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것이 아니라, 용기를 선택한 것이다. #5

넘어진 그 자리 #5

by 손성호

"그래도 생전 책을 안 읽던 사람이 갑자기 책을 읽기는 쉽지 않잖아요?"


"맞아요. 그런데 그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10주 간의 강사과정을 이수하려면 매 주 책을 한 권씩 읽고 그 내용으로 강의를 해야 했습니다. 그냥 독서감상문이 아닌, 듣는 이로 하여금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동기부여 강의를 말이죠."


"아~ 그럼 책을 대충 읽을 수는 없었겠네요?"


"네, 그리고 어쩌면 저 나름대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한 선택이었기에 그만큼 절실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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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은 숨이 죽어버린 휘핑크림을 커피에 휘휘 저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갔다.


"첫 주에 읽어야 할 책이 조연심 작가님의 <나는 브랜드다>였어요."


"아, 알아요. 개인브랜드 전문가이시죠?"


"네, 맞아요. 그 책을 읽고 저는 마치 저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 같았어요. '경력단절'이라는 키워드가 딱 저의 입장이었거든요. 이런 책을 쓴 조연심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조연심'을 검색해 봤어요. 뉴스, 웹사이트, 블로그, 카페, 이미지, 동영상 등 모든 카테고리에 조연심 작가의 일거수 일투족, 심지어 그녀의 가치관까지 알 수 있는 콘텐츠들이 가득하더라구요. 그리고 눈에 띄인 것이 바로 '300프로젝트'입니다."


"300프로젝트요?"


"네, 조연심 작가가 개인브랜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툴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의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갔어요.


어쨌든, 그 300프로젝트가 곧 발대식을 통해 시작한된다는 공지를 보고 조연심 작가를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 책을 읽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작가분을 만나러 가셨군요."


"네, 그래서 저는 처음으로 강사과정 수업 하나를 땡땡이를 치고 300프로젝트 발대식에 참여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경기도 안성에서 서울 강남의 아카데미까지 왔다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촌놈 성공했다고 생각한 태경에게 강북의 마포구청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비 오는 날, 이 먼 곳까지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을 지불해 찾아온 자신이 새삼 기특하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이고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들은 최종 점검을 하는지 바빠 보였고, 저 멀리 책과 인터넷으로만 보던 조연심 작가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찾아가 인사하고 싶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분이다 보니 조연심 작가의 곁엔 인사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태경은 조용히 빈 자리에 앉아 행사 리허설과 안내 책자를 암기라도 할 듯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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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프로젝트!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고, 100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100개의 칼럼을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하는 자가성장 프로젝트이다. 아이 둘 달린 가정주부가 지금의 개인브랜드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혹독한 자가성장 툴을 업그레이드 한 버전이다.


300개의 콘텐츠를 1년 안에 하려면 일주일에 각 2개씩의 콘텐츠가 블로그에 기록되어야 한다.

태경은 애초에 1년 안에 이 프로젝트를 완수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해 볼 각오를 할 뿐이었다.

3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태경 스스로도 알아차린 것은 '자신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하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장점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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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태경은 난생 처음 블로그라는 것을 만들었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만들어서 한창 운영해 보기는 했지만, 싸이월드의 인기가 식으면서 지금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만들어 놓은 블로그는 시작할 때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

보잘 것 없는 레이아웃과 디자인에 고작 세 개의 책리뷰가 전부였지만, 태경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베이스캠프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