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쓸모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

by 미르

배가 부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아기를 업고 다니니 말 한번 걸은 적 없었던 이웃이라도 이상하게 여겼다.

“임신했었어요? 배가 부른 걸 본 적이 없는데, 아기가 생기셨네요?”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아기 등에 ‘관심 꺼주세요’라는 글씨라도 써 붙이고 다녀야 하나, 고민될 정도로 아기가 온 초반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 질문을 받았다. 인사 한번 한 적 없는 이웃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머뭇거리다 물어본다. 공개입양이긴 하지만, 어느 범주까지 공개해야 하나 기준이 서질 않았다. 거리를 활보하며 나팔 불면 “입양이요, 입양! 이 아기를 입양했습니다” 이렇게 하고 다닐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때는 겸연쩍게 웃으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고, 어떨 때는 친척이 맡겼어요, 하기도 했다. 그래도 몇몇 분에게는 사실대로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발이 달린 것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어머~ 전해 들었어요. 아기 입양하셨다면서요? 세상에 좋은 일 하시네요.”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좋은 일 하시네요’다. 하지만 입양 부모들은 이 말을 제일 싫어한다. 출산한 사람에게 ‘어머 출산하시다니,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입양을 자식 얻는 일로 여기지 않는다. 복지사업쯤으로 여겨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그들의 말에 일일이 토 달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입양이 흔한 일이 아니기에 생긴 편견이다.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렇게 살아야 살아진다. 괜히 날카롭게 굴어봤자 나만 손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나쁜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반짝이는 면도 존재한다. 편견이 쓸모가 있기도 하다.


둘째가 8살 때, 아기가 왔다. 아기용품은 거의 정리한 상태였다. 우리 집에 아기가 온 첫날에는 기저귀 한 통, 분유, 젖병, 내복 세 벌, 양말 2개가 전부였다. 필요할 때마다 장만해야 했다.

육아의 경험이 있다한들 나는 서투른 인간이라 모든 것이 새롭고 서툴렀다. 요즘 육아템은 무엇이 필수이며 좋은지 모른다. 어느순간 구식이 되어버려 길을 잃은 것처럼 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적이 시작됐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또는 얼굴만 아는 사람 등이 주변에 입양한 가정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쓰지 않는 아기용품들을 찾아내어 전해주기 시작했다. 입던 옷가지, 이불, 젖병, 손수건, 아기 띠 등 구호 물품이 전달되듯이 속속 전해왔다. 나는 친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게 생겨 먹었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좋은 일 한다며 잘 모르는 이웃들이 마음을 모아준다. 좋은 일 한다는 편견이 우리 막내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낸다. 본인 자녀가 입던 헌 옷이라며 미안해하며 전해주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아기는 자기 먹을 것을 스스로 가지고 태어난다더니 우리 아기가 복이 많은게 분명하다. 필요한 물건들이 비단처럼 너울, 너울 전해온다.


" 좋은 일 하신다고 전해 들었는데 우리 아이가 입던 옷이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드려도 될까요?"


대화 한번 나눠본 적 없는, 얼굴만 아는 사이인 분으로부터 톡이 들어온다.


나는 좋은 일을 하는 복지가도 아닌데 졸지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렴 어떠랴. 우리 아기 입을 옷만 생긴다면 그 어떤 편견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