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요, 우리.

엄마가 되고 난 후 종종 아프다.

by 한여름


인간은 비로소 아프고 나서야 자신을 돌본다.

응급실에 다녀온 이후로,
‘인간아 인간아 으이그’하며 잔소리하는 친구의 마음에 이제야 조금이나마 부응해보려 끼니를 챙긴다. 매일 새벽녘 서너 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던 인간이 벌써 잘 준비를 한다. 아픈 게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아니 아파도 너무 아팠지.

저녁 즈음 시작된 두통이 심해져 약을 먹었다.
늘 먹던 타이레놀이 똑 떨어져 약통에 ‘두통’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약을 꺼내 한 알 먹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두통이 가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약의 복용법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니 성인 2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한알을 더 먹었다. 심해지는 두통 때문에 아이를 돌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아이는 제쳐두고 소파에 벌렁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두통이 극심해지더니 속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를 부여잡고 주저앉으니 두통이 극심하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머리 한쪽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아니 머리를 누군가 쿵쿵쿵하고 차기라도 하는 것처럼 울렸다. 아이가 나를 부르는데 나는 엉엉 울었고 그때쯤 과호흡이 왔다. 다행히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화장실 한편에 쭈그리고 앉아 숨을 헐떡이며 울었다. 그렇게 늦은 밤 응급실로 향했다.

육아를 시작하며 유독 두통을 달고 살았다. 운동을 못해서인지, 늘 자세가 좋지 않아서인지, 잠을 제대로 못 자는 탓인지 부쩍 두통이 잦았다. 육아를 막 시작할 즈음엔 신생아를 돌보느라 잠을 자지 못해 두통이 잦았고, 모유수유를 하며 아이를 내려다보느라 뒷목이 항상 뭉쳐 또 두통이 잦았다. 그 후에도 아이가 유독 많이 안아 달라 보채는 날엔 어깨 쪽이 뭉치면 두통이 찾아왔고 아이와 심하게 다투거나 유독 화를 낸 날엔 신경성 두통이 왔다. 그렇게 두통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약을 먹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두통이 이렇게 또 나를 꾸짖는다. 나 자신을 돌보라는 신호일 것이다.

아프지 말자.
아픈 건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슬픈 것이다. 남편에게 “많이 놀랐지?”라고 하니 “놀랐지 그럼, 내가 그러고 있었다고 생각해봐”라고 하는데, 그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눈물이 핑 돌고 목이 메어왔다. 화장실 바닥에 널브러져 울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이미 가슴이 메이고 심장이 조여 온다.


‘아, 아프지 말아야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못할 짓을 했구나.’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은 그저 나 하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나 자신, 이 모두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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