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를 위한 영화 어쩔수가없다

by 파인애플

최근 한국 고용 시장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LG전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자동화와 AI의 여파인지 앞으로 3년 앞 내 직장생활의 모습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다.


서울대가 아니면 임원 승진이 어려워 대기업에서 미리 나온 사람의 이야기, 서울대를 나왔음에도 점점 중요성이 떨어지는 부서들로 배치되다가 결국 나이 50에 대기업을 나온 사람, 본사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해 한국 오피스에서 자리가 없어진 사람들 이야기는 직장 생활을 하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25년동안 일하던 회사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만수의 재취업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개봉했다. 실직 후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볼 영화를 찾던 중 해고 내용을 담은 이 영화를 봐도 내 멘탈이 괜찮을까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답은 괜찮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현실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실업에 따른 인간과 가족의 모습, 변화하는 고용 시장의 모습을 한 번 점검할 수 있다.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환경 속 언제 같은 실직의 처지에 놓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다. 한국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 직장인에게 펼쳐진 현실이다. 이병헌의 명연기와 박찬욱 감독의 연출, 블랙코미디는 덤.


"그렇게 열심히 살지 말지 그랬어." 영화에서 아내가 만수에게 이야기하는 대사이다.


회사에 20년 이상 진심으로 일하며 내가 회사인지 회사가 나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때까지 몸과 마음을 다해 일했을때 해고의 고통과 허탈함은 시간이 지나도 깊은 상처와 씁쓸함으로 남을 수 있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20년도 못채우고 그 전에 이미 해고통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온 직장인이면 다 아는 딜레마이다.


"실직을 당한게 문제가 아니라 실직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문제야." 영화 속 또다른 실직자 아내의 대사이다.


회사로 채워졌던 나의 정체성과 자부심에서 나를 표현하던 타이틀이 사라졌을때 그 자리를 공허하게 두면 타이틀이 자신을 채우던 크기만큼 사람이 위축된다. 사람이 위축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부정적 사고회로가 활성화된다.


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먼저 존중해주며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살다보면 잠깐 체면이 구겨지는 시기가 올 때도 있다. 타이틀에 목숨거는 사회에서 자랑스럽던 타이틀이 더 이상이 내것이 아닐때 남들의 시선에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본인의 삶의 행복은 외부의 인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만족감에서 오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잘나가는 시기에 모여드는 사람들 중에 진짜 나를 위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어차피 상황이 바뀌면 사라질 관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간 이뤄온 상장, 성과, 자존심을 제쳐두고 일단 외부 시선에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 내 미래를 설계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시기가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 가장 좋은 기회이다. 예측 가능한 안전한 길이 정답이라는 집착을 버리고 일단 편견없이 여러 시도를 하다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도착해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종이 관련 일을 했다고 앞으로도 그 똑같은 업계에서 똑같은 포지션에서 일하며 똑같은 연봉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다보면 새로운 문들이 기적처럼 열릴 것이다. 전국 여성 구두 세일즈왕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길을 택했을 때 엄청난 결과가 10년 후에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니 희망을 버리지 말고, 좋은 에너지를 내 안에 채워넣으면서 더 부지런히 움직여라.


p.s. 그렇게 하면 재취업을 위해 살인은 택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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