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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Mar 01. 2020

<칠드런 액트> 종교 대신 판사에게 반해버린 소년

영화 칠드런 액트 소개 및 리뷰

어느 저녁, 남편의 부름에도 일에 푹 빠져 있는 주인공 피오나. 그녀는 존경받는 판사이자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을 앞두고 벌어진 재판. 그녀는 명쾌한 근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진행해 나간다.


영화 칠드런 액트 줄거리


일이 끝나고 돌아온 그녀에게 남편 잭은 주말에 데이트를 제안한다. 하지만 늘 그랬듯 바쁜 일이 있다며 거절을 하는 피오나.


그러자 잭은 조심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는데,


나 바람피울지도 몰라

피오나는 잭이 바람을 피울지 모른다는 여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나이 차도 상당했으니 정상적인 관계가 아닐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다음 날, 잭은 피오나에게 관계를 맺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토해내는 잭.


하지만 이내 전화기가 울리고 그녀는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난다.


이번에도 꽤나 골치 아픈 사건이었는데, 수혈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백혈병 환자 애덤과 그의 부모가 수혈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기 때문이다.


재판 당일, 병원 측은 하루빨리 수혈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경고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는 종교의 믿음 아래, 수혈 행위를 강력히 거부하며 맞선다.


심지어 애덤 역시 수혈을 거부한다는 편지를 써서 보내온다. 그러자 피오나는 직접 피고인 애덤을 만나보기로 한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에서 피오나는 그녀를 보며 활짝 웃는 애덤을 보게 된다. 아직 앳된 얼굴이 남은 17살 소년. 하지만 종교의 교리 때문에 그는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에 병원 측은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혈을 권유했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진 듯 계속해서 버티기만 하는 애덤.


애덤을 설득하기 위해 피오나는 수혈받지 않았을 경우 생길 위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자 애덤은 백혈병의 증상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의 뜻을 받들고 싶다고 팽팽하게 맞선다.


피오나는 그런 애덤을 뒤로하고 떠나려 한다. 그러자 아쉬워하며 조금만 더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애덤. 피오나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기타 연주하는 애덤의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불러주고 병원을 떠난다.

이 날 일이 도움이 되었는지 판결을 내리는 그녀. 그녀의 선택은 수혈이었고 애덤은 정상적인 치료와 함께 건강을 되찾는다.


그런데 퇴원 후 애덤은 매일같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하루는 아예 미행을 하듯 피오나 뒤에서 튀어나오는 애덤.


피오나는 애덤에게 이러지 말라고 쫓아내지만, 애덤은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 계속 뒤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한편, 피오나는 잭과의 사이가 더 크게 삐걱거린다. 이혼을 위해 변호사와 연락을 취한 걸 알고 잭은 엄청나게 화를 낸다.


혼란스러운 피오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 건 애덤의 관심. 그는 피오나에게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런데 뉴캐슬로 출장을 떠났던 곳에서 그녀는 다시 애덤을 보게 된다. 아예 스토커처럼 그녀를 쫓아다니는 애덤.


그는 수혈 사건을 시작으로 집 안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고, 불편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닌 그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따라다닌 것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피오나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데,


판사님이랑 같이 살래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피오나. 결국 두 사람은 입맞춤까지 하게 된다.


유능한 판사였지만, 남편과의 가정을 지키는 데에는 소홀했던 피오나. 그리고 그런 피오나의 설득으로 완전히 새사람으로 태어나게 된 애덤. 과연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


이 작품은 법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다. 유능한 판사였던 피오나는 담당하던 재판에서 피고 애덤을 알게 된다.


애덤이 피고가 된 이유는 그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기 때문.


여호와의 증인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데,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로 입대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영화 내에서도 등장했듯, 수혈을 거부하는 이 종교만의 교리.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대체 의료 행위를 고집할 뿐, 수혈을 받는 걸 거부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피가 섞이는 걸, 오염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혈병이라는 치명적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애덤은 수혈을 거부한다. 목숨이 위급함에도 종교적 가르침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재판을 담당한 피오나의 생각은 달랐다. 종교적 믿음이 중요한 가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한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요소로 작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아니 한 가족의 종교적 믿음을 저버리고 수혈을 하라는 판결을 내린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종교라는 건 결국 인간이 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존재.


그런데 역설적으로 종교적 믿음이 인간의 숨통을 끊으려 했다. 그리고 피오나는 인간의 목숨줄을 손에 쥐고 흔드는 종교라면 온전한 가치를 다하고 있지 않다고 여겼던 것.


재판을 하다 보면 상충하는 여러 가치들이 다른 목소리를 낼 때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대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리는 게 사법부의 역할이다.


피오나는 백혈병에 걸린 애덤의 경우 외에도, 여러 사건을 맡으며 이러한 딜레마에 자주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때마다 피고나 원고 모두에게 득이 될 만한 판단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분명 어느 쪽은 자유를 제한당하거나, 비도덕적이라 보일 만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만이 정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보편적인 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게 정의라는 것이었다.


애덤의 경우에도 목숨은 지켜낼 수 있었지만, 집안을 지탱하던 종교적 믿음이라는 뿌리가 흔들리며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는 모든 문제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판결은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연민과 사랑 사이


영화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 요소는 바로 피오나와 애덤의 관계였다.


먼저 피오나는 남편이었던 잭과 결혼 관계를 지키는 데 열심이지 못했다. 일이 많아서 또는 일이 바빠서라는 핑계로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데 인색했기 때문.


이에 지쳐버린 잭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홈 파티에 초대했던 다른 여자와 눈이 맞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잭은 피오나에게 솔직히 자신의 감정을 토해낸다. 이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자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잭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배경에는, 여전히 피오나와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주말에 데이트 약속을 잡으려 하거나,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잡아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잭의 간절한 외침에도 피오나는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여전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부부 관계를 개선하기보다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른 사건을 맡다 알게 된 것이 바로 애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보기 위해 병실에 들러준 피오나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수혈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되찾자 그는 스토커에 가깝게 피오나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피오나는 자신이 병실에 들른 일이나, 이야기를 나눴던 일은 피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함이었지, 사랑의 감정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덤은 이 치료를 받음으로써 종교의 교리를 저버리게 되었고, 대신 그녀를 마치 종교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피오나의 완곡한 거절에도 계속 그녀를 보기 위해 찾아갔던 것이다.


그러자 피오나 역시 조금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남편 잭과의 불편했던 관계와 더불어, 자신이 이 어린 소년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데에 책임감을 느꼈던 것.


그래서 뉴캐슬을 떠나던 애덤과 입맞춤까지 하기에 이른다. 


죽음을 앞둔 소년을 향한 연민으로 시작했던 이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져만 갔고, 자신의 감정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다.


권태감으로 흔들렸던 부부 사이. 그리고 연민으로 피어났던 새로운 호감. 불편하게 대립하던 이 관계들은 마지막에 폭발적인 해소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끊임없이 이들을 쥐고 흔들었다.


판사 이기전에 하나의 사람으로서


항상 명쾌한 결단을 내려야 했던 판사 피오나. 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는 평온을 되찾고,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 과정은 비로소 그녀가 자신의 삶 역시 자신의 일만큼이나 소중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는 걸 의미하는 듯했다.


남편과의 권태로움 속에서 찾아온 뜻밖의 사랑. 그리고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판사가 삶을 마주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충분히 어른이었던 피오나의 성장 이야기를 담는다.


갑작스러운 전개로 억지 감동을 끌어내는 부분이나, 너무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엠마 톰슨의 명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봐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Cfy4F3X0Z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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