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당신, 살인자인가요?
최근에 일어나는 범죄는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우발적인 범죄들이
크게 증가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범죄가 발생하면
자연스레 주변의 수상한 인물들이
수사망에 오르게 되죠.
이번에 소개할 영화가 그렇습니다.
잔인한 무차별 범죄가 발생하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보통 사람과 다른 세 명의 사람이
의심받고 추격하는 일본 영화 '분노' 입니다.
충격적인 영화 분노의 시작
영화의 시작은 엄청나게 충격적입니다.
피가 낭자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모습으로 시작하기 때문이죠.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현장에 피로남겨진 성낼 노 (怒)자가
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사건 1년 후.
연고가 없어 의심스러운 세 명의 남자가
각각 나타납니다.
용의자들의 등장
첫 번째 남자는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 아이코의 눈 앞에 나타난
‘타시로’ 입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경계하게 하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유흥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코는
이 사람 타시로에게 관심이 생기게 됩니다.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던 아이코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던 타시로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둘은 아버지 요헤이의 걱정 속에서도
데이트를 하는 등 사랑을 키워가게 되죠.
두 번째 용의자 나오토
두 번째 용의자는 ‘나오토’ 입니다.
클럽에서 만나게 된 나오토와 유마
둘은 성적 소수자.
흔히 말하는 게이입니다.
같이 하룻밤을 보내고 둘은
유마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합니다.
나오토는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 중인
유마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등
둘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용의자 다나카
세 번째 용의자는 ‘다나카’.
이즈미가 동급생 타츠야와 무인도 구경을 하던 중
홀로 배낭여행 중이라 말하는
다나카를 만나게 되죠.
날카로워 보이는 첫 인상과는 다르게
친절한 다나카와 이즈미는
금방 친해지게 됩니다.
매번 타츠야의 보트를 타고
다나카를 만나는 일이 계속되게 됩니다.
세 명의 용의자.
그리고 수상스러운 행동들이 하나 둘 목격됩니다.
수상한 용의자들의 움직임
첫 번째 용의자 타시로는
아이코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까지 시작합니다.
그런데도 타시로는
뭔가 숨기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아버지인 요헤이는 그의 정체를 캐기 위해
그의 옛 일자리를 찾아가 보았는데,
알고 있던 타시로라는 이름 대신
가명을 사용한 것을 보고 의심을 하게 됩니다.
두 번째 용의자인 나오토는
낯선 여자와 카페에 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유마가 그 일에 대해 캐묻지만
나오토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둘러대죠.
그리고 훌쩍 나오토는 유마의 집을 떠나게 되고,
수사망을 좁혀오는 경찰에게서
나오토를 쫓는 전화가 계속해서 걸려오게 됩니다.
세 번째 용의자인 다나카 역시
이상 행동을 보입니다.
일하는 곳에 손님들의 가방을
마구 집어 던지며 폭력성을 내비칩니다.
이뿐 아니라, 식당의 모든 식기를
때려 부수며 갑작스럽게 폭주하는 다나카.
의심스러운 세 사람. 진범은 과연 누구?
한편, 경찰은 주요 목격자와 신문을 통해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나갑니다.
일일 노가다 작업을 위해 나섰던 곳에서
동정을 받은 것에 분개해 부부를 살해한 범인.
그리고 용의자 중 타시로는
동거 중이던 아이코가 경찰에 신고하게 됩니다.
공개수배 프로그램을 보고
범인일지도 모른다 생각한 아이코가
신고하게 된 것이죠.
과거의 배경과 연고가 없는 세 명의 용의자
타시로, 나오토, 다나카.
과연 진범은 누구였을까요?
스릴러 장르이지만 분명 다르다!
이 영화의 장르는 범죄 스릴러 같지만
인간의 의심과 갈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영화의 잔인했던 첫 시작과는 달리,
추가 범행은 일어나지 않으며
긴박감 넘치는 추격 장면 역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건,
누가 범인일지 쉽사리 예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선입견이 작용하게 되면
이 영화가 파놓은 함정에
보기 좋게 빠져들고 맙니다.
각기 다른 수상함을 갖춘 세 명의 용의자.
이 세 사람 중 한 명을 범인이라고 생각한 순간,
마지막까지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생각에
진짜 범인을 맞추기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자?
이 영화가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
용의자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약혼남,
동거를 하는 친구,
그리고 힘들 때 위로가 되어 준 사람.
모두가 쉽게 의심할 수 없고,
의심하기 싫은 사람들이 용의자이죠.
이들을 의심하는 주변 사람들과
신고를 하는 아이코의 행동.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심리가
상세하게 설명되어 보는 사람에게
큰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소외된 모든 사람을 위해...
용의자의 신분 역시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사는 외지인,
성적 소수자,
3D 업종에 종사하는 일용직 노동자.
용의자들을 우리 주변에서
크게 환영 받지 못하는 인물로 설정하여
이들을 의심하는 것을 당연시하게끔
영화는 우리를 이끌어갑니다.
이 뿐 아니라, 묻지마 살인범과
성매매를 하는 딸 아이코,
그리고 주일 미군에게 성폭행 당하는 피해자와
무관심한 사람들을 통해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작품이었습니다.
믿음과 배신이 뒤섞인 영화 분노
분노라는 제목 속에 의심받는 세 명의 용의자.
그리고 분노하기 보다
그들을 끝까지 믿고 싶어하는
주변 인물들의 선명한 대비.
조금 거추장스러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이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전반적으로 잘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여러 문제가 만연한 사회와
이를 묵인하는 사람들.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모습.
마지막 장면에 바다를 향해
절규하는 이즈미의 외침은
이러한 모든 사회 문제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사진은 '다음 영화'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