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것도 사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특허, 아이디어가 미디어에 소개되고, 보다 편리하고 새로운 그것에 대중은 관심을 가진다. 비즈니스에 있어 혁신적인 콘텐츠는 분명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각인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오고 있는 '인문학 열풍'을 보면, 반드시 제품의 성능이나 혁신성만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도 그의 고객이고 싶어.
이지용씨의 자동차 영업은 독특하다. 새로 만나는 고객에게 작은 카달로그를 하나씩 건넨다. 보통의 세일즈맨이라면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의 종류나 가격, 구성 등에 대한 카달로그일 것이다. 하지만 이지용씨가 건네는 전단지는 제품 카달로그가 아니다. 그에게 자동차를 구입한 고객들이 하는 사업을 홍보하는 카달로그이다. 자비로 자신의 고객들을 위한 홍보 영업까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가구를 구입하실 일 있으면, 이곳을 이용해 주세요. 제가 써봤더니 이러이러해서 참 믿을 만합니다.”
당신이라면 이지용씨에게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지 않을까? 자동차만 팔면 땡이라는 식의 영업 사원들과는 달리, 끊임없이 고객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쿠폰으로 가게를 인수하겠다고 할 만큼 자주 가던 단골 카페가 문을 닫아 새로 오픈한 카페에 딱 한 번 간 적이 있다. 특별이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딱히 특별하지도 않은 그저그런 카페였다. 오픈 이벤트로 회원가입을 하면 할인을 해준다길래 다시 오진 않을 거였지만 회원가입을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셨었다. 그러다 언젠가 또 단골 카페가 문을 열지 않았던 날, 그 카페를 우연히 가게 됐다. 적어도 두어 달은 지났던 것 같다.
“손대희님이시죠?”
결제를 하고 쿠폰에 도장을 찍으려고 쿠폰을 찾고 있는데, 여직원은내 이름까지 기억하며 쿠폰을 냉큼 찾아주었다. 이상한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자주 왔던 것도 아니고, 두어달 전에 딱 한 번 찾았던 것 뿐인데이름까지 기억해주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업무를 보면서 다른 손님들을 대하는 그녀를지켜보았다. 100% 모든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정말 많은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고, 사소한 질문 하나하나로 그 고객을 기억할 만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고객이 부담스럽지 않는 정도의 친근함으로 말이다. 특별히 커피가 맛있지도, 와이파이가 빵빵하지도 않은 카페지만 지금도 가끔 책 한 권을 들고 그 카페를 찾곤 한다. 굳이 이름을 얘기하지 않아도 내 커피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는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랄까?
마음이 닿으면 원수도 사랑하게 된다.
군생활 중, 3개월 동안 다른 부대로 파견을 나간 적이 있다. 탄약고의 경계 근무를 위한 파견이었는데 우리 소대 뿐만 아니라 중대 본부의 다른 소대도 함께 파견나와 한 내무실을 썼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파견 나오기 전에도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정순종 병장과 한 근무조로 편성되기시작했다. 그는 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토를 달아 군생활이 짜증나게 하는 고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함께 근무하고 부터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형이었다. 이전의 사악한 고참의 모습은 없었다. 한 번은 근무 중에 왜 갑자기 변했냐고 물었다.
“너한테 감동 먹었다.”
들어보니 별 뜻 없던 나의 한 마디가 그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단다. 한번은 근무를 나가고 있는데 누군가 침상에 침낭을 둘둘 감고 누워 자고 있었다. 후임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정순종 병장이 감기가 걸려서 감기약 먹고 자고 있다고 했다.
“자고 있어도 밥 때 되면 밥 타다 놔. 그리고 애들 왔다갔다 할 때 시끄럽지 않게 하고. 아플 땐 뭐니뭐니해도 밥이랑 잠이 보약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던지듯 내뱉고 간 그 한 마디를 누워있으면서 들었다고 했다. 평소의 안 좋은 감정을 한 번에 씻어낼 만큼 그 한마디가 그에게는 감동이었단다. 그래서 인사병에게 근무조를나와 함께 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그렇게 정순종 병장은 군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이 되었고 제대하자 마자 시작한 사업에 나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초대하기도 했다.
결국,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사람이다.
우리의 어머니도, 어머니의 어머니도 모두 알 정도로 오랫동안 우리 곁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던 기업 '옥시'도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정도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이유는 바로 '사람'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윤을 창출하는 게 무시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목표이더라도, 그 과정에 '사람'이 빠져있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