들어오는 손님들 중 쏘가리 매운탕 손님들은 모두 우리집으로 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향어 손님들은 다른 가게로 분산해서 들어갔고, 초고가의 쏘가리 손님들은 굳이 뒷 쪽에 숨어있는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20년 전 이야기이지만, 한 번 왔던 손님들이 남긴 인터넷 후기 덕에 우리 가게는 이 지역에 오면 꼭 들러야 할 맛집이 되어버렸다. 이후, 다른 가게들이 똑같이 ‘쏘가리 전문’이라는 문구를 따라 걸어도 이미 선점해 버린 ‘쏘가리 전문점’의 입지는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현수막에 ‘쏘가리 전문’이 아닌 ‘아리랑 가든’이라 쓰여 있었다면 그런 반전은 있었을까? 흔히들 상호를 알리기 위해 많은 광고와 홍보를 한다. 하지만 그 본질인 상품이 제대로 알려지기만 한다면 ‘상호’는 자연히 알려지게 마련이다.


무엇이 먼저인가?


최근 방송에서 자주 보이는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는 방송에서 유명해기 전 이미, 중저가 요식업계에서는 큰 손으로 유명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만 해도 26가지에 이르니 충분히 그럴 만 하다. 그 중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한신포차이다. 하지만 한신포차의 최초 브랜드 네임은 '한신'이었다. 그런데 왜 '한신포차'로 브랜드명을 바꾸게 됐을까?


백대표는 맨 처음 '한신'이라고 간판을 걸어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독특한 외관에 관심은 보이지만 들어오지는 않았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독특한 외관과 상호명 때문에 고급 식당인 줄 알고 못 들어온 손님이 많았던 것이다. 바로 '한신포차'로 상호명을 바꾸어 간판을 내걸자, 언제 그랬냐는 듯 손님이 몰려들어기 시작한 것이다. '포차'라는 본질을 알리고 나니, 손님들이 찾아왔고 자연스레 '한신포차'라는 브랜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1+1만 크게 써 놓으세요."


한 소상공인 창업특강에서, 오픈기념 1+1 행사를 하려는데 현수막 문구를 어떻게 만들지 묻는 예비창업자의 질문에 백대표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대부분 사장님들이 상호명을 크게 쓰고, 왜 그 행사를 하는지 구구절절 현수막이나 전단지에 설명하는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행사의 본질인 '1+1'만 크게 써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고, 브랜드가 알려지는 건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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