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주는 너를 만나게 했다 _1

가족의 쓸모

by 미르

입양 부모는 아기를 고를 수 없다. 아기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사가 부모와 아기를 매칭해준다. 부모의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가장 맞는 아기를 연결해준다. 아기 사진을 보여주고 선을 보겠는지 묻는다.

대부분 1~2번째에서 선택을 하여 선을 본다. 부모가 아기를 선택하여 출생할 수 없듯이 입양 또한 그렇다. 운명이다. 사실 아기가 많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입양 보내기 위해서 미혼모는 자신의 호적에 아기 이름을 등록해야 된다. 내가 미혼모라도 내 호적을 깨끗이 유지하고 싶을 거 같다. 그러니 입양 보낼 아기는 많지 않다. 대부분 1년정도 기다려 아기 선보기 기회가 온다. 그런데 거절한다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낙태법이 폐지되고 정인이 사건이 터진 후, 입양의 문이 더 좁아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쨌든 우리 가족에게도 기회는 왔다. 1년을 기다려도 기회가 올까말까라더니 심지어 5개월만에 연락이 왔다.


"돌 넘은 여자아이가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정에 적합한 아기일 거 같아요. 아이 키워본 경험도 있으시고 하니까. 선을 보실래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돌을 넘었다고?

두려웠다. 사실 갓 태어난 신생아라 할지라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시기상조인거 같습니다. 선을 보고 난 후에 거절한다면 우리와 아기 모두에게 상처가 될거예요. 애초에 그 아기와 선보기 하지 않겠습니다."

"아기도 건강하고 문제 없어요. 한번 선보기라도 하시고 결정하시죠?"

............

"죄송합니다. 남편이 어렵게 입양결심을 했는데 연장아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두렵습니다."


그렇게 거절했다. 찜찜함이 며칠간 마음을 어지러놓았다. 당시 우리 아파트에는 한 입양가정이 살고 있었다.


"소장님이 저희한테 돌 넘은 아이 선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인데 연장아는 감당할 자신도 없고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않되어 있어서 거절했어요."


"그래요? 여자아이인데 돌 넘어서까지 왜 입양이 안되었데요? 남자아이는 찾지 않으니 그럴 수 있지만 여자아이가 그렇게 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아이고 어쨌든 안됐다. 그 아이는 해외 입양 가겠네요."


해외 입양?

젠장, 그 아이 사진도 보지 않고 선보기를 거절했다.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해외입양을 내가 보내버리는 거다. 마음의 찜찜함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해외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한 여자아이가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다크서클이 배꼽까지 내려온 기분이다.

결국,


"알겠습니다. 그 아이 선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위탁모하고도 시간을 조정해봐야 하니까, 선보기 가능한 날짜가?"


하~~~

뭔가 운명의 끈에 목이 묶여 개처럼 끌려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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