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성형 수술로 스타가 되었지만, 이내 악마가 되어버린 사와지리 에리카
아름다워지기 위한 여성의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물론, 여성의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라
꾸미는 남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뷰티나 패션을 주제로
머리에 떠올렸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화려한 여성이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풍토는 ‘외모 지상주의’라는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아무에게나 거리낌없이 행해지는 외모평가.
그리고 이와 비례하여 늘어나는 성형외과.
오늘 소개할 영화는 바로 이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을 맡은
영화 헬터 스켈터 입니다.
최고의 스타이자 연예인 리리코
영화의 주인공인 리리코는
모든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자
최고의 스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외적 평가와는 반대로
리리코는 엄청난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
신문에 올라간 사진이 자신의 원샷이 아닌 것에
불만을 가지는 리리코.
뿐만 아니라 매니저를 하대하는 듯한 태도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안하무인적 태도를 보입니다.
욕망으로 가득한 리리코
성공을 위해서는
성상납도 서슴지 않는 리리코.
그녀의 성공을 향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리리코에게도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녀가 전신 성형을 통해
아름다움을 손에 얻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 보잘것 없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던 리리코는
성형수술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되고
아름다운 외모를 무기로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던 중
이마에 멍 자국을 발견한 리리코.
패닉 상태에 빠지는 리리코는
익숙한 듯 뷰티 클리닉.
즉, 성형외과를 다시 찾게 됩니다.
점점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헬터 스켈터
극단적으로 외모를 바꾸어 줄 수 있지만
그와 비례해 부작용이 엄청난 이 클리닉의 시술.
의사와 상담 중 클리닉에 퍼지는 커다란 소리.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난동을 부리는 것이었고
리리코는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그녀를 뒤흔든 사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기획사의 새로운 기대주
코즈에의 등장입니다.
점점 코즈에에게 밀린다는 생각이 든
리리코는 좌절감에 빠지게 되죠.
광기로 치닫는 그녀의 분노
분노를 감출 수 없었던 그녀는
매니저인 하다를 시켜
코즈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라는 부탁을 합니다.
자신의 자리를 누군가 대체한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이죠.
리리코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하다는
유원지에서 촬영이 끝난 코즈에를 찾아
커터칼을 꺼내듭니다.
그와 동시에 리리코는 방송 촬영 중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영원할 수 없었던 '전신 성형'의 아름다움
전신 성형의 부작용이 일어나
환각을 보기 시작한 것이죠.
촬영 스텝을 밀치고 세트장을 엉망진창 만들고
그녀는 기절하고 맙니다.
기절에서 깨어난 리리코는
하다에게 다시 화풀이를 하며
자신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잊혀져 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오열합니다.
부작용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까지
외모에 집착하는 리리코.
결코 해피 엔딩이 될 수 없던 '헬터 스켈터 결말'
결국 전신 성형 클리닉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검사와 매니저를 통해 공개되는 리리코.
수많은 취재 인파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향해 엄청난 셔터 세례를
퍼붓는 기자들 앞에서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대중이 원하는 쇼를
펼쳐 보이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자극적인 요소로 가득했던 영화 헬터 스켈터
먼저 이 영화 굉장히 선정적입니다.
1리터의 눈물을 통해 청순 이미지를 다져온
사와지리 에리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변신이 담겨있습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남자친구 뿐 아니라 프로듀서.
거기에 더 나아가
매니저의 남자친구와도 성관계를 가집니다.
그녀에게 성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란
진실한 사랑이라기 보다 성공의 욕망과
개인적 과시를 담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모는 언제나 경쟁력?
영화 내에서 리리코는
아름다움은 권력이자 강함이라고 여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에
멍이 하나 둘 늘어나며 부작용이 생기는 것 역시
아름다움을 잃는 것이고,
이는 자신의 권력과 명성까지
모두 빼앗아갈 것이라 믿기 때문에
과민 반응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리코의 생각은
단순히 리리코 스스로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먼저, 대중들은 그녀의 외면적
아름다움에만 집중합니다.
그들에게는 그녀가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살고,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욕을 하는 등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불과하죠.
외모지상주의의 병폐를 보여주는 '뷰티 클리닉'
뷰티 클리닉에서 그녀를 관리해주는
의사에 말에서도 이는 단적으로 보여집니다.
의사는 그녀가 아름답기 전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고깃덩어리라는 비하를
서슴지 않고 합니다.
이런 주위의 환경 속에서 리리코는
아름다움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생각 속에 지배되었던 것이죠.
뷰티 클리닉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뷰티클리닉은 외모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병폐 현상을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이 클리닉은 타인의 장기를 비롯하여
피부와 근육 등을 불법 입수해서 시술하는
불법 의료기관입니다.
다른 사람의 피부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정 주기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를 천문학적 비용을 이용해 유지시켜야만 합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비용이 드는 탓에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결국엔 리리코도 이 클리닉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 되는 것이죠.
의사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서
쓸모 없는 소란 정도로 치부하며,
자신의 불법 의료 행위를
정당화하는 당당한 모습까지 보입니다.
연예인이 느끼는 강박감과 부담감을 그려낸 영화
다시 리리코에게 시선을 옮겨가 보겠습니다.
그녀가 화려한 연예계 활동 이면에 있는
어둡고 우울한 현실을 힘들어 한다는 것에 대해
영화 전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면
이 부분을 영화 중반에서야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실은 영화의 맨 앞에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화려한 생활이 끝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갖가지의 사건을 통해
외부로 표출되며 그녀가 점점
궁지에 몰려가는것을 영화는 나타냅니다.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행위는
역시나 그녀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코즈에의 등장입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리고 자연미인인
코즈에의 등장은 그녀의 위기감을
극도로 고조시킵니다.
심지어 리리코의 재수술 기간 동안
잡지의 메인 모델마저 빼앗겨버리자
그녀는 패닉에 빠지죠.
헬터 스켈터 영화에서 아쉬웠던 주변 인물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검사 마코토에 대해도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코토는 오래 전부터 불법 시술을 하는
이 뷰티 클리닉에 관심을 가지고 수사를 해 온 인물.
수많은 재계 인사들이 이용하는
클리닉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한 수사를 하는 도중
리리코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결정적 증인으로 이용해
진실을 밝히려 합니다.
피해 여성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리리코가 자신의 증인이 되어줄 것을
끈질기게 요청하는 검사 마코토.
하지만 이 진지해 보이는 검사의 대사가
마치 사춘기 소년 같은 유치한 비유를
가득 담은 이야기라는 것은 조금 어색했습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
어느 정도 이해는 갔지만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이 대사들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사 중에
이 영화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대중들과
주변 사람들의 바램이 투영된 하나의 몽타주"
이 대사는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해주는 말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 몽타주 '리리코'
대중들은 미(美)라는 기준을 잡는
하나의 척도로서 그녀를,
소속사 대표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투영하는 아바타로서 그녀를,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신의 미적 감각과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도구로서 그녀를
이용하였습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했던 리리코라는 사람은
결국 부작용이라는 탈선을 일으키며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단순한 외모지상주의 비판 영화는 아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단순히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릇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과
연예인을 단순히 가십거리로 이용하는 대중들,
그리고 주변에서 개인의 사리사욕만 챙기려는
인물들 모두의 민낯을 드러내며 비판합니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색감을 이용한 것 역시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니나가와 미카 감독 특유의 다양한 색감을 살린
미장센과 강렬한 색채의 대비는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색이주는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연출이었습니다.
사와지리 에리카의 연기 변신.
그리고 외모지상주의를 만든 것은
개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라는 것을
꼬집은 작품
헬터 스켈터 였습니다.
※ 사진은 '다음 영화'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