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을 면접하기

지원자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고르거든

by 파인애플

이직을 할 때마다 면접 기회가 주어지면 대부분 면접에 참여한다. 함께 일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기업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눈으로 보고 직접 느낀 것만 믿는 나는 호기심에 끌려 지원해 보고 면접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면접을 가면 회사 건물이 있는 지역, 건물 안에 어떤 다른 유명한 브랜드 기업들이 들어와 있는지, 회사 미팅룸에서 보이는 뭉게구름과 남산타워 뷰, 사무실에 모니터가 얼마나 빽빽하게 들어있는지, 직원들이 슬리퍼를 신고 있는지, 리셉션 직원이 주는 생수병을 보며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사무실 공기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면접은 동시에 진행된다.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사실 지원자도 면접관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르는 선택은 양 측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면접관을 면접하기 위해 사전 조사가 먼저 이루어진다. 링크드인으로 면접관의 프로필을 쓱 둘러보면 대략적으로 커리어 파악이 가능하다. 학력, 경력에 대한 소개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대충 그려지기도 하고 사진을 보면 인상이 밝은지 어두운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직속 상사로 일할 사람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면접 때는 그 사람이 입은 복장, 얼마나 본인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질문들을 하는지, 어떤 대답에 끄덕이는지 잘 살펴보면 그 사람에 대한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중간중간 내가 회사나 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타이트한 정장을 입고 힐을 신은 단정한 모습의 40대 팀장은 역시 '프로페셔널'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열심히 대답을 적는 모습에서 꼼꼼함 또는 깐깐함이 엿보인다. 헤드헌터가 시니컬한 분이라고 귀띔해 준 상무는 '전략'이라는 단어에 힘주어 질문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 취해버린 표정이 슬쩍 보이기도 하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인상을 주는 한 면접관은 지원자들의 답변에서 다음 프로젝트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찾는 게 보이기도 한다.


질문을 살펴보면 실무를 얼마나 잘 아는 면접관인지, 내공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일지 감이 올 때도 있다.

- MBTI가 뭐예요?

이런 질문을 하면 내가 들어가고 싶은 기업이 맞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면접을 보다 보면 특히 인상 깊은 면접관들을 만날 때도 있다. 차분한 교수님 스타일의 팀장, 장군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면접관을 보며 같이 일하다 보면 내가 그렇게 멋있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렘을 느낀다.


하지만 첫인상은 첫인상일 뿐. 면접관의 첫인상에 반해 들어간 기업에서 같이 일하다 보면 결국 치열한 경쟁 속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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