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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성호 Nov 10. 2016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은 열정페이?

'좋은 경험의 기회'와 '열정페이'는 한 끗 차이이다.

대기만성 :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크게 될 인물은 늦게야 두각을 나타내 성공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성공이나 시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1 + 2 < 3      


수학적으로 볼 때, 1 + 2 = 3이 되어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처럼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한 것보다는 항상 부족한 결과가 나온다. 물론 ‘시너지’라는 특수한 상황이나 로또와 같은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의 경우에는 부등식이 바뀔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치는 다소 부족하게 산출된다.   

  

오늘 아무리 열심히 수학 공부를 해도 수학 시험 성적표가 항상 100점이라는 점수를 내게 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감가상각비처럼, 투입되는 INPUT에는 어느 정도의 노이즈가 생기기 마련이다. 만약 이것을 내가 바라는 100%의 OUTPUT으로 완성하려면 120% 이상의 INPUT이 투입되어야만 가능하다.   

  

호랑이와 곰     


최근 ‘열정페이’라는 말이 각종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무급 또는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신조어이다.

전사회적으로 취업이 쉽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악용하는 잘못된 기업이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심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는 열정 페이의 피해자라 불리는 당사자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열정페이의 시작은 스스로 결정했을 것이다. 아직 부족한 역량으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기에 무급이나 적은 월급으로도 기꺼이 그 사람 또는 그 기업과 함께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수했던 그 열정이 왜 ‘열정페이’라는 멍에와 함께 추락하고 말았을까?     


대개의 경우, 자신이 생각했던 성과나 결과가 처음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람과, 이 회사와 함께 하면 이러이러한 기회나 성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냥 일꾼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은 기분에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늘어가다가 결국 최악의 ‘열정페이’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한 기업의 프로젝트에 거의 무급에 가까운 비용을 받으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나와 함께 하던 이들도 어느 순간 모두 사라지고 나만 남은 적이 있다. 그리고 가끔 다른 이들을 통해 그들의 소식을 들으면 ‘열정 페이’라는 말로 자신의 조급함과 성급한 선택들을 합리화하고 포장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묵묵히 남아있던 나의 경우는 더 좋은 기회를,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이제는 그들이 진작 포기해 버린 길을 가며, 원하는 삶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다.     

물론, 취업준비생들이나 상대적으로 더 아쉬운 약자들을 이용하려는 악덕 기업이나 나쁜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기회를 가지느냐, ‘열정페이’의 피해자가 되느냐는 결정된다.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동굴 안에서 쑥과 마늘을 먹게 된 곰과 호랑이. 사람이 되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그 미션이, 먼저 뛰쳐 나온 호랑이에게는 ‘열정페이’일 것이고, 끝까지 견뎌 사람이 된 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자 인생의 변곡점일 것이다.


우리는 어쨌든 오늘을 살아야 한다. 마냥 제도적 구조적 문제에 대해 한탄만 하고 주저 앉아있을 수도 없다. 바꿀 수 있다면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바꿀 수 없다면 그럼에도 살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흙수저가 자신의 인생을 반전시키기 위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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