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A군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 가족에게 입양이라는 거대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A군의 외모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큰 키, 또렷한 호감형이었다.
성당에서 주일학교 보조 교사와 학생으로 만났다. 보조 교사였던 나는 A군을 담당하게 되었다.
A군은 외모와 달리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의 부모가 인정하지 않았기에 의학적인 병명을 뭐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A군은 폭력적이었고 인지능력이 떨어졌으며 또래 관계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착석조차 어려웠다.
나는 아이가 문을 박차고 나가면 따라 나가야 했다.
처음에는 A군을 조용히 따라나가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켜보기만 했다.
A는 땅을 파거나, 달리기 하거나 동전을 찾기 위해 자판기 밑을 샅샅이 뒤지는 일을 했다. 단순하고 지루한 놀이를 반복적으로 몇십 분씩 했다.
하지만 답답한 교실 안에 있을 때와 확연히 다른 표정으로 그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별말 없이 지켜보기만 한 어른은 처음 본다는 듯이 아이는 나를 쳐다보다가,
“자판기 밑에서 동전 좀 찾아봐!”
“그럴까…”
더러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핸드폰 조명을 켠 후 ‘자 보렴! 최선을 다해 찾고 있지?’라는 모습을 A군에게 일부러 보여주었다.
‘아직은 널 믿을 수 없어’라는 표정의 A군은 ‘이런 종류의 어른은 처음 보지만 여전히 너도 똑같은 어른이잖아’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정말로 자판기 밑 세상에는 동전이 존재했다. 하나, 둘, 셋. 누군가 잃어버려 찾지 못했던 동전들이 찾아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존재했다.
“찾았다!!!!!”
나는 보물을 찾은 듯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믿을 수 없어!, 어른들은 모르는 나만 볼 수 있는 자판기밑 세상에서 어떻게 네가 동전을 찾아낼 수 있지?’라고 말하는 듯 A군의 눈은 커졌다.
“혹시 그거 나 줄 수 있어?”
“뭐?”
“동전 말이야.”
납작 엎드린 바람에 먼지투성이가 된 나는 승리의 표정을 지으며 동전을 내밀었다.
“너니까 주는 거야. 다른 얘들한테 비밀이다.”
‘믿을 수 없어!’라는 표정을 지었던 아이는 ‘믿어도 될까?’라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먹어!”
“뭔데?”
“내가 곰 젤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투명색은 내가 가장 아끼는 거야. 먹어라!”
“그래. 고마워. “
같이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듯 보였지만 같이 노는 법은 몰랐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보조 선생님이 나오시질 않아서 내가 A군만을 볼 수 있는 사정이 되질 않았다. 전체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날 A군은 교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달리지도 자판기 밑을 살피지도 않았다. 나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길에 대응해 줄 여력이 없었다.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씩씩대며 거친 숨을 몰아 쉬기 시작했다.
”어디 아프니? “
”나 왜 안 봐? “
”다른 아이들도 함께 봐야 하잖아. “
”너도 똑같아!!! 왜 다들 나를 안 보는데? “
아이는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A군의 이름을 부르며 뒤따라갔다. 아이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꺼져!!! “
그리고 성당 잔디 모퉁이에 있는 사람 머리통만 한 돌을 들고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맞으면 크게 다칠 거 같았다. 두려웠다. 뒷걸음질 쳤다.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아 소리만 질러댔다.
”괜찮아. 이리로 와! “
“씨……이……….. 바……알……! 꺼지라고 했다. 똑같은 주제에!”
A군은 마당 구석을 달려가더니 햇볕을 피하려 설치해 둔 파라솔을 끄집어내어 휘둘렀다.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어른 2~3명이 달려와 말려도 감당이 되질 않았다.
아이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피해가 갈까 싶어 A군의 부모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10분이 채 안 되어 득달같이 달려온 A군의 엄마는 아이의 머리채부터 잡았다. 그리곤 질질 끌고 가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처럼 A군을 때렸다.
예상치 못한 전계로 입을 다물지 못했던 우리는 그 엄마를 말렸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쉬이 진정하질 못했다.
그리고 A군을 차에 태워 인사도 없이 떠나갔다. 길길이 뛰던 A군은 아까와 달리 머리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