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나는 울었다.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아이의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너도 똑같아”라는 A군의 말이 송곳이 되어 마음을 찔러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맞고 있는 그 아이를 위한 어떠한 행동도 못 한 내가 부끄럽고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네 말이 맞아. 나도 어쩔 수 없는 그저 그런 어른이야.
너를 위하는 척, 이해하는 척했어. 나에게는 사랑이 없어. 미안해. 나라면 너를 사랑해 줄 수 있을 거라 착각했어.너를 바라보지 않았으면서 너를 본다고 착각했어. 너를 속이고 나를 속였어. 미안해.‘
나는 나의 신에게 부탁했다.
”주고 싶어도 메마른 제 가슴속에는 줄 수 있는 사랑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제발 당신의 사랑 단 한 방울만이라도 저에게 주세요. 단 한 방울만이라도요. “
한계가 없는 신의 사랑 한 방울.
그 뒤, 나와 A군의 관계는 서먹해졌다.
채워질 수 없는 A군을 볼 때마다 나는 한계를 느꼈고 무의식 중에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마음으로 껴안으려 하면 아이는 나를 밀어냈다.
그렇게 나와 A군 사이에는 틈이 생겼고 나중에는 제법 큰 거리가 생겼다.
그리고 아이는 성당에 나오질 않게 되었다.
그런데 변화는 A군이 아니라 나에게 일어났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황당한 이야기겠지만 ’ 당신의 사랑 한 방울만 달라 ‘는 기도를 한 지 두 달여 뒤에 내 마음 안에 무언가 변화가 스멀스멀 일어났다.
사실 마음 안에 일어나는 변화는 많은 부분에서 논리적이질 않지만 스스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소용돌이였기에 당황스러웠다.
’ 나의 신은 생명 그 자체이시다. 내가 늘 생명을 거부하는 것은 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찾아와 나를 온전히 집어삼켰다. 낙태, 자궁 외 임신으로 인한 나팔관 절제 수술, 남편의 정관수술, 생리가 늦을 때마다 혹시나 셋째가 들어서지 않았나 두려워하던 나. 끊임없이 생명을 거부해 왔다. 그런 내가 신을 믿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점점 힘이 세졌다.
하지만 둘째를 낳자마자 비뇨기과에 정관수술 예약을 하고 남편을 밀어 넣었다. 수술 후 그는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오며,
“남자로서 구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라 말했다. 그의 눈가가 촉촉했다. 한동안, 알 수 없는 헛헛함으로 남편은 멍하니 밖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니 ’ 생명을 거부하지 말라 ‘라는 신의 강력한 메시지가 마음 안에 소용돌이쳐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정관수술 복원은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떠오르는 방법은 입양밖에 없었다. 나에게 입양의 이미지는 해외입양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생모를 찾는 모습을 TV에서 본 것이 다였다. 주변에 입양을 한 사람도 없기에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다. 입양에 관련된 다큐멘터리와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입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많이들 묻는다. 나는 대답하기 애매하여 발끝을 바라본다. 남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이 목말라 채워지지 않았던 A군을 만나 한없이 부족하고 부끄러운 내 사랑을 확인했고, 그래서 나의 신에게 사랑을 달라 울부짖으며 기도한 결과? 아니면 원래부터 계획되었던 운명?
피식 웃는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니 그러려니 하세요,라고 말할까 고민해 본다.
가끔 “나를 왜 바라보지 않는 거야?”라 말하며 울부짖던 A군의 눈빛이 떠오른다.
오늘 A군은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
그 눈빛을 누군가 바라봐 주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