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쓸모

너의 이름을 부를게

by 미르

선이야, 부른다. 그러면 입 안에서 초록이 물든다.

선이야, 부른다. 그러면 무지개 빛 물고기가.

바다로 헤엄쳐 나간다.

선이야, 부른다. 그러면 너와 내가 이어진다.

눈을 맞춘다.

이름 부르기는 존재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이름을 알기 전의 상대는 의미 없는 존재이며 행인이며 이웃일 뿐이지만 이름을 알게 되고 부르는 순간 톡~하고 비밀의 문이 열린다. 선이야, 부르면 초록 물고기가 기쁨의 꼬리를 파닥파닥 흔들며 달려온다. 나는 그 순간이 참 좋다. 우리만의 문이 열리고 서로의 눈을 맞춘다. 영혼은 날개를 파닥이며 서로에게 다가가 눈을 맞춘다. 그러면 몽글몽글 웃음이 퐁퐁 피어오른다.


성경에는 많은 인물이 이름을 바꾸었다. 아브람 (큰 아버지)에서 아브라함 (많은 무리의 아버지)으로, 시몬(하느님께서 들으셨다)에서 베드로(반석)로. 수많은 성경 속 인물이 이름을 바꾼 이유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고 그것을 실행할 원동력으로 이름이 사용된다.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 임무, 바람, 변화가 모두 내포되어 불린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새로운 삶을 기원하며 개명하기도 한다.


아기는 3번의 개명과정을 겪었다. 생모가 지어준 이름, 법원판결 후 성이 변경된 이름, 우리 가족이 되면서,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지어준 이름. 큰 변화의 강을 3번 건넌 셈이다. 아기의 영혼은 그 변화의 강을 건너며 힘겨웠을지도 모르겠다. 우주가 송두리째 3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선’이라는 이름은 여러 후보 중 선택되었다. 둘째 아이가 지은 이름이다. 한문이 아닌 한글로 지어 좋은 의미를 다 쏟아부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선, 착할 선, 영어로 해를 뜻하는 sun 또는 발음대로 부르면 맑은 날을 의미하는 sunny.


그래서인지 선은 이름대로 햇살 샤워를 할 수 있는 날씨 같은 아이다. 늘 밝게 웃어준다. 존재만으로도 주변인의 기분 날씨는 맑음이 된다.

선이야, 유치원 차에서 하원하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는 이를 한껏 개방하며 뛰다시피 내린다. ‘엄마’하며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러면 마음에 꽃이 핀다. 노란 꽃잎이 온 세포를 물들이며 간질인다. “유치원에서 잘 지냈어?”, “응”


나는 너의 이름을 오늘도 부른다. 선이야~

그러면 네 존재의 문이 활짝 열리고 우리의 영혼은 교감한다. 이름처럼 네가 행복해지고 좋은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며 부르지만, 정작 내 영혼이 너의 햇살로 물들여진다. 너는 기분 좋은 햇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