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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Mar 31. 2020

<미드나잇 인 파리> 과거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찬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줄거리 및 리뷰 분석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과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파리의 한 거리. 그리고 이 곳에는 결혼을 앞둔 길과 이네즈가 있다.


하루는 이네즈의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 길. 그런데 그는 예비 장인어른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싸움을 한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줄거리


말다툼이 한창이던 이때, 이네즈의 친구인 폴과 캐롤이 식당에 등장한다. 이네즈는 친구들을 보고 반가워하지만 길은 이들의 출현을 못마땅한 듯 쳐다본다.


다음 날, 역사와 문화의 해박한 지식을 가진 폴과 베르사유 궁전을 견학하는 이들 커플. 하지만 길은 잘난 척하는 폴에게 빈정거리게 되고, 그런 길을 쏘아붙이는 이네즈.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도 폴은 끊임없이 자신의 지식을 뽐낸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듣던 안내 직원이 폴의 틀린 지식을 교정해준다. 그럼에도 폴은 무조건 자신이 맞는다고 빡빡 우길 뿐이었지만.


저녁이 되자 폴은 이들 커플에게 춤을 추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폴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길은 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이네즈는 혼자서라도 가겠다고 떠나 버린다.


한편 호텔의 위치도 모르고 무작정 걷던 길은 길을 잃는다. 걷다 지쳐 돌계단에 걸터앉은 길. 그런 그의 앞에 구형 푸조가 나타나는데, 그 안에 있던 무리들은 다짜고짜 길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한다.


그들이 데려간 곳은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바. 노랫소리를 따라간 곳에는 콜 포터와 너무도 닮은 남자가 피아노를 치며 연주를 하고 있었다.


정신이 나가 멍하니 서있던 길에게 한 부부가 다가오는데 이들은 피츠제럴드 부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길. 심지어 자리를 옮긴 술집에서는 헤밍웨이까지 만나게 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작가 헤밍웨이와 만난 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의 작품 평가를 의뢰하던 길에게 헤밍웨이는 거트루드 스타인을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다음 날, 길은 원고를 들고 이네즈와 함께 어제 푸조를 봤던 돌계단에서 차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차는 오지 않았고 화가 난 이네즈는 홀로 택시를 잡아 떠난다. 그때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는데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푸조는 다시 그의 눈 앞에 나타난다.


안에는 헤밍웨이가 타고 있었고 그와 함께 스타인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피카소가 스타인과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길의 원고를 받아 들자마자 읽어 내려가는 스타인. 이를 지켜보던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는, 바로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아드리아나는 의상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왔다고 밝힌다. 그리고 길은 그녀의 은은한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린다.


다음 날 저녁도 길은 시간여행을 한다. 이네즈의 춤 제안은 거절했지만, 과거로 간 길은 신나게 스텝을 밟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아드리아나를 다시 만난 길은, 그녀와 단 둘이 파리의 밤거리를 걷기도 한다.


한편, 밤마다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길을 수상하게 본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예비 장인. 이에 사설탐정까지 붙여 그를 미행하도록 지시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길은 거리를 걷다 벼룩시장에서 아드리아나의 일기를 발견한다. 그 안에서 아드리아나에게 자신이 귀걸이를 선물했음을 알게 된 길.


며칠 뒤, 다시 아드리아나를 만난 길은 귀걸이를 선물하고, 둘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두 사람 사이. 그리고 밤마다 사라지는 예비 남편을 의심하는 이네즈의 아버지. 과연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되었을까?


시간 여행자를 그리는 영화


이 작품은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길의 시점을 따라 흘러간다. 이른바 타임슬립이라고 불리는 이 설정은 길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며 문학적 영감을 받게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호텔을 찾지 못해 돌계단에 주저앉았던 길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찾아온 푸조를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도착한 곳은 그가 문화의 황금시대라 생각했던 1920년대. 그는 그곳에서 작가와 음악가 그리고 화가 등을 만나며 정체되었던 창작 활동을 다시 이어 나갈 동기를 얻게 된다.


푸조를 타고 떠난다는 이야기 말고는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과거에서 현재로 어떻게 돌아오는지는 영화에서 제시되지 않는다.


이는 작품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타임슬립의 과정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우연한 장소, 우연한 시간, 그리고 우연한 결심이 어우러진 결과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타임슬립적 요소를 신비로운 하나의 장치로 사용할 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비어버린 개연성은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로 덮기에 충분한 작은 결점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 시간 여행에 한계는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도, 결국 또 다른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이었다.


과거는 미화되기 쉽고 시간 여행을 통해 사는 시대를 바꿔버리면, 더 과거의 어떤 시기를 다시 그리워하게 된다는 것.


이를 깨달은 길은 더 이상 과거로 깊숙이 들어가는 걸 거부하지만, 아드리아나는 더 좋았던 시기는 과거에 있다고 여겼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표류하던 길은 오히려 이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은 반면, 여러 예술가들에게 사랑받던 아드리아나는 더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두 인물의 대비되는 미래를 한 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영화는 길이 사랑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과정 역시 그려내고 있다. 그는 이네즈라는 사랑스러운 약혼자가 있었다.


하지만 파리에서 살기를 바랬던 길과 달리, 이네즈는 미국의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기를 바랬다.


두 사람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행을 하는 내내 관광 코스에서도 두 사람은 충돌하고, 신혼집 가구를 고르는 문제에서도 두 사람은 충돌한다.


심지어 이네즈는 길이 선물했던 귀걸이가 취향에 맞지 않았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분명 결혼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합의한 사람이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


하지만 그 외에 어떤 것도 두 사람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소한 취향에서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까지. 결국 삐걱대던 이 커플은 러닝타임이 흐름에 따라 더 큰 균열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다른 주변 인물들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이네즈는 여러 방면에서 박학다식했던 폴에게, 길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던 아드리아나에게.


연인 관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자 자연스레 두 사람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


그렇게 결혼이라는 계약 관계에서 벗어나자, 길은 진짜 사랑을 깨닫는다. 이네즈를 향한 마음은 외모라는 단면만을 좋아하는 것이었지만, 아드리아나를 향한 마음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과 공감대가 어우러진 완벽한 형태의 사랑이었다.


이에 길은 괴로움을 겪기도 하지만 적어도 어떤 사람이 자신의 진짜 사랑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나름대로의 답을 얻는 데는 성공하게 된다.


자신의 진심을 쉽사리 정하지 못하는 길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한다면 길의 고민 역시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길이란 등장인물은 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의 소설을 완성시킬 수 있었으며, 완벽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예술가를 잘 안다면 더 재밌을 영화


영화는 길의 깨달음과 함께 실존했던 여러 예술가가 등장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피카소,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부부에서부터, 살바도르 달리, 고갱, 거트루드 스타인까지. 1920년대를 빛냈던 여러 등장인물은 영화 속 아름다운 파리의 전경과 함께 영화를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가본 적도 없는 파리의 어느 거리가 떠오르고, 콜 포터의 노래가 더 감미롭게 들리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예술가를 잘 알지 못한다 해도 영화를 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 예술가들은 길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자,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몇몇 에피소드를 위함일 뿐, 아주 굵직한 이야기의 줄기가 되지는 못하니 말이다.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잘 몰랐던 예술가들의 이름을 검색창에 넣어서 찾아보는 쪽이 좀 더 재밌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9zT5dFHhu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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