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다 알고 있다.

심리검사의 정확함

by 미르


입양 부모가 아무나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막연히 상상했던 것은 보육원 같은 곳에서 부모 마음대로 아이를 선택하고 데려와 키우면 “감사합니다. 저희를 대신해서 키워주다니요. 훌륭한 일입니다.”였다. 옛날 영화를 보면 입양은 그런 식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웠다. 우리를 증명해야 했다. 아이를 키울만한 재력이 있는지(재산, 대출 등 관련 모든 서류, 재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류가 있더라. 그것을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건강 여부(병원 이력 서류, 입양전용 건강검진) 범죄사실은 없는지(범죄기록서류), 정신상태는 정상인지(최근 받은 심리검사 결과지), 재직 증명서, 부모의 에세이 등 온갖 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가정 법원에서 조사원이 가정으로 몇 차례 조사를 온다. 영혼까지 탈탈 털어 보여줘야 하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온갖 서류 뭉텅이를 내면 재판을 통해 가족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판결한다.(정인이 사건 이후 좀 더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졌다고 들었으나 모르겠다. 그때도 충분히 까다롭고 어려웠는데말이다.)


어떤 이들은 싱글로 입양을 원해서 탈락, 재산이 부족해서 탈락, 우울증이 있어서 탈락, 병력이 있어서 탈락했다.


서류 준비와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우리가 출산할 때도 임신의 기간이 있는 것처럼 아이와 가족이 되는 절차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평균 1년, 상황에 따라 몇 개월의 과정이 필요하다.(현재는 기간이 더 길어졌다한다)


그 시간을 거치면 가족이 되길 원하는 마음이 간절해지고 간절해진다. 영혼까지 털어 보여주며 발가벗은 채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부모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은 사실 불편했다. 어떤 이는 패스고, 어떤 이는 불합격이다. 첫째 때는 입양이 됐지만 둘째 때는 입양에 실패한 가정도 있다. 원한다고 누구나 입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재력이 있는 부자만 되는 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주변의 사례들을 보니 결국 하늘의 인연이 가장 중요한 요소처럼 보였다. 의지가 있다고 임신이 다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입양도 원한다고 모두가 되지는 않는다.

하늘의 인연이 가장 중요했다.

심리검사를 받으러 갔다. 학교에서 받았던 간단한 검사 이외에 돈을 주고 심리검사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이상한 마음을 들켜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500문항가량의 문제지를 받아 풀었다. ‘나는 도덕적이며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결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풀었다. 어렵지 않았다. 가장 좋아 보이는 것으로 고르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앞에서 풀었던 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뒤에도 또 그 뒤에도 나왔다. 그러한 문제가 한두 문제가 아니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앞에서 뭐라고 답했지?’ 기억나지 않았다. 한계다. 나중에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풀었다.


다음에는 그림 그리기, 또 카드 보며 무엇으로 보이는지 말하기 등 몇 가지 심리검사를 했다.


1~2주 정도 뒤에 심리검사 결과지가 배송되었다. 기후 위기에 봉착한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아 떠난 우주인이 인류 최초로 신비의 행성을 발견하고 한 발 내딛기 전의 떨림으로 봉투를 뜯었다. ‘당신은 사실 돌아이입니다’라고 하면 어쩌지. A4용지 4장가량의 종이에 내가 모르는 나에 관한 결과들이 숫자와 글로 표현되어 있었다.


결론은

두둥~~~


정서적인 불편감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긴 하지만.....


“다만 다소 방어적인 태도로 검사에 임했는데, 이는 입양 과정상의 심리검사에 자신을 잘 기능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내담자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사료된다.‘

라는 문구는 가히 놀라웠다. 발가벗은 줄 모르고 화장만 진하게 하고서 거리를 활보한 기분이랄까. 생각 이상으로 심리검사는 정확히 나를 꿰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