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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튼애플 Apr 06. 2020

<블루 발렌타인> 현실적이어서 더 슬픈 사랑 영화

영화 블루 발렌타인 줄거리 및 리뷰

곤히 자고 있는 신디를 깨우는 딘과 그들의 아이 프랭키. 


일어나서 기껏 아침을 준비했지만 딘과 프랭키는 집을 어지를 뿐 제대로 밥을 먹지도 않는다.


영화 블루 발렌타인 줄거리


신디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그리고 좋은 제안을 받지만 가족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퇴근하던 도중 신디는 익숙한 모습의 개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한다.


알고 보니 그 개의 정체는 이들이 키우던 반려견 메건.


프랭키에게 메건의 죽음을 알리지 않기 위해 외갓집에 맡겨 둔 채 부부만 남게 된 이들. 그러자 딘은 러브호텔에 갈 것을 제안한다. 신디는 당직 근무 때문에 갈 수 없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예약을 하는 딘.


호텔 가는 길에 마트에 들른 신디는 예전에 알고 지내던 바비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자 딘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간신히 그를 달래 호텔에 도착한 이들 부부. 신디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불만스러운 반응을 내비친다. 냉담한 신디의 반응에 딘 역시 다운되고 만다.


노래와 함께 술을 한잔 하면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자 하는 두 사람. 오래간만에 둘은 사랑이 넘치던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두 사람 역시 뜨겁던 시절은 있었다.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일하던 딘은 우연히 마주친 신디를 보며 첫눈에 반하게 된다.


신디 역시 이기적인 남자 친구에게 지쳐 있던 지라, 솔직하고 순수하게 다가오는 딘이 싫지만은 않았던 것.


길거리에서 펼쳐진 두 사람만의 콘서트에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신디의 어설픈 춤 동작과 딘의 단조로운 연주였지만 둘 만의 시간을 보내며 두 사람 사이는 그렇게 깊어만 간다.


하지만 6년이 흐른 현실에선 그렇지 못한다. 잠시 오붓한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냉랭해진 딘과 신디.


신디는 그와의 말다툼에 완전히 지쳐버린 것 같다.


심지어 관계를 가질 때도 그녀는 계속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딘은,


난 사랑받을 자격 있어
당신한테 잘하잖아

당신과 프랭키에게 잘해
당신 사랑하고
이런 꼴 당할 이유 없어!

과거엔 이들도 분명 뜨겁게 타올랐다. 민폐라 불릴 정도로 서슴없이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인 적도 있다.


그러던 중 신디가 임신을 한다. 그녀는 낙담한 채 딘에게 이 사실을 숨기려 한다.


하지만 끈질긴 그의 설득에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더 충격적이었던 건,


- 내 아기야?
- 모르겠어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신디. 관계 맺은 사람을 묻던 의사에게 그녀는 꽤 많은 숫자를 이야기한다.


수술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하던 신디는 수술을 포기한 채 병원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같이 돌아가던 버스에서 딘은 가족이 되자는 로맨틱한 청혼을 해온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시점. 딘이 일어나 보니 신디는 이미 방에 없다. 화가 난 딘은 그녀를 찾기 위해 병원으로 들이닥친다.


먼저 떠난 신디가 걱정돼서 찾아왔지만, 그녀는 키를 주며 얼른 집으로 가버리라는 말을 뱉어 낼 뿐이었다.


그런 신디의 행동에 큰 상처를 받은 딘은 다시 병원 사무실로 향한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딘과 그런 딘을 보고 싶지 않은 신디. 감정이 격해진 딘은 부부를 말리던 의사에게 주먹까지 날리게 된다.


병원을 나서던 신디는 딘에게 마지막 희망마저 끊는 말을 내뱉는데,


이혼하고 싶어 죽겠어!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들 커플.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싸우는 빈도도 높아져만 간다.


이들의 사랑은 예전처럼 반짝일 수 없던 걸까?


식어가는 사랑을 마주하는 영화


이 작품은 두 남녀 간의 사랑을 그려낸 멜로 영화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달달하기보다 냉랭하고 서늘한 사랑의 연속.


먼저 적극적으로 사랑을 갈구했던 건 남편인 딘이었다. 그는 결혼하고 6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뜨겁게 타올랐다. 그래서 아내 신디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반면 아내 신디는 결혼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낀다. 아이와 가족보다 일에서 더 큰 보람을 느꼈던 그녀는, 적당한 수준에 만족한 채 지내는 딘이 한심해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조금씩 엇나간다. 아니 6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약간의 어긋남은 이제 큰 간극으로까지 벌어져 있었다.


딘은 신디의 관심을 얻기 위해 유치한 방법으로 시선을 끌었고, 그녀의 말실수에 말꼬리를 잡으며 길고 지루한 싸움을 일으킨다.


그리고 신디는 시종일관 무관심으로 딘을 대한다. 관심받기 위해 그가 벌이는 일들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일 뿐이었고, 그와 보내는 시간을 무의미한 낭비쯤으로 여겼다.


분명 이들도 한 때는 열렬히 사랑했다. 그 누구의 이목도 신경 쓰지 않고 사랑을 나눴고, 그 어떤 반대도 이겨낼 힘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 낭만이었다면 삶은 현실이었다. 임신과 함께 유학 계획이 어그러진 신디는 비난의 화살을 돌릴 곳을 찾다 딘에게 타깃을 고정시킨다.

임신이 전적으로 딘의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두 사람이 키우던 프랭키의 아빠는 딘이 아닌 다른 남자였을 것.


딘은 자신의 아이가 아님에도 아무런 편견 없이 프랭키를 대했다. 그럼에도 신디에겐 탓할 사람 하나쯤은 필요했던 거다.


신디 자신도 화풀이할 대상이 딘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힘든 시기에 자신의 손을 잡아준 딘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알고 있었을 테니.


하지만 이 불균형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은 트리거가 된 건 지도 모른다. 끝없는 사랑을 주던 딘은, 자신 역시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신디에겐 그만큼의 사랑은 없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결핍의 상태. 하지만 상대는 그걸 채워줄 능력도 의지도 전혀 없던 지라, 그 사랑의 크기를 거북하게 느낀다.


일방적으로 받았던 사랑을 일종의 빚으로 느껴왔다면, 신디는 계속해서 부담을 느꼈을 거고, 두 사람 사이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부부라는 건


맨날 싸우기만 하는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이라는 계약 관계. 그리고 프랭키라는 아이의 존재가 이 두 사람을 가족으로 머물게 했다.


이미 지쳐있던 신디는 이혼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프랭키가 이혼 가정에서 자라길 원치 않던 딘은 이 관계를 어떻게 서라도 지키고자 한다.


물론 딘이 항상 신디에게 맞춰준 건 아니다. 병원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뒤, 결혼반지를 빼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그는 반지를 던져버린 잡초더미를 뒤진다. 홧김에 반지를 빼버렸지만 이 관계를 지켜줄 유일한 끈이 결혼반지임을 딘은 잘 알고 있었으니.


이미 되돌릴 수 없이 멀어진 이들 사이처럼, 반지를 찾는 일 역시 무의미한 과정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딘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같은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간다. 그것은 프랭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동시에 자신의 사랑을 이어나갈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딘의 눈물겨운 노력은 러브호텔을 잡을 때도 드러났다. 신디의 반대에도 끝내 방을 잡았던 딘은 '큐피드 룸' 대신에 '퓨처 룸'을 선택한다.


단순히 남은 방 중에 골랐다고 볼 수 있지만, 그는 여전히 신디와의 미래를 그렸던 게 아니었을까?


과거의 반짝였던 이들 사이처럼 오늘 반짝이진 않지만, 내일은 다시 반짝일 거라고, 그는 그렇게 믿어왔다.


독특한 촬영기법마저 현실적이었던 영화


눈물겨운 딘의 사투와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건, 카메라 촬영 기법이었다. 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촬영한 카메라부터 달랐다.


현재의 시점에 있을 때는 선명한 HD 카메라로, 과거의 시점에 있을 때는 16mm 카메라로 담아냈다고 한다.


또한 현재에서는 흔들림 없는 삼각대를 이용한 촬영이, 과거에서는 버스나 걸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흔들림을 이용한 핸드헬드 기법이 쓰였다.


이는 더 이상 두근대지 않는 현재의 메마른 상황과, 운명적인 만남으로 매일이 두근대던 과거의 상황이 더 선명하게 대조되게끔 했던 연출이었던 것.


이 작품에서 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은 없다. 누구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상대가 미워질 수도, 상대가 이해될 수도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랑이 이렇게 초라하게 시들기를 바라지 않을 거다.


하지만 대개의 사랑은 이렇게 시들고 사라져 버린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이 첫사랑이어야만 할 테니까.


이런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 한 명의 일방적인 잘못이나 부족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현실적인 상황이, 영원할 것 같던 사랑마저 훼방을 놓기 때문에.


꽤 아프고 잔인하지만 이 영화가 현실적인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https://youtu.be/DrFtwirAe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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