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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Dec 18. 2017

[영화리뷰] 세 번째 살인 리뷰, 그리고 결말과 해석!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세 번째 살인 리뷰! 결말과 해석까지!

가족과의 끈끈한 유대와 

가족애의 회복을 그려낸 영화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로튼애플을 통해 소개해드렸던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 후쿠야마 마사하루, 야쿠쇼 코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잔잔한 가족물이 아니라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다룬 작품으로 

극장가로 돌아왔는데요. 


그 작품이 바로 최근에 개봉한 

영화 ‘세 번째 살인’ 입니다.



영화 세 번째 살인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미스미 역을 맡은 

야쿠쇼 코지의 살인으로 시작하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존 작품을 접했던 관객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미스미가 자신의 공장 사장인 이츠오를 

스페너로 때려서 죽인 뒤 

불을 붙여 흔적을 없앱니다. 


그는 금방 강도살인 혐의를 받고 

수감되게 됩니다.



냉철한 이성의 변호사 시게모리


이러한 미스미의 변호를 맡은 사람이 

시게모리입니다. 


시게모리는 뛰어난 변호 실력으로 

인정받는 변호사. 


하지만 그는 단순히 

형량을 줄이는 것에 집중할 뿐,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종일관 그는 

강도살인에서 일반살인으로 

살인의 속성을 바꿔서 사형을 면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미스미를 용서하지 못하는 피해자 유족들


미스미 역시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시게모리가 형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 편지를 쓰자는 

제안에 동의하며 편지를 써주는 등


사형을 면하려는 시게모리와 

변호 전략을 맞춰갑니다.


그의 편지를 받은 시게모리가 

피해자 유족을 만나러 갑니다. 


피해자의 아내인 미츠에와 딸인 사키에. 


이 두 모녀는 가장의 죽음을 

이런 편지 하나로 용서할 수 없다며 

박박 찢어버리죠.



진술을 번복하는 미스미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신이 이츠오를 주도적으로 살인했다고

 이야기한 미스미가 


돌연 입장을 바꿔

 피해자의 아내인 미츠에에게 살인청탁을 받고 

그대로 행한 것이라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시게모리는 오히려 잘되었다 생각합니다. 

살인을 사주했던 부인에게 상당부분

 죄를 뒤집어 씌우고 미스미의 혐의를 

흐려놓을 수 있는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인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바탕으로 

시게모리는 그의 사형을

 감형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갑니다.


진실을 향한 족쇄는 점점 

미츠에에게 조여옵니다.


사키에는 이렇게 거짓말을 하며 

더러운 방식으로 사는 것에 환멸을 느끼지만,


미츠에는 다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변명할 뿐이었죠.


<외모 뿐 아니라 연기력도 빛나는 히로세 스즈>


결정적 열쇠가 되어주는 사키에


그래서 시게모리가 집중한 것은

 이 딸인 사키에 쪽이었습니다. 


사키에를 만나 미스미와 

부모인 이츠오, 미츠에에 관해서 

캐묻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키에에게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죠.


어려운 일을 캐묻게 되는 주요 증인으로서 

법정에 서는 것을 허락한 사키에. 


그녀는 미스미가 나쁜 사람이 아니며 

자신을 위해 아버지를 죽여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사형을 

면할 수 있게 끔 진술합니다.



또 한번 뒤집히는 미스미의 진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에 터지고 말죠. 


미스미가 갑자기 자신이 

이츠오를 죽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갑작스런 노선 변경은 

재판부에게 신임을 줄 수 없으며, 


이러한 번복이 사형을 면할 수 있던 

지금의 흐름에서 큰 파장을 일으켜 

손해가 될 거라 주장하는 시게모리. 


하지만 미스미의 자세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재판 날. 


미스미는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며 

재판장을 대혼돈으로 빠뜨립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재판부는 

이내 그에게 사형을 고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지루하거나 혹은 심오하거나


이 영화의 평가는 꽤나 상반됩니다. 

좋았다는 평도 있지만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 역시 존재합니다.


아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전개 방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여러 시각적 장치를 통해 그려내는 기법과


 사건보다도 인물 개개인의 심리에 집중하는 

그의 연출 방법이 생소했다면 

다소 지루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올해 본 

일본영화 중 가장 좋았습니다.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꼬집다!


영화 얘기를 해보자면, 

제목이 꽤나 자극적인 것과 반대로 

이야기 흐름은 자극적이기보다는 

철학적이고 심오합니다.


단순히 살인의 진실을 찾기 위해 다가가거나 

범인에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존의 서스펜스 장르와는 달리, 


사법 체계의 문제와 

인간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며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먼저 ‘살인범은 나쁜 사람’이라는 등식이 

이 영화에서는 쉽사리 성립되지 않습니다. 


미스미는 분명한 사람의 목숨을 거둬간 

사람이라는 점에서 옹호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의 살인 동기는 

단순히 금전적 목적이나 원한의 감정을 

품고 있어서가 아니라 


타인의 불행을 해결해주기 위한 

행위였다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코 훌륭하지 않았던 사키에의 부모


미스미가 처단한 이츠오라는 인물은 

딸 사키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 

인면수심의 아버지였습니다. 


또한 전과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싼 값에 노동자를 부리고, 


부정식품을 이용하여 부를 쌓는 등의 

부도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정하게 쌓은 부를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그 덕분의 집이 잘 살 수 있었다고 합리화하며, 


보험금이라는 목돈을 위해 

남편의 살인 의뢰를 부탁한 사람입니다.


그 밑에서 자란 사키에가 

얼마나 괴롭고 힘들어 했을지 

상상할 수 조차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멀리 떨어진 홋카이도에 있는 

의대에 진학을 희망하며, 


부모에게서 멀어질 날을 위해 

더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죠.



피해자의 딸 그 이상의 역할, 사키에


사키에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살인이 일어나게 된 트리거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 폭력의 피해자에서 

미스미의 살인 혐의를 벗겨주는 증인으로, 


또 다시 미스미가 진술을 번복하는 데에는 

모두 사키에가 관여되어 있습니다.


미스미는 사키에가 

자신의 혐의를 벗겨주기 위해 

조금은 껄끄러울 수 있는 이야기까지

재판장에서 공개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행해지는 만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수치스러운 이야기까지 해야 하는 사키에를 

그는 해방시켜 주고 싶어합니다.



가슴 따뜻했던 살인마(?) 미스미


그렇게 되기 위해선 

사키에가 그런 증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고, 


자신의 진술을 뒤집음으로써 

사키에의 증언이 개입될 여지를

완전히 지워버리죠.


그렇다면 미스미가

 자신의 목숨과도 바꾸어 가며 

그녀를 지키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자신의 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미안함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30년 전에도 

살인 혐의로 복역을했습니다. 


당연히 30년 간 

딸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였으며, 

딸이 술집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도록 

내몰게 된 것이죠.



미스미와 사키에의 특수한 관계가 판을 뒤집다!


이러한 미안함이 투영되어 있는 존재가 

바로 사키에입니다. 


자신의 딸처럼 한쪽 다리가 불편하며, 

제대로 된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지 못했던 사키에를 위해 


딸에게 못해주었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30년 전 살인 사건의 판결을 했던 

판사인 시게모리의 아버지에게 보낸 엽서에서도

그가 사키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러납니다. 



딸과 눈으로 케이크를 만들며 생일을 축하하고 

좋은 한 때를보냈다던 미스미. 


하지만 미스미는 

자신의 딸을 만난 것이 아니라 

사키에를 만난 것이고, 


그녀를 단순한 사람이 아닌 

딸 이상의 존재로 느꼈음을 보여줍니다.



'차가운 이성' 시게모리 - '따뜻한 감성' 미스미


미스미의 이러한 마음은 

시게모리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더욱 선명한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시게모리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효율성만 강조하는 인간. 


그안에서 피해자의 심정이 어떨지, 

진실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은 없습니다.


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는 잘 나타납니다. 


아버지에게 관심이 필요했던 딸이 

절도라는 일탈 행동을 통해 표현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도 시게모리는 일에만 매몰되어

이내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이죠.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 작품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에서 등장했던

료타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미스미는 정말로 나쁜 사람일까?>

이 둘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유리벽으로 나뉜 접견장에서의 모습입니다. 


시종일관 변호 전략을 떠들어대는 

시게모리에게 미스미는 자신은 체온으로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이야기를 하며, 손을 맞댑니다. 


지극히 이성적으로만 살아온 시게모리와 

뜨거운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스미와의 교감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었죠.



정의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영화는 살인에 초점을 맞추지만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단죄를 

통쾌하게 그려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에서 

묘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사법체계 또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기에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초반부터 계속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사법 체계는 언제나 합리적이고 

정의롭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해당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던집니다.


마지막 재판장에서 미스미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좋은 면도 있지만, 

분명 악한 행동이 표출되는 때도 있을 것입니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완벽하지 못한 

다른 인간에게 내리는 형벌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영화 제목 세 번째 살인의 의미?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인

 ‘세 번째 살인’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실상 미스미는 30년 전의

 첫 번째 살인을 행했고, 


이츠오를 죽임으로써 

두 번째 살인을 행했습니다. 


그는 두 명의 사람을 죽였는데 

영화는 왜 세 번째 살인이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영화가 

완벽하게 답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추측해보면,

 미스미는 사형을 구형 받지 않고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딸 같은 사키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사형으로 이끕니다.


 바로 여기서 자신을 죽이게 된 행위를

30년 전의 살인, 이츠오의 살인에 이어

 ‘세 번째 살인’으로 규정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법체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가진 미스미가 

오히려 사법체계의 맹점을 이용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 다른 의미의 

살인 행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 변신!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번 변신은 색다르고 신선했습니다.


 그간의 그의 작품과는 

또 다른 색깔을 가진 작품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 안에서도 가족애를 느끼고 회복하려는 

그의 개성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즐겨쓰는 시각적 비유>


재판이 끝난 후 

하늘을 올려다 본 시게모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깃줄들을 보게됩니다. 


계속해서 엇갈리는 진술들과 

복잡한 동기 속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웠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식의

 장치였습니다.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영화 세 번째 살인'


나는 구원한 것일까?

 아니면 심판을내린 것일까? 


시게모리가 미스미를 만나며

 변화된 심리 속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고뇌를 나타낸 대사입니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사법체계 속 

사람들을 속이고 부당한 수익을

 올린 자들은 부를 쌓고, 


누군가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처벌받는다. 


살인이라는 행위는 어떠한 사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 


과연 우리 사회와 형법이

얼마나 정의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https://youtu.be/044vPuW_6pI

<영상과 함께 영화 리뷰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사진은 '다음 영화'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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