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집필이다

분노가 크면 담담한가?

by 정직유닛

에어로빅 후 귀가했다. 바로 씻고, 어제 예약해 둔 빕스를 가기 위해 인슐린과 베이슨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빕스 앞에까지 다다르고서야 핸드폰을 안 가지고 온 것을 알고, 빕스직원에게 20분 지연을 알리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다시 빕스로 향하는 길에 내 몸에는 다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빕스에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양상추와 연어를 먹기 시작해서, 마지막으로는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었다. 교인할인 종료로 그냥 계산하려다가 1월 초 35% 할인 메시지가 온 것이 생각나서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보여달라 했고, 35% 할인받아 계산했다. 오랜 은둔생활로 시들어가던 내 몸에 다시 물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귀가했다. 영양이 곧 글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년 12월, 5년이나 부당청구해 왔던 정신과의원을 디지털포렌식으로 증거문서작성하여 24일 관련기관에 신고접수 후 번아웃이 왔다. 그러다 29일에는 가정불화로 찾아온 교인과 만나고, 1월 7일 갑자기 브런치 발행을 하게 되면서 설통과 미각을 잃고 2주나 셧다운 상태였다. 좁은 집안은 분리수거할 쓰레기와 설거지로 넘쳐흘렀고, 며칠 전부터는 초파리까지 생겼다. 본죽과 쿠팡 새벽배송과 파바 소시지빵과 에그타르트로 연명했다. 살면서 이런 난장판은 처음인 듯하다. 그래도 매일 아침 창문은 열고 환기는 시켜와서 공기는 그냥 그랬다.


어젯밤 나는 깨달았다. 피드백 없는 의원을 5년이나 신뢰하려고 노력해 왔고,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기만당한 분노가 엄청 컸다는 것을 알았다. 분노가 너무나 크면 정작 그 사건에는 자체에는 담담해진다. 그러다가 그와 연관된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온몸을 번개가 가르듯이 화가 쏟구쳐 오른다. 그리고, 생명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소위 말하는 피가 거꾸로 쏟는 듯한 게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걸까? 그러고 난 뒤, 한 밤중에 빕스 예약을 한 것이다. 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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