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워킹맘이 될 수 있을까요?
취업을 준비하려 이력서를 작성했다.
막상 이력서를 쓰려니 눈앞이 캄캄했다. 다시 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일을 시작하는 것이 잘한 결정일까 과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나이의 앞자리가 더 바뀌기 전에 복직을 결정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이의 연령이 마음에 걸렸다. 아직 두 돌이 채 되질 않았고 3월에 복직이 결정되면 아이는 딱 두 돌이 될 예정이었다. 아직 너무 어린것은 아닐까 너무 나만 생각한 결정은 아닐까 이 결정이 정말 우리를 위한 결정이 맞을까 매일 밤 곱씹어 본다.
이력서에 나의 이력을 꼼꼼히 작성해 나간다. 참으로 치열하게 쌓아온 경력들, 밀도 있게 채워나간 한 해 한해 일진대 이력서 몇 줄로 만나고 보니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경력이 단절된 지 5년이나 되었다는 사실 또한 놀랍기만 하다.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가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경단녀’가 되었고, 마냥 먼일 같았던 40대가 코앞이다. 이런 나의 이력이 마치 남의 사정처럼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서류한 장으로 바라보는 내가 낯설다.
이력서만 쓰면 될 줄 알았는데 공고가 오르는 걸 수시로 확인해야 하고 자기소개서도 써야 했다. 빠르게 변해버린 교육현장을 쫒아가기 위해 밤으로는 주로 연수를 들었다. 그렇게 육아를 마친 나의 밤 시간이 복직과 관련된 스케줄로 가득 찼다. 조금은 설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무겁다.
이력서를 내밀게 될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니 절로 떠올랐다. 면접을 보게 될 나의 모습도. 벌써부터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하겠지. 하나하나 나에게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테고, 바른태도와 미소를 잃지 않으려 온몸의 근육을 긴장하며 쓸 것이다. 단정한 옷차림 단정한 헤어스타일 바짝 깎은 손톱과 튀지 않는 립 컬러. 면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날아가는 기분이다.
워킹맘이 될 것인가, 전업맘이 될 것인가. 나는 지금 그 기로에 섰다. 남편은 응원은 하지만 전업맘으로 남아주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고, 많은 나이와 경력이 선호되지 않는 업계라 이력서를 넣어도 면접을 볼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인 상황. 게다가 코로나가 끝이 보이지 않는 이때에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적응시켜야 한다. 주변에서는 완전한 복직보단 시간제일을 권하거나 1-2년 정도는 더 아이 곁에 있는 쪽을 제안한다.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워킹맘이 되려 하는 것일까. 남편에게 일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내건 이유는 많았다. 그 속에 꿈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남편은 그리 들었는지, "부인의 꿈 때문이라면.."어쩌고 하는 말을 했다. 물론 나는 결혼하기 전 10년 동안 해오던 그 일을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꿈보다 육아로부터의 도피나, 휴식, 거리두기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의 두 돌에, 코로나 시국에 보내지 않아도 될 어린이집을 보내게 된 것보다 아이를 두고 도망치듯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이 마음이 아이에게 더욱 미안한지도 모르겠다.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빼곡히 채우고 밤마다 연수를 들으며 나는 워킹맘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