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산책에 대한 짧은 에세이
요즘은 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매일 오전에 최소 30분 동안 산책을 하고 있다.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이라 병원에서 항상 ‘운동 열심히 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반타의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라도 걷지 않으면 일하느라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해서 싫더라도 꼭 걸어야 한다. 더욱이 요즘은 겨울이 다가와 추운 밤에는 밖으로 나가기 싫어진다. 그런 이유로 오전 산책 시간은 반드시 사수하려고 하고 있다.
아침에 옷을 겹겹이 껴입고 문을 열고 나가면 ‘드디어 걷는구나’하며 걸음에 대한 감각이 온몸으로 와 닿는다. 정신은 잠에서 깼어도 몸은 아직 시간이 조금 걸리나보다. 약간은 무겁게 느껴지는 다리의 무게를 느끼며 한 걸음씩 걸음을 뗀다. 집 앞 공원에 도착하면 비로소 진짜 걷기가 시작된다. 나무의 냄새를 크게 들이키며 폐를 깨우고, 기지개를 켜면서 몸을 깨워준다. ‘후우-’하고 숨을 쉬고는 적당한 빠르기로 걷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운동의 시작이다.
가끔 걷고 있는 사람을 마주치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라는 궁금증이 스쳐 갈 때가 있다. 대부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스쳐 지나간다. 나의 경우 걷는 동안은 주로 무언가를 들으며 걷는데, 음악을 들을 때도 있고, 주식 영상을 라디오처럼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곧 소음으로, 소음에서 무음으로 바뀌어 버린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생각이 그곳을 가득 메우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하지?’, ‘며칠 전에 그 일,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등등… 머릿속의 목소리는 혼자서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또 현재로 돌아온다. 몸은 여기에 걷고 있는데, 내면의 목소리는 공간의 제약이 없다.
생각이 다가왔다가 지나가고, 공원의 풍경도 내게 다가왔다가 뒤로 지나간다. 요즘은 가을이 되어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무를 보는 것이 즐겁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은행나무가 내 시선을 빼앗기도 한다. 그 나무를 지나갈 때면 속도를 천천히 줄여서 오랫동안 감상을 한다. 또 어떤 느티나무는 늘어뜨려진 잎사귀들이 정말 멋지다. 바람을 받아 찰랑거리는 느티나무를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가 부드러운 춤을 추는 유기체로 보인다. 그러면 그 모습에 또 감탄한다. 자연의 멋짐에 대해 온몸으로 느껴본다.
적당히 작은 공원이기에 산책 30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몇 바퀴 정도를 돌아야 한다. 나는 항상 같은 코스로만 걸어서 조금 전 봤던 풍경이 똑같이 펼쳐지곤 한다. ‘아까 봤던 건데…’하며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운동 시간의 절반은 지났다는 뜻이다. 인제 그만 걷고 싶다는 다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애써 무시한다. 그리곤 에너지를 조금 더 써서 마저 한 바퀴를 더 돈다.
걸을수록 몸에는 열이 오르고, 추웠던 몸이 따스해진다. 특히 손이 아주 따뜻해져서 기분이 좋다. 다리도 운동해서인지 열이 나고, 종아리가 부어오른 감각이 느껴진다. 가을이어도 약간은 땀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걸었다 뛰기를 반복하다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30분이 다 채워졌는지 분마다 체크한다. 얼른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28…29...30!’ 드디어 시계가 30분을 가리키면 주어진 운동의 과제가 끝났다! 드디어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오늘도 운동을 해냈다는 뿌듯함, 오늘도 조금이나마 건강해졌다는 기쁨으로, 가볍게 집으로 향한다. 어찌 보면 30분은 매우 짧은 운동시간 같아 보이지만 그 시간은 다양한 감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나무와 숲 멋진 자연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내면의 생각과 마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온 몸속 세포에 건강한 산소를 공급해 주기까지 할 수 있으니 30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것 같다. 누구는 30분의 시간도 낼 수 없다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 숨을 돌리고 급한 것 없다는 마음으로 30분 정도의 시간은 내 보면 어떨까? 짧은 그 시간 안에도 우리는 풍성한 것들을 담을 수 있고 인생을 좀 더 느껴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